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에어컨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고온다습한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 되면 유통 업계에서 유독 잘 팔리는 제품군이 있다. 차가운 한 입으로 더위를 식혀주는 식음료부터 시원한 바람으로 쾌적함을 선사하는 가전제품까지, 이열치한 대표 상품들의 동향을 카테고리별로 살펴보자.

◆ 가전 : 실적 고전 양판점+폭염 수혜주 중견기업=모두의 블루칩 ‘여름 가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국내 가전 시장 전반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가운데, 가전양판점 양대산맥인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성적표도 우기를 맞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하이마트 영업손실은 258억 원으로 지난해 82억 원 대비 약 3배 확대된 반면, 매출액은 6,2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6% 줄었다.

전자랜드 운영사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2021년 8,784억 원 대비 17.6% 하락한 7,229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09억 원으로 2021년 손실액 17억 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양사 모두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객단가가 큰 냉방 가전 매출이 중요하다. 특히나 올해는 비교적 앞당겨 찾아온 더위와 더불어 긴 장마가 예고돼 가전업계는 에어컨, 제습기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 5월 1~14일 2주간 롯데하이마트의 에어컨(창문형·이동형·시스템형) 매출은 지난해 대비 평균 35%가량 늘었고, 동기간 서큘레이터와 선풍기는 평균 60% 늘었다. 전자랜드의 이달 에어컨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제습기 매출은 189% 급증했다.

냉방 가전은 중견기업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먼저 강력한 모터로 유명해진 ‘신일전자’는 코스피 상장사로, 선풍기·서큘레이터·창문형 에어컨 등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선풍기로 유명해진 기업답게 선풍기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각종 공과금이 올라 냉방비 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절약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의 수요가 늘고 있어 제대로 수혜를 맛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5월 15일부터 6월 19일까지 신일전자의 선풍기 출고 금액은 2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어서큘레이터 출고 금액은 126억 원으로 지난해대비 11% 증가한 금액이다.

다음은 ‘위닉스’로, 창문형 에어컨·제습기·서큘레이터 이외에도 생활가전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기업이다.

5월 1일부터 21일까지 위닉스의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으며, 그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 공기청정기 판매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캐나다 동부 퀘벡주를 중심으로 확산된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미국에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위닉스의 미국 판매법인(Winix America Incorporated)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58억 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전자, 위닉스 이 두 기업의 특징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상대적으로 전기료 등에 대한 비용 부담이 적고 설치 및 이동이 간편한 여름 가전에 주력하는 기업들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중고가전 매장을 운영하는 김 씨(50대, 남)는 “코로나 때 주변 자취생들이 줄어서 원룸에 들어가는 소형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안 나갔는데 (요즘은) 찾는 이들이 늘어서 수량 맞추기가 힘들 정도로 잘 팔린다”며 “전기세도 비싸고 하니 자취하는 학생이나 혼자 사는 직장인들은 소형 가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바버 웰링턴 부츠, 오른쪽은 미국 어반 아웃도어 슈즈 킨(KEEN)의 샨티(Shanti). [사진출처=LF]
왼쪽은 바버 웰링턴 부츠, 오른쪽은 미국 어반 아웃도어 슈즈 킨(KEEN)의 샨티(Shanti). [사진출처=LF]

◆ 패션 : ‘레인부츠’ 나라별 희비 교차…“긴 장마에 없어서 못 팔고, 이상고온 탓에 안 팔리고”

올해 역대급 긴 장마가 예고된 우리나라에서 최대 수혜를 보고 있는 패션 아이템은 단연 레인부츠이다.

생활문화기업 LF에 따르면 5월부터 시작된 이른 무더위로 여름 준비가 빨라지면서, 레인부츠 등 장마 패션 아이템 판매가 일찍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1일부터 23일간 LF몰 내 레인부츠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대비 26배, 전달 대비 6배 급증했으며, 인기 검색어 상위에도 꾸준히 여름 슈즈 연관 키워드가 랭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유통채널도 비슷하다.

LF가 수입·판매하는 ‘핏플랍(FITFLOP)’의 레인부츠는 지난 5월 예상 판매량 대비 350%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고, ‘바버(Barbour)’ 레인부츠 역시 4월 대비 5월 매출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패션잡화코너 매니저 주 씨(40대, 여)는 “올해 장마가 길다는 소식에 미리서 레인부츠를 구매하러 오는 고객들이 많고, 준비된 물량이 이미 소진돼서 사이즈 재고가 없어 예약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츠 말고도 비 오는 날 맨발로 신기 좋은 고무 소재 신발이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잘 나간다”고 말했다.

반면, 레인부츠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국 브랜드 ‘헌터(HUNTER)’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현지시각) 헌터의 법정관리 소식을 보도하며, 공급망 문제와 브렉시트, 인플레이션, 이상고온 현상 등으로 인해 파산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겨울 미국에서는 예년보다 따뜻한 기후가 이어지며, 북미 시장 매출이 15% 이상 감소한 것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헌터의 지적재산이 미국 어센틱브랜즈그룹(ABG)에 매각되면서, 관련 브랜드 생산은 계속될 것으로 전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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