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다구리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달다구리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일 년에 두 번, 초콜릿이나 캔디 같은 달다구리가 극성수기를 맞이하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기에는 동네 슈퍼, 편의점 그리고 대형마트 어딜 가도 반짝거리는 은박 포장지를 뽐내는 제품들이 매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데 예전에는 흔했던 문방구에 가면 2~3월 시즌에 맞춰 진열된 형형색색의 포장지를 두른 주전부리에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 꼬마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꼬마 친구들은 달다구리의 정직한 단맛에 푹 빠진 로열 고객층이다.

분유와 떡뻥, 건강한 이유식에만 길들어 있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초콜릿이나 사탕을 접한 그날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해 그들의 순수한 미각에 각인돼버린다.

그래서일까, 전체연령가의 영화나 각종 애니메이션에서 아이들의 동심과 달다구리의 조화로운 모습이 흔히 연출되고는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빙봉'도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나를 위해서 그녀를 꼭 달에 데려가 줘, 알겠지?" 라는 명대사를 남긴 빙봉은 주인공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이다.

영화는 행복함이 주를 이루는 듯했던 라일리의 마음속에 큰 변화가 찾아오면서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오감 컨트롤 본부에 불어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다시 행복한 라일리로 되돌리기 위한 오감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행복이 꼭 기쁨으로만 채워지는 영역이 아님을 라일리의 성장 과정을 통해 잘 보여준다.

극중 라일리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존재인 빙봉은 솜사탕 몸, 코끼리 꼬리 모양의 코와 고양이 수염, 그리고 사탕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달다구리 몸과 눈물이라니 참 귀엽고 따뜻한 설정이다.

평소 단 걸 즐겨 먹지 않는 30대 성인에게도 달다구리가 주는 따뜻함에 의존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거나 머리가 안 돌아갈 때,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꿈틀거리는 젤리나 헤이즐넛 향이 매력적인 3구짜리 초콜릿을 집어온다.

포근한 상상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의 얘기를 해보자면 우리의 달다구리도 이번 물가 인상의 파도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10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등 과자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지난 몇 년간 큰 가격 변동이 없었으나, 올해부터 서서히 인상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 브랜드 제품 중 인지도 면에서 50년 가까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롯데 가나초콜렛의 경우 지난해 1,000원에서 올해 1,200원으로 20% 인상했다. 타 브랜드의 품목들도 평균 10~20% 정도 올랐다.

작년부터 초콜릿 주요 원재료인 카카오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 중 70% 가까이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카오 외에도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탕, 버터, 우유, 팜유 등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가는데 모두 지난해 가격 상승 이슈가 있었던 품목들이다.

또한, 초콜릿 관련 제품은 쿠키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과자나 디저트류가 많아 카카오 외에도 광범위한 원재료가 쓰이는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들이라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시즌 한정 상품 내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해마다 유통계의 한철 장사를 책임지는 2~3월 기념일의 인기는 굳건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의 공휴일도 아니고, '서양 문화 + 마케팅'에서 비롯된 요 기념일들 챙기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달다구리에 진심 한 스푼을 얹어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모두의 공통된 바람 덕분이 아닐까 싶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뭐든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과한 마케팅 거품을 뺸 담백한 광고를, 기념일을 챙기는 이들도 초콜릿 상자의 크기보다 따뜻한 손 편지나 말 한마디에 의의를 두는 기념일이 된다면 모두에게 달달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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