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코너는 우리네 전통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전통시장이 갖는 역사와 유래, 고유의 기능 및 현재 전통시장이 겪는 어려움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23. 6. 9. 망원시장 전경. [사진=박세연 기자]
23. 6. 9. 망원시장 전경. [사진=박세연 기자]

[시사프라임 / 박세연 기자] 망원시장에 들어선 후 가게마다 깔끔하게 꾸며진 간판과 깨끗하고 안전한 망원시장의 모습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먹거리와 볼거리, 다양한 가게들로 A~C 세 구역을 가득 채운 망원시장의 이야기를 망원시장 7대 상인회장이신 김진철 회장님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 대형마트와 싸워 지켜낸 자리, 최초의 상생협약

망원시장은 2014년까지 대형마트와 분쟁을 겪었다.

김진철 회장님 : 2011년도에 반경 3km 이내에 홈플러스가 네 개나 있었어요.

한쪽은 한강, 한쪽은 홈플러스 산성이라서 우리 죽게 생겼는데, 상암동서부터 합정동까지 막아버리면 우리는 뭐 먹고 사냐 해서 홈플러스랑 싸움을 한 거예요. 월드컵 시장하고 힘을 합쳐서.

그 말마따나, 상암동 9단지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전국 매출 1위 홈플러스, 연남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른 바 '홈플러스 산성'으로, 여기에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지하에 전국  2위 규모의 홈플러스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에 망원시장과 망원동 월드컵시장 상인회,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저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맞섰다. 결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역점을 철수하고 합정동 홈플러스에 1차 식품 15개 품목에 판매 제한을 두도록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이 기업형 대형할인점과 전통시장이 맺은 최초의 상생협약 사례로 남아 있다.

김진철 회장님 : 지금 또 위기가 닥쳐오는 게 상암동 쪽에 롯데 쇼핑몰이 2026년 착공할 계획이에요. 거기가 축구장 32개 연면적이거든요. (중략) 그 다음에 강서구에만 대형 쇼핑몰이 3개가 들어와요. 강서구 신세계 스타필드 가양지구에 들어오지, 마곡에 르웨스트몰(롯데건설), 원웨스트몰(태영건설). (중략) 이 주변에 완전히 지금 전쟁터가 될 것 같아요.

끊임없이 계속되는 상권 전쟁. 대형마트의 진입에도 살아남기 위해 망원시장의 하루는 오늘도 바쁘다.

◆ 코로나 때 장사 잘 되었지만...지역사랑상품권 지급해야 전통시장 살아

망원시장은 코로나 때 삶의 방식이 바뀌며 먹거리, 반찬 장사가 오히려 잘 되었다. 야외에서 저녁에 약속을 잡을 수 없어 집에서 밥을 해먹느라, 또 1차 재난지원금 때 지급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시장에 들른 것이다.

이후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이 카드결제로 바뀌자 전통시장의 카드 매출이 늘어나며 현재 70% 정도까지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철 회장님 : (카드 매출이 오른 것이)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지역 경제를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상인들은 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화폐는 대형마트나 유통 재벌에게 쓸 수 없으면서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철 회장님 : 그런데 기획재정부에서 그 상품권 예산을 다 깎아버렸어요. (이런 상황에) 대형마트가 계속 들어오면 상인들이 버틸 시장이 몇 개 안 남을 거예요.

상인들의 목소리에도 정책은 자꾸만 반대를 향해 간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지역화폐,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제외하여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다.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전통시장을 지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기업만 배불리고자 하는 것이라는 게 상인회의 설명이다.

◆ 망원시장의 특색, "용기내, 망원시장!"

망원시장의 특색으로는 먼저 젊은 상인들과 손님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게 주인도, 손님도 방문했던 전통시장들보다 연령대가 젊었다. 그만큼 시장에 활기도 돌았다. 젊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특한 맛집들과, DMC 근처라는 점 때문에 연예인 방문과 방송 촬영이 많아지며 망원시장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회장님 : 핫플레이스가 되다 보니 젊은 연인들도 오고 그 다음에 외국인들도 관광을 오고, 그런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젊은 상인들이 시장에 유입이 된 거죠.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망원시장에서 진행하는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비닐 사용을 줄이고자 소비자들은 개인 용기와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방문한다. 구매한 물건은 용기에 담고, 현재는 마포구의 지원으로 용기에 담아가는 손님에게 일반종량제봉투 10L짜리를 주고 있다.

김진철 회장님 : 2020년 7월부터 했는데 홍보가 잘 돼서 그릇을 가져오는 고객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캠페인은 고객들이 시장에 갈 때 '내가 그릇을 갖고 장을 보러 나가면 지구 환경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의 일부로, 몇몇 점포에 배치된 공유용기에 음식을 담으면 상인회 건물 1층에 있는 'M 카페(망원카페)'에서 음료와 함께 먹고 갈 수 있다. 포장용기도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길에 서서 먹는 대신 편하게 앉아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 같다.

23. 6. 9. . 망원시장 가게들의 간판들. 다채로운 디자인에 시장이 더 활기차 보인다. [사진=박세연 기자]
23. 6. 9. . 망원시장 가게들의 간판들. 다채로운 디자인에 시장이 더 활기차 보인다. [사진=박세연 기자]

시장을 방문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가게마다 특색 있는 간판들이었다. 전통시장이라고 모두 같은 디자인의 간판을 선택하지 않고, 점포마다 글씨와 디자인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문광형사업단에서 교체해준 간판 일부, 2008년 초기 당시 간판과 개별적으로 간판을 제작한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전통시장이라 해서 다 같은 모습이 아니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젊은 사람들을 유치하고, 어려운 일에는 모두가 마음을 모아 단결하여 자리를 지켜냈기에 더 오래, 강한 내실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망원시장이 앞으로도 특색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자리를 지켜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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