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이미지. [이미지 출처=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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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콘텐츠 산업에 ‘콘고지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콘텐츠(Contents)’와 ‘온고지신(溫故知新)’를 합성한 단어로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뜻하는 말이다.

콘고지신의 대표적 사례로 슬램덩크를 꼽는다. 1996년 완결 이후 27년 만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누적 관람객 수는 360만 명을 넘어섰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아바타 2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단발성에 그치지 않은 꾸준한 관람객 동원과 더불어 세대차이를 넘어선 20대의 열렬한 반응이 그 가치를 높인다.

‘노재팬이라더니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일었지만, 이에 대해 혹자는 “일본 콘텐츠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를 역사에 무지하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라, 역사적 사고와 정서적 사고 그리고 소비적 사고가 분리되어 작용되는 지금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타이타닉은 어떤가. 25년만에 3D로 재개봉한 타이타닉의 연령별 관객 분포도를 살펴보면 CGV 기준 20대 관람객이 1위, 다음으로 30대, 10대 관람객 순이다. 

9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즘의 복고 열풍을 보며 필자는 한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공통적 멘트 “특별한 비법은 없고 기본에 충실했어요”가 생각났다.

오래된 모든 것이 기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자극적인 기교와 변형이 난무하는 요즘과 비교하면 그 시절의 모든 것은 기본에 충실한 담백함이 있다.

원작을 뛰어넘는 속편이 드문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원작의 폭발적 인기에 개봉한 속편을 본 적이 있는데 하필 그날 새로운 맛의 팝콘을 시도했다가 속이 느글거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본맛 팝콘이 간절했다. 영화도 팝콘도 역시 기본(원작)이 최고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주부들 사이에서 에어프라이기가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자 가전 기업에서 앞다퉈 전자레인지와 오븐 기능을 같이 쓸 수 있는 멀티 제품을 선보였는데, 이것저것 다 써본 주부들의 찐 후기는 “에어프라이기 전용 제품이 성능은 최고”였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역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구수하고 지긋한 전통 입맛이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미숫가루나 시루떡이 아니라 라떼와 케이크로 만들어지지만, 기교와 변형도 옛것의 탄탄한 생명력이 바탕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곳곳에서 부는 복고의 바람이 매출 트렌드로만 이용되지 않고,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잔잔하게 달래주는 순풍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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