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배추 소매가 6,587원…평년 대비 21.3% 높아
정부, “2주간 배추 2,200t, 10월 말 천일염 1,000t 공급”
제조업체, “아직 가격 인상 압박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모 순댓국집에 붙은 문구. 벽면에 김치를 [사진=고문진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모 순댓국집에 붙은 문구.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이러니 때마다 조금씩 사 먹는 게 차라리 저렴해요. 재룟값이 너무 비싸거든요.”

김장철이 가까워지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인근 마트나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비자가 많지만, 비싼 가격 앞에서 선뜻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주부 A씨(58, 여)는 “김장철 재료를 보러 왔는데, 배추도 그렇고 김치속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들도 모두 다 (가격이) 오른 것 같다”며 “해마다 많이는 못 해도 조금씩 담가서 근처 사는 자녀들한테 보내주는데, 이것저것 다 따지면 차라리 사 먹는 게 저렴하다는 자식들 말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45, 여)는 계속 올라가는 야챗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부 메뉴를 판매 중단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B씨는 “우리 가게 파김치가 맛있어서 손님들 요청에 의해 따로 단품 판매까지 했었는데, 파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단가가 안 맞아 잠시 판매를 중단했다”며 “손님들이 찾으니 (판매를) 안 할 수는 없어서 처음에는 양을 줄이거나 다른 식재료로 대체해서 만들기도 해봤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더 안 좋아서 그냥 접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장을 포기하고 시중 김치를 사 먹는 ‘김장포기족(이하 김포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과거 젊은 층에 국한됐던 김포족이 최근 50~60대로 확산되면서, 포장 김치를 찾는 부모님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박 씨(63, 여)는 “종갓집이라 30년 가까이 매년 김장철에 종류별로 김치를 담갔는데, 자식들이 출가한 이후로 식구도 줄고 하니 조금씩 사 먹는다”며 “재료 하나하나 다 사서 담그는 것보다 포장 김치 사 먹는 게 비용도 저렴하고, 요즘은 배송이 워낙 좋으니 특색있는 지역 김치 같은 것도 주문하고 다음 날이면 받을 수 있어 미련하게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 동향에 따르면 17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지난 9월 대비 20.3% 상승한 평균 6,587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11% 상승, 평년 가격(과거 5년 가격 중 최상·하단을 뺀 평균가) 5,432원 대비 21.3% 높은 수준이다.

배추 이외에 다른 김장 재료 가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13일 기준 생강의 소매가는 1만7,673원으로 작년 대비 100.9% 상승했다. 이어 얼갈이배추 3,510원(40.1%), 열무 3,353원(29.9%), 대파 3,879원(21.5%), 고춧가루 3만1,237원(15.2%) 올랐다. 가정집에서 김장용으로 사는 절임배추 역시 소금 가격(5kg 기준 1만3,059원, 작년 대비 16.7% 증가)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사정은 비슷하다.

물가 인상으로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이 우려되자, 이에 정부는 지난 17일 민생 물가안정 관계장관 회의에서 배추 2,200톤(t)과 천일염 1,000t 공급 계획을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들어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채소류 가격 하락이 더디게 진행되는 등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배추는 이번 주부터 2주간 총 2,200톤을 집중 공급하고, 천일염은 10월 말부터 1,000톤 물량을 50% 할인한 금액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 부총리는 “각계각층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업계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치 제조업체들은 아직까지 김치 가격 인상을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익명을 요구한 김치 제조업체 관계자는 “생강 등의 부재료 값이 크게 올랐고 주재료값의 인상 폭은 크지 않아, 가격 압박이 엄청 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아직 김장철이 아니라 김치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며, 지금 물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