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테크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제테크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중고거래, 필요한 물건 저렴하게 구매해서 생활비 절약하는 개념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순 거래를 넘어선 중고테크에 주목하라."

얼마 전 우연히 본 예능에서 어느 유명 연예인이 평소 중고거래 플랫폼 애용자라며 중고거래만의 맛을 열심히 어필하는 장면을 봤다. 그는 단순거래를 넘어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더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 중고거래 대표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발표한 연말 결산에 따르면 2022년 당근마켓 중고거래 연결 건수는 1억 6,400만 건, 누적 가입자 수 3,2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국민 3명 중 2명은 "혹시 당근이세요?"를 외쳐본 경험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얇은 지갑 대비 눈치 없이 높아지기만 하는 물가상승률이 야속한 요즘, 소소한 용돈벌이에서부터 고수익 창출 가능한 테크까지, 시대 흐름에 발맞춘 다양한 중고거래들을 살펴보자.

◆ 안 쓰는 생필품 팔아 미니멀라이프도 실천하고 생활비도 보태는 '주부 9단 스킬'

경기도 구리에 거주하는 김 씨(40, 여)는 연년생 남매를 둔 가정주부이다. 야무진 살림 솜씨로 남편의 외벌이에도 네 식구 생활을 잘 영위했건만, 코로나 이후 찾아온 경기 악화 앞에 그녀의 가계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이 앞으로 들어갈 학원비 등 여러 지출비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던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철 지나 작아진 아이들의 옷이었다.

그렇게 옷장 탐색에 들어간 김씨는 범위를 넓혀 차근차근 집안 살림 전반을 둘러보며 더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매일 여력이 되는 대로 사진을 찍어 중고거래 사이트에 게시했다.

김 씨는 "타율이 좋은 날은 하루에 5건도 성사됐다"라며 "나에겐 쓸모없어서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을 팔아서 돈도 벌고 집도 치울 수 있고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살림살이 최전방을 지키는 주부들에게는 한 푼이 아쉬운데 이처럼 주부 9단과 중고거래가 만나면 각종 불필요한 생필품이 그날 저녁 반찬으로 둔갑하는 마법을 볼 수 있다.

◆ '수집은 거들 뿐'... 수집에 목마른 자, 급전이 필요한 수집 애호가들 모두 모여라

서울에 거주하는 이 씨(33, 남)는 얼마 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애정하는 만화책 전권을 구매했다. 요즘 핫한 슬램덩크 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워 나름 희귀해서 구하기 쉽지 않은데 운 좋게, 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데려올 수 있었다.

이 씨와 거래한 판매자 방 씨(35, 남)는 "만화책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 웬만한 유행물을 전권 보유하고 있는데 이사를 준비하면서 짐을 줄이고 싶기도 했고 슬슬 피규어 수집으로 갈아타기 위해 미련 없이 정리 중이다"라고 말했다.

만화책 이외에도 지폐, 피규어, 아이돌 굿즈 등 취미로 수집을 즐기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종목들이 있는데 이를 사려는 자와 팔려는 자들 간의 교류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연예인은 모 예능 프로에서 "캠핑에 빠져서 장비를 풀로 구매했다가 이것저것 중복되는 것도 있고 손이 안 가는 것도 있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더니 숨어있던 캠핑 애호가분들이 관심을 엄청 눌러 주시고 금세 판매가 됐다"라고 말했다.

◆ "선물 세트 저렴한 가격에 팔아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시즌 한정 '명절테크'

일 년에 두 번, 민족 고유의 대명절 설날과 추석이 되면 중고거래 플랫폼도 분주해진다. 명절 연휴 각 처에서 중복으로 들어오는 각종 선물세트를 정가보다 저렴하게 되파는 이른바 '명절테크(명절선물 제테크)'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김·햄·참치 등 식료품에서부터 샴푸·주방세재 등 각종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선물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되팔아 판매자는 수익을 챙기고 구매자는 합리적 소비를 통해 명절 지출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홍삼이나 비타민 등의 건강기능식품 중고 거래는 불법이다. 건강기능식품은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며 의약품은 온라인 판매 자체가 불가하다.

◆ "소소한 용돈벌이? NO" 희소성 높이 사고 고수익 보장하는 '식테크', '리셀테크'

서울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김 씨(41, 여)는 요즘 식물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1년 전 건강 악화로 인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회복에만 전념하며 집과 병원 생활을 반복하던 그녀에게 불현듯 우울감이 찾아왔고, 그런 김 씨에게 식테크를 제안한 건 남편이었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식테크에 대한 기사를 접한 김 씨의 남편은 평소 죽은 화분도 살리는 아내의 재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 식물 키우는 걸 좋아했는데 시선을 살짝 틀어서 제테크의 일환으로 접근하니 목표 설정도 되고 통장에 찍히는 수익을 보며 성취감도 들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 생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식테크는 식물과 제테크의 합성어로, 희소성 있는 식물을 길러서 비싸게 되파는 기술이다. 희귀한 식물 종자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잘 기른 후 일부를 잘라 되팔고, 남은 일부를 또 잘 길러 내면 되는데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제테크라 단시간 수익 창출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맞지 않다.

토양 습도계, 인공 조명 등 식물 키우기에 필요한 장비도 구매해야 하고, 종자만 봐서는 어떤 모양으로 자랄지 알 수 없으니 복불복의 성향도 강해 선뜻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길 수 있지만, 안 길러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길러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제테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셀테크'는 다시 되판다는 의미의 '리셀(re-sell)'과 제테크의 합성어로 한정판이나 희소가치 있는 물건을 구매한 후 웃돈을 얹어 되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수익을 내는 사람은 '리셀러', 되팔기에 정해지는 가격은 '리셀가'라고 부른다.

최근 리셀테크 계의 핫한 키워드로는 샤테크(샤넬테크), 레테크(레고테크), 스테크(스타벅스테크) 등이 있다.

샤테크의 경우 매년 이루어지는 가격 인상을 대비해서 가격 인상 전에 미리 샤넬 제품을 사두고 가격 인상 후 중고거래 플랫폼에 웃돈을 얹어 되판다. 레테크와 스테크는 한정판 레고, 한정판 스타벅스 굿즈를 웃돈 얹어 되파는 것이다.

한정판이라는 거품을 얹은 고가의 거래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고수익을 창출하는 클래식한 방식으로 투자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제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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