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에서 명품까지… 보다 넓고 쉽게 대중화된 리셀 시장
불법 거래, 바가지 리셀가 등 주의 필요
국세청, 10월부터 C2C 위장 사업자에 과세 부과

리셀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리셀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중고거래 열심히 하는 지인이 얼마 전에 먹태깡 지나고 이제 노가리칩이 온다며 편의점 대기 탈 준비하라고 하는데, 그 말도 웃기고 순간 긴장하는 저도 어이없어서 웃었네요.”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주부 A씨(42, 여)는 중고거래 애용자이다. 작아진 아이 옷 판매를 시작으로 중고거래에 눈을 뜬 그녀는 현재, 쓰던 물건을 저렴하게 되파는 개념을 넘어 새상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어엿한 ‘리셀러(reseller, 리셀하는 사람)’로 활동하고 있다.

A씨는 “워킹맘이라 시간, 금전 등 환경적인 제약이 있어 명품이나 한정판 수식어가 붙은 고가의 물건은 구매가 어려워, 제 기준으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며 “틈틈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 유행하는 키워드를 확인하고, 제품의 일정 수량이 풀렸을 때 놓치지 않고 구매한 뒤 바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되판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최근 그녀의 리셀 품목은 식음료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약게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할 만큼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젊은 세대에 스며든 어르신 감성) 트렌드 주력 품목인 약과 역시 그녀의 리셀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A씨가 되파는 제품은 약과 중에서도 특정 판매처에서 한정 수량만 구매할 수 있는 입 소문난 인기 제품인데,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건지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많이 풀어서 상당량의 약과를 공수해 되파는 판매자분도 봤다”며 “저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리셀의 쏠쏠함을 맛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 MZ 중심의 리셀 시장 ‘대중화’… 좋지만, 불법·불필요 거래 증가 우려도

지금의 리셀 시장은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이 생겨나며 접근성이 좋아지고 취급 품목의 폭도 넓어지면서, 오픈런을 통해 구매한 명품 가방이나 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한정판 운동화 등 고가 제품에 국한됐던 이전 리셀 시장에 비하면 훨씬 대중화되었다. 

A씨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듯, 분야마다 유행의 중심에 거론되는 아이템이라면 모두 인기 리셀 제품이 되고, 트렌드만 잘 읽으면 괜찮은 부수입을 얻는 리셀러가 될 수 있다. 특히, 유행을 주도하는 MZ세대 사이에서 각광받는 재테크 방식이라 리셀 시장만 잘 살펴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다음 시즌을 예측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의 면모를 갖출 수도 있다.

반면,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낮은 진입 장벽을 이용한 불법 거래, 유행에만 치우친 불필요한 소비 행태 증가 등의 문제가 파생될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서 ▽크림 ▽솔드아웃 ▽스타엑스 ▽아웃오브스탁 등 국내 4곳의 리셀 플랫폼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137건으로, 2021년 39건 대비 25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피해 경험률은 △남성 70.6%(137건) △여성 29.4%(57명), 연령대별로는 △30대(49.1%) △20대(28.4%) △40대(17.9%) 순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운동화 64.4%(125건)로 가장 많았으며 △의류 9.8%(19건) △샌들, 구두 등 7.7%(15건) △가방류 5.7%(11건) △장난감, 취미용품 3.6%(7건) △패션잡화 3.6%(7건) △전자제품 3.1%(6건) △기타 2.0%(4건) 순으로 집계됐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리셀 시장에 대해 “앞으로도 수요 공급의 원칙이 작용한다는데는 변함이 없으나, 투기적 수요 혹은 호기심에 의해 소유보다는 이용에 관심을 갖는 소비태도와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 얼리어답터 및 유행추종자의 이해 합치가 작동하여, 앞으로도 리셀은 활성화되는 추세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사기 등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품질 보장 등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바가지 리셀가의 원조 ‘암표’… 말이 티켓 리셀이지 “엄연히 불법”

리셀 거래 시 되파는 가격인 ‘리셀가’ 역시 비교해봐야 한다.

리셀 단골 품목들은 대강의 평균 시세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나, 수요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공급은 결국 바가지 거래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불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터무늬없는 리셀가의 원조 ‘암표 거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각종 공연 및 콘서트 티켓을 정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암표 역시 리셀에 속하지만, 이는 엄연히 현행법상 경범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이다. 문제는 오프라인 암표 거래는 법적 처벌이 가능하나, 온라인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콘서트 성행 시즌이 되면 연예계는 암표와의 전쟁에 시달린다. 얼마 전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이 온라인상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며 논란이 되었다. 관련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어, 이에 소속사와 예매처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칼을 빼 들었다.

대만의 경우 지난 5월 암표 판매에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3월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대만 가오슝 월드투어 콘서트 티켓이 정가의 45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이슈가 벌어지며, 해당 법안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일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추석 승차권 암표 의심 사례로 총 25건이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부터 홈페이지 제보 게시판을 통해 암표 거래를 단속 중이었던 코레일은 암표 거래는 물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다량의 승차권 부당 선점 의심 사례 역시 적극적으로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국세청, “중고거래에 숨어 과세 피한 사업자들 다 나와”

지난 7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오는 10월 중고거래·리셀 플랫폼 개인 사업자는 올해 3분기(7~9월) 판매 및 중개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 대상자는 중고나라·당근·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 크림, 솔드아웃 등의 리셀 플랫폼 도합 70여 개 사업자에 해당하며, 자료 제출을 이행하지 않으면 2,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는 개인 간 거래(C2C)로 위장한 사업자에게 과세를 부과하기 위함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자는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고 낼 의무가 있으며, 사업소득이 있으면 종합소득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사각지대를 이용하면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도 고가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거래하며 이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4조 원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전문적인 판매업자라는 것이 기재부와 국세청의 판단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플랫폼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회원 개인정보 침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울러 당장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과세 부과 기준이 없어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지만, 탈세 근절에 포커스를 두고 법의 안정화를 기다리는 것 역시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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