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전경. [사진=고문진 기자]
우리은행 전경.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정부 돈 대출 받는데 은행 상품 가입이 왜 필요한가요?"

30대 중반 직장인 김 씨(남)는 얼마 전 정부지원 서민금융대출상품 '햇살론15'를 받기 위해 직장 근처에 있는 시중 은행에 방문했다. 김 씨는 원활한 대출 실행을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미리 대출 자격 요건 등을 확인한 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갔다.

그런 김 씨에게 해당 지점 직원은 "거래 내역이 없어서 내역 생성을 해야 한다"라며 "지점장님과 상의한 결과 신규로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면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라고 안내했다.

비슷한 시기 햇살론15 대출을 받은 지인도 김 씨와 마찬가지로 거래 내역 없이 통장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바로 대출 신청이 됐다는 사례를 들었던 터라 청약통장 개설을 권유하는 직원의 안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출이 급했던 김 씨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청약통장을 개설하고 이틀 뒤 대출이 실행됐다. 당시 직원은 망설이는 김 씨에게 "청약통장을 자동이체가 아닌 직접이체로 신청해 드릴 테니 몇 달 후에 해지하면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 '끼워팔기'로 실적 채우는 시중 은행들... "만연한 관행"

3년 전 일부 은행들이 소상공인 대상으로 코로나 대출을 해줄 때 신용카드나 예·적금, 심지어 원금 손실이 나는 투자 상품에 가입시키며 실적 쌓기에 나서는 이른바 '끼워팔기' 논란이 일었다.

소상공인 뿐 아니라 김 씨처럼 일반 직장인이 정부지원 대출 상품을 신청할 때, 계좌 한도 제한을 풀 때에도 끼워팔기 식 부당영업이 이루어진다. 은행은 이를 통해 실적을 채운다.

은행법상 끼워팔기로 보는 경우는 대출 후 1개월 이내에 신규 상품 가입이 이뤄질 때, 월 가입액이 대출금의 1%를 넘을 때이며 그나마도 신용카드는 제외된다.

김 씨가 가입한 청약통장은 대출금의 1%를 넘지 않으니 은행법상 법 위반은 없지만, 이는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실행하는 대출에 시중 은행 상품을 끼워 판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자가 직접 서민금융진흥원 측에 물어보자 "지점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기에 다른 지점에 방문해서 신청하면 신규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도 대출 실행이 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심지어 같은 은행이어도 지점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결과치는 복불복이라는 것이다.

해당 은행 측은 "해당 상품을 대출 가능 여부와 관련해서 안내한 사실은 없고, 단지 권유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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