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원 본사 앞에서 지난 8월 노숙농성에 이어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사측에 “노조 탄압 중단하고 성실 교섭 이행하라”

 

23.10.04.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브원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의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고문진 기자]
23.10.04.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브원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의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국내 MRO 전문기업 서브원 노조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브원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사측에 ▲노조 탄압 중단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서브원 노조는 성과급 공정성 논란을 계기로 지난 2022년 4월 설립되어, 같은 해 6월 첫 노사 교섭에 들어갔다.

이후 이어진 교섭에서 노사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고, 갈등 심화로 노조원이 줄어들고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파생되자, 예병기 서브원지회 지회장은 지난 8월 16일부터 노숙농성을 감행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교섭 시작부터 교섭위원들에 교섭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등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해 같은 해 10월 △단체협약 체결 △노사TF 를 통해 복리후생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올해 1~2월 두 차례 노사간담회를 통해 복리후생에 대해 협의하고, 3월 임금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노사간담회를 통해 핵심적으로 사내의 복지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사측은 지회가 3월 임금협상을 요청하자마자 논의되고 있던 복지제도 중 복지포인트 인상, 하계휴가 3일 신설, 식비 인상 등을 일방적으로 실시하며 간담회 성과를 무력화시켰다”며 “이는 자기 성과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또한 “사측이 임금교섭 상견례를 앞두고 비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임금인상을 실시한 뒤, 노조에는 더는 협상할 내용도 추가 지급할 것도 없으니 사측에 백지위임 하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간의 갈등을 언급하며 “노조는 조합원을 포함해서 서브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을 위한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사측이 직원과 조합원을 이분화시키는 것은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하고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것이고,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며 노조탄압 책동”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23.10.04. 발언하는 예병기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장. [사진=고문진 기자]
23.10.04. 발언하는 예병기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장. [사진=고문진 기자]

예병기 지회장은 사측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CHO(인사총괄)의 입장문을 언급하며 “’노조를 탄압한 적이 없고, 성실 교섭에 임했으며, 복리후생 개선을 했고 앞으로도 소통하며 그리해 나갈 것’이라는 사측의 말은 모두 다 거짓말이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도 못 느꼈으나, 노조의 요구안에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를 일관하는 게 과연 성실 교섭인가”라며 꼬집었다.

이어 “서브원 지분 60.1%를 보유한 사모펀드 어피너티는 얼마 전 800억에 달하는 유상감자를 단행하여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는데, 이는 천억 유상감자를 단행한 지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며 “두 번의 유상감자로 자본금은 계속 감소하고 빈껍데기만 남은 회사로 전락하는 와중에 노조의 요구안은 사측이 단행한 유상감자 금액의 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무시하고 투자금 회수에 정신이 팔린 어피너티의 결정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단식농성 돌입 계기를 밝혔다.

김장열 화섬식품노조 태경BK지회장은 “노동자가 할 말이 있어 노조를 설립하고 그래도 안 되니 회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했고, 그러면 사측은 우리 직원이 무슨 불만이 있을까 얘기를 들어줘야 되는데 그러지 않고 노조를 탄압하고 무시하고 인정하지도 않자, 목숨을 건 단식 농성을 결정한 것에 대해 같은 노동자로서 너무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예병기 지회장은 50일간의 노숙농성에 이어 같은 자리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영섭 화섬식품노조 대전충북지부장과 김장열 지회장이 첫 번째 동조단식자로 함께한다.

한편, 서브원은 온라인과 IT 솔루션을 기반으로 소모성 자재 구매 및 관리를 대행하는 MRO(기업운영자재) 기업으로 원래는 지분 전체가 LG그룹 소유였으나, 지난 2019년 일감 몰아주기 이슈 이후 60.1%의 지분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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