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석 사장, 안해 본 일 없어 돌고 돌아 다시 재단 줄 잡아

40여년간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민석 사장.  [사진=박시나 기자]
40여년간 양장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민석 사장. [사진=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누구나 쉽게 입는 패스트 패션은 피하고 싶고, 그렇다고 명품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원하는  '나에게 딱 맞는 맞춤식 옷'을 만들어 내는 양장점. 그 명성은 70~80년대부터 기성복에 밀려 맞춤 옷 패션의 비수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최근 똑같은 옷을 입는 패스트 패션에 익숙한 사람들이 자신의 체형을 살려주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옷을 입을 수 있는 맞춤복을 찾기 시작했다. 

양장점 시대를 꽃 피웠던 시대부터 40여년간 줄자를 놓지 못하고 27년전부터 광장시장에서 제법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이민석 사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휘말린 싸움에서 주먹을 사용했는데, 이후로 학교 일진으로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문제아로  학창 시절을 마쳤다는 이민석 사장.

양장점에 어떻게 입문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양장점에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족들에게 물려받은 사업도 아니고, 취미를 갖고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였죠" 라고 답했다.  

학창시절을 주먹만 믿고 다니다 졸업을 하니,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어떤 일을 해야 하나 방황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무슨 일이든 배워서 끝까지 해봐야 겠다는 오기로 시작한 것이 바로 양복을 재단하는 일이였다. 

◆월급 15만원으로 시작해 오너가 되기까지 

군대 제대 후 원단가게로 취직을 한 후 기술이 없다보니 잔심부름부터 시작해 줄 자 잡는 법을 배웠다. 이후에 동대문 시장을 거쳐  부천의 직원만 30명이 넘는 양장점에 취직을 했다. 기초지식도 없었던 이 사장에게 부천 양장점은 기회의 장소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3년 동안 열심히 기초부터 하나씩 하나씩 배우기 시작해 이후에 가리봉에서 첫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6년 동안 돈도 많이 벌고 성공이 코앞에 있는 듯 했으나, 뜻하지 않는 어려움에 빠져, 양장점 가게를 모두 접고, 트럭 운전수 일을 시작했다. 운전은 쉬울 줄 알았는데, 운전사고로 인해 돈도 건강도 잃었다, 이후  알고 지내던 친구 밑에서 다시 재단을 시작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보고자 했던 결심도 잠시 IMF가 터지면서 양장점 사업은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젠 기성복이 대량으로 생산이 되고,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는 소비자 수요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생기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양장점 일을 접고, 생계를 위해 종암동에서 계란빵 장사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쉬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 또한 녹록치 않았다는 이사장 결국  예전에 재단업계에서 알게 된 사장님을 만나면서 다시 재단 줄을 잡기 시작했다. 

양장점 사업이 사행 길을 가고 있을 때 업계의 좁은 시장 틈새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남들이 꺼려하는 위험부담이 높은 협상 건에 달려들었다. 이익을 줄여가면서 적극적으로 계약을 따냈고, 가격을 낮추기 보다는 원단의 품질을 유지하며, 양장점의 자존심을 지키다 보니, 어느새 자식도  키우고, 집도 사고, 가게도 인수해서 사장이 되었다며, 푼 돈 버는 사람들 같지만 광장시장 사람들 앞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 “나만의 자부심” 힘든 코로나 시기의 자본금이 되다   

코로나 직전인 1~2년 전부터 매출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이 사장은 코로나때 양장점 경제 체감 온도는 바닥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시기가 바로 지금이고, 앞으로도 몇 년을 더 힘들 것 같다면 서도 그래도 좋은 날이 오겠죠? 라고 웃어 보였다. 현재 광장 시장 안 양장점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고, 여기서 못 버티면 앞으로도 못 버틸 것 같다는 이 사장은 앞으로 2~3년은 지금처럼 힘들 것이라는 말도 있다면서, 지금은 내려놓자 내려놓음의 감정을 통해서 스스로 마음을  다 잡는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단골손님 장사이고, 또한 MZ세대 젊은 층에서 오히려 옷을 재단해서 반듯하게 입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양장점의 매력은 치수재고 패턴을 뜨고, 나만의 맞춤옷이 나오는데 7일~10일이 걸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세대들이 나의 체형에 맞는 나만의 옷을 찾으면서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다. 

좋은 원단으로 정성껏 그 사람의 체형에 맞게 옷을 지어놓고 보면 마치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완성된 옷을 함부로 가져가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또한 맞춤식 옷을 입고 손님들이 흡족해 할 때는 코로나 어려움도 잊어버린다는 이 사장에게 코로나의 힘든 시기를 길게는 40여년 동안 돌고 돌아 이 자리에 다시 앉은 27년의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 시대의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소상공인들을 지탱 해 주는 것은  나만의 길을 찾고 걸어온 세월과 강한 자부심이 자본금이 되어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좋은 날이 오기를  바라는  이만석  소상공인의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좋은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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