지난 1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했던 농심 신라면 팝업스토어. [사진=시사프라임 DB]
지난 1월 서울 성수동에 오픈했던 농심 신라면 팝업스토어. [사진=시사프라임 DB]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소비자냐 기업이냐, 팝업스토어의 유행은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일까."

지난달 26일 오픈한 더 현대 서울점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7일 막을 내린다. 지난달 초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에 이어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오픈 전부터 단연 화재였다.

기록적인 폭설에도 오픈 전날부터 수백 명의 대기자가 진을 치고, 눈 깜짝할 새 소진되는 굿즈 등 웬만한 명품 매장 오픈런을 방불케 하는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의 뜨거운 열기는 각종 매체에서 연일 대두됐다.

이처럼 각종 산업 이슈에 늘 따라다니는 팝업스토어, 반대로 팝업스토어를 통해 이슈 몰이를 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재와 비슷하게 유행의 시작점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조금 핫하다 싶은 키워드 옆에 늘 세트로 붙어 다니는 팝업스토어가 대체 뭐길래 패션, 뷰티, 유통 등 카테고리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에 유행이자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일까.

◆ 팝업스토어란?

팝업스토어(pop-up store)의 사전적 정의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상점을 말한다.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겟(TARGET)이 2002년에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단기간 임대한 임시 매장을 열었는데 의외로 인기를 끌었고, 이를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웹페이지의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답게 이른바 '짧게 치고 빠지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십분 발휘된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요즘 국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는 성수동, 여의도 더 현대 서울점을 들 수 있다.

SNS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에 유리하고, 단 시간에 브랜드의 특징을 자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과거에는 신제품 등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면, 요즘은 각종 체험 이벤트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 목적을 둔다.

올해 초 성수동에 오픈했던 '농심 신라면 팝업스토어'도 신제품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면 홍보 보다는 신라면의 연혁을 소개하고, 가상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전 연령층에 보다 친숙한 브랜드로 어필하고자 하는 농심의 전략이 돋보이는 매장이었다.

지난 5일 문 닫은 '삼양식품 살롱 드 쿠티크' 역시 특수 공법으로 제조한 건면을 통해 간편식의 프리미엄화에 앞장서겠다는 삼양식품의 포부를 파인다이닝 체험 등 고급스러운 브랜드 마케팅으로 잘 살려낸 사례다.

◆ 우리가 팝업스토어를 찾는 이유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씨(여, 31)는 "BTS 팬이라 관련된 행사는 다 찾아다니는데 작년 가을 성수동에서 스니커즈와 BTS 콜라보 기념 팝업스토어 오픈했을 때 다녀왔다"라며 "굿즈 증정 등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방문객을 위해 기업에서 준비한 신제품을 비롯 각종 증정 굿즈를 노리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팝업스토어에 관심이 많아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따라 우연히 놀러 간 성수동에 신기해서 잠깐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한 손에 홍보용 신제품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김 씨(남, 25)는 "근래에는 가본 기억은 없는데 예전에 한 두 번은 경험해본 것 같다"라며 "주변 친구들을 보면 팝업스토어에 가서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찾아 다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브이로그', '1인 유튜버 시대' 등 개인의 일상 전반을 사진 및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와 유튜브 채널에 공유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김 씨가 말한 'SNS 업로드를 위한 방문'이 충분한 이유가 된다.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팝업스토어 한켠에 특색있는 포토존을 마련하고,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너무 기업 혹은 신제품에만 취중되지 않도록,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신조어)하게 꾸며 놓는다.

군중 심리에 의해 남들이 다 하는 것 같으면 나도 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 안에서도 나름의 무드와 컨셉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 '가는 게 아니고 여는 게 유행이었어?' 일단 오픈하고 보는 기업들

취업준비생 박 씨(여, 25)는 "구경도 하고 굿즈도 받을 겸 몇 번 방문했었는데 사실 팝업스토어에 사람이 몰려서 유행인 게 아니라 기업에서 유행처럼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게 먼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기업에서 유행처럼 너도나도 팝업스토어를 오픈해서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게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입소문 마케팅과 단시간 홍보 효과 등의 이점을 생각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주력하는 게 당연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넘쳐나는 팝업스토어로 하여금 되려 기업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고 뻔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김 씨(25, 여)는 "집 근처에 매번 다른 팝업스토어가 열리는데 동네 주민으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야 기대감이 없어 실망감도 없다"라며 "친구 따라 다른 (팝업스토어) 성지도 가봤지만, 솔직히 '내가 꼭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가면 성취감이라도 있는데 단순 구경이 목적이라면 다 비슷해서 볼 게 없다"라고 말했다.

애당초 각 기업에서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의도가 퇴색되지 않도록 한시적인 스포트라이트만을 위한 오픈을 자제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섬세하게 반영하여 뻔하지 않은 고퀄리티의 컨셉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