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아동문학가 김철민
시인아동문학가 김철민

찌는 듯한 혹염(酷炎)이 고층빌딩사이로 쨍쨍 내려쬐이면 서울의 도심은 그대로 화덕이 되고 만다. 거기다 자동차의 배기가스에다 열기마저 더하면 숨통이 콱콱 막혀 말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닐 성 싶다.

그래서 우리는 더없이 산이 그리워하고 더없이 바다가 그리워지는지 모른다.

우리가 쫓기는 일상에서 어느 한때만이라도 산이며 바다 같은 자연을 생각하며 그리워 한다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무더위를 잊기 위해 억지로라도 잠시남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니 말이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 그리워하듯 여름방학은 꿈의 추억을 많이 심어 놓은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산으로 가서 캠핑생활을 할까 아니면 바닷가로 나갈까 또는 캠핑카를 빌려 전국을 돌아다닐까 은근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이 된다.

이런 저런 꿈의 세계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자. 한여름 무더위를 쫓기다가 여름철의 싱싱한 자연에 접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산촌이나 해변으로 찾아가는 일은 더없이 좋은 일이며 장려해야 할 일이라 하겠다.

내가 어릴 때 여름방학이 되면 오솔길을 걸어서 외갓집에 찾아가던 일이 지금도 기억이 삼삼히 떠오른다. 30리(12K)는 걸어야 오솔길이 나오고 길옆에는 풀이 우거져 그 사이에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그것을 따먹으며 걸어가던 그 오솔길이 정말로 퍽 인상적이었다.

어느 먼 숲에서 뻐꾸기가 뻐꾸욱 뻐꾸욱 한가로이 울면 어찌나 그 단조로운 소리가 내 마음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의 실마리를 일으켜 주는 행복이었다.

외갓집에는 참외 수박밭이 있어 원두막도 있고 그 위에 올라가서 참외 수박 먹던 때가 그립다. 교통도 제대로 없을 때 그래도 과수원길이나 들에 참외, 수박이 싱싱하게 잘 익어가고 그땐 청개구리 참외가 최고의 인기라 인사만 잘해도 아저씨 아줌마들이 인심이 좋아 하나씩 줄 때 고맙습니다하면 공짜로 먹을 때 더 맛이 있었어.

나는 오늘의 젊은 세대가 그저 고속버스 타고 홀짝 다녀오지 말고 산 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그때 눈망울 속에 비쳐오는 우리농촌이며 자연의 모습을 마음속에 찍어 두고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 땐 대학생동아리 농촌계몽활동이 있어서 땀 흘리며 진실하게 협동 봉사정신으로 사회성과 인간성 그리고 효행정신이 저절로 배우게 되었으나 요 근래 대학생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지금 장마복구와 산사태로 중요한 인력동원이 필요한 시기인데....

루소는 자연은 절대로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다

“나는 사람보다도 숲을 좋아 한다”고 말한 예술가가 있다 인간의 허위와 거짓에 대한 환멸이요 항의이다 우리는 자연을 배우고 본받아야 한다. 자연처럼 의젓하고 꾸밈이 없고 허세를 부리지 않고 겸허해야 한다.

특히 시골 할아버지 집 마당 한구석에 모기를 쫓아내기 위해 마른 쑥을 피우면 솔솔 피어오르는 쑥 연기의 냄새가 또한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다.

까마득한 창공에서 반짝이는 별빛이 어떻게 땅에 비치일까 의심스럽지만 농촌의 여름밤은 그것을 실감 있게 느끼게 해준다.

한여름의 밤은 많은 추억들이 간직되어 있다. 더욱이 농촌에서의 여름밤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인상들이 마음깊이 새겨져 있기 마련이다

멍석에 누우면 여름의 밤하늘이 눈망울에 가득히 내려와 은가루를 쫘악 뿌린 듯 수없는 별들 수억만 개의 별들이 모여 이뤄졌다는 은하(銀河)가 강물처럼 무한한 우주공간을 흐르고 있다.

하늘의 별들이 나의 눈망울 속으로 쏟아져 내려오는가 하면 내 몸둥아리가 공중 높이 둥둥 떠오르는 듯 싶기도 하다

저 하늘의 무궁한 신비를 느낄 때 신비를 넘어선 절대의 존재 우주의 섭리자가 반드시 있으리란 것을 우리는 아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무더위를 잊기 위해 억지로라도 잠시나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나는 지금 이 시간에 두 눈을 감고 바다를 그려 보자

한 마리의 물새 같은 하얀 돛배가 고요히 떠가는 저 푸른 수평선위로 뭉개 뭉개 솟아오르는 하얀 구름의 정경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일 수밖에 없다.

또 일정한 리듬을 지키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저 푸른 파도는 철썩거리며 포말을 그리며 우리 귓가에 유구한 역사를 속삭여 줄 것만 같다.

산속 오솔길을 혼자 걷거나 수변 산책도로 그 낭만을 찾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우리는 정녕 자연이 속삭여 주는 말의 뜻을 깨우쳐 알아야 하고 산과바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서 자연이 속삭이는 음성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자세가 아쉬운 심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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