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개 품목 외식물가.  [그래프=김인성 기자]
서울 8개 품목 외식물가. [그래프=김인성 기자]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전기 가스요금 인상에 외식물가까지 오르며 직장인 및 서민들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 있어 물가가 들썩일지 예단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이 모 씨(남 31세)는 지출이 많은 가정의 달 5월 아이들과 시댁 및 처가까지 챙기다 보니 씀씀이가 많아졌다. 월급은 거의 그대로인데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월급이 들어오면 3주 안에 통잔 잔고가 텅 비기 일쑤다.

이씨는 “5월은 아이들 선물에 양가 부모님 식사 대접 등 돈 나갈 곳이 한두 푼이 아니다. 특히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 얼마 전 고깃집을 갔는데 삼겹살 가격이 1만8000원으로 메뉴판 가격이 바뀐 것을 보고 놀랐다”며 “현재 외식하러 나가면 먼저 가격 비교부터 알아보고 있다”고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어 “올 여름 냉방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 외식 횟수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의 경우 서울지역 가격은 (200g 환산 기준) 1만7천261원에서 1만9천236원으로 11.4% 상승했다.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7,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3.7%의 두 배에 달한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7,9%이다.

여기에 전기요금이 kWh당 8원 오르면서 올 여름 ‘냉방비 폭탄’까지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물가가 오르면 먼저 먹거리 지출부터 줄이게 된다.

종로에 사는 박태민씨(남 47세)는 대출이자에 각종 보험료 지출로 월 소득 400만원을 벌어도 저축은 아예 꿈도 못 꾼다. 맞벌이 부부면 그나마 사정은 나은데 박 씨는 외벌이로 가정을 책임져야해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박씨는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너무 올라 한정된 예산에 너무 빠듯하다”며 “줄이려면 고정비로 나가는 것 외엔 먼저 외식, 먹거리 지출부터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알고 지난달 농식품부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및 관련 협회와  만나 당분간 가격인상을 자제하는 등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실제 월급은 소폭 증가에 그치고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줄어들어 직장인들이 느끼는 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1~2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29만7천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89천원) 증가한 반면,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89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400만8천원)대비 2.7%(-11만원) 감소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다.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학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고, 기준금리가 2회 인상 동결되며 시장에 사실상 인상이 끝난 것 아니냐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 물가가 하반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란 ‘낙관론’도 존재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서 “이번 공공요금 인상에 하반기 한 번 더 인상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외식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고공행진을 이어왔는데 공공요금 인상으로 외식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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