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08 기자회견에서 신분증 사본인증으로 재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3.08.08 기자회견에서 신분증 사본인증으로 재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8월 8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피해자 29명이 29개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 권리구제를 위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청인단이 청구한 분쟁조정액은 총 24억 5,330만 1,327원으로, 이 중 채무부존재 확인・회수된 피해환급금을 제외한 재산피해액 11억 3,773만 1,327원의 반환과 반환일까지 연 6%의 상사법정이자 지급을 청구했다.

피해자 A씨는 “은행을 믿고 20년 이상 은행 창구에서만 거래를 해 온 어머니가 피싱 범죄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80세가 넘는 노모에게 피싱범이 신분증 사본을 얻어내, 대포폰을 개통하고 오픈뱅킹을 신청한 것에 이어 정기예금 담보대출까지 실행한 것이다.

A씨는 “이 모든 일이 심야시간대에 이루어져 정작 어머니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하룻밤 새 15개 계좌로 대출과 예금중도해지, 타행이체가 무려 69회나 이어졌는데 은행은 이상거래 탐지는 커녕 지급정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은행의 직무유기를 꼬집었다. 이어 “신분증 원본을 확인하지 않고, 원본판별의 기술도 없다고 변명하면서 왜 비대면을 허용했는지, 기술도 없는데 영상통화는 왜 의무로 하지 않는지” 반문했다.

피해자 B씨는 딸을 사칭한 사기 조직의 문자에 속아 주민등록증을 복사해 전송했다. 이후 사기조직은 B씨의 신분증 복사본을 이용해 B씨 명의로 대포폰을 개통한 후 증권회사의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변경한 후 비대면 증권거래 계좌를 오픈했다. 이를 통해 B씨 소유의 주식 약 3억원 가량이 무단 매도되었다. 범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픈뱅킹 시스템을 이용해 신한은행에서 1,000만원, 하나은행에서 480만 6,800원을 무단 해지한 후 제2금융권 타인계좌로 무단이체했다.

B씨는 “금융거래에서 실명확인의 책임이 있는 한국투자증권,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총 3개의 금융회사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전자금융서비스 및 전자서명인증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대면 실명확인에 적합한 신분증 원본확인 및 진위확인에 적합한 금융거래앱을 개발하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정보통신처리 비용을 아끼고자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의무와 원본확인 절차를 위반하고 신규거래를 늘리고자 금융회사 등에 미등록된 대포폰을 기준으로만 신원정보를 대체확인하는 잘못을 한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고 규탄했다.

피해사례와 같이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본격화된 ‘오픈뱅킹’이 전자금융사기의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신분증 사본으로 모바일뱅킹 하나만 뚫으면 하나의 금융앱에서 연계된 타금융기관 내 등록계좌까지 모조리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교차검증과정 없이도 하나의 금융앱에서 타금융기관에 등록・연계된 계좌, 카드, 휴대전화를 이용한 간편인증과 간편송금・결제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피해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오류사고 피해자들을 소송으로만 내몰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금융회사의 무과실책임을 강구하고, 강제조정을 통해 오류사고의 시장실패를 바로잡아 전자금융실명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