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8. 충남의 한 휴게소. 연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방문객들이 주전부리 코너에 몰려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3.05.08. 충남의 한 휴게소. 연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방문객들이 주전부리 코너에 몰려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요즘같이 뉴스에서 들려주는 험상궂은 소식만 들으면 이 사회가 그저 팍팍하고 삶이 힘들게만 느껴질 거야. 그런데 봐, 웃는 얼굴로 저렇게들 마주 보면서 즐거워하잖아. 이게 가족이 주는 힘이지.”

지난 어린이날 연휴, 시골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심한 일교차로부터 추위를 막아 줄 담요 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왔다.

수년째 같은 자리에서 호두과자를 팔고 있는 한 사장님은 어린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젊은 부부에게 정량보다 넉넉히 담은 호두과자 한 봉지로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시대에 출산과 육아의 힘듦을 감내하고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존경스럽고 끝까지 화목한 가정을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23.05.08. 충남의 한 휴게소. 게임존에 5인 가족이 모여 간식을 먹으며 오락을 즐기고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3.05.08. 충남의 한 휴게소. 게임존에 5인 가족이 모여 간식을 먹으며 오락을 즐기고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사장님과의 대화를 뒤로하고 돌아온 차 안에서 관광버스에 탑승하는 나이 지긋한 모녀를 보게 됐는데, 옆자리 동승자가 “여기 오니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어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새삼 정감있다”는 표현을 했다. 자식의날은 없어도 어버이날이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또 가족화장실 앞에서 만난 어느 젊은 부부는 최소한의 자식 된 도리를 하기 위해 아기화환(손주) 들고 부모님을 뵈러 간다고 했고, 해마다 3대가 모여 캠핑을 가는데 야속한 비바람 덕에 급하게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근교로 실내 나들이를 간다는 가족도 있었다.

휴게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이 생각났다.

2006년 개봉작 미스 리틀 선샤인은 주인공이자 집안의 막내 올리브가 어린이 미인 선발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조금은 특별한 가족 구성원이 한데 모여 노란 고물 버스를 끌고 대회장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의 가족 성장을 보여주는 로드무비이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포스터.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으로 국내에서는 바뀐 어순으로 개봉했다. [사진출처=네이버이미지]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포스터.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으로 국내에서는 바뀐 어순으로 개봉했다. [사진출처=네이버이미지] 

완벽주의자 성향으로 가족들을 숨 막히게 하는 아빠를 필두로 엄마, 할아버지, 외삼촌, 오빠까지 올리브네 가족 모두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고 다소 모난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안팎으로 동그랗고 사랑스러운 올리브의 목표를 지켜주기 위해 이들이 하나로 뭉치고 다듬어지는 모습 속에서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내면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도 올리브네 가족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역대 최저 출산율, 고령화 가속화, 인구 감소 등의 걱정스러운 사회 현상들이 현실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전부가 아니며, 그 속에 가려진 희망적인 상황과 훈훈한 마음들도 충분히 있다. 휴게소에서 마주한 가족 냄새나는 미담처럼 말이다.

서툴지만 배려있고 가족, 가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단란하고 오붓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5월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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