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부터 단무지·피클까지… 영유아 섭취 식품 “위생 비상”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비롯 전체적 처벌 수위 강화 필요

 

육아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육아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간편해서 외출 때마다 챙겨다녔는데, 뉴스를 접하고 한동안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해서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이 들었어요.”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김 모 씨(38, 여)는 요즘 13개월 된 딸 아이 이유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원래 김 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여러모로 여유가 없어, 이유식 초기 시기를 지난 후로는 대부분 시판 이유식에 의존했다.

그러다 최근 연이어 터진 이유식 제조업체 이슈에 그녀는 문제가 제기된 브랜드들은 물론, 타 사 제품까지 다 정리하고 매일 엄마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김 씨는 “아기 키우는 엄마들은 공감할 텐데, 잘 먹다가도 질감이나 맛이 마음에 안 들면 갑자기 안 먹을 때도 있어서, 보통 한 브랜드만 꾸준히 사 먹이는 게 아니라 여러 브랜드를 거쳐 가며 내 아이가 좋아하는 걸 찾는다”며 “해서 냉장고에 문제의 제품 말고도 다른 시판 이유식들이 있었는데, 불안해서 더는 못 먹이겠더라”고 토로했다.

김 씨가 가입한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역시 해당 이슈는 뜨거운 감자였다. “하다 하다 애기들 먹는 걸로 장난을 치냐”, “뒷수습하는 태도가 더 문제”,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으니 뭐는 안심하고 먹일 수 있겠나”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원재료 함량 거짓 표기 논란이 된 엘빈즈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이미지출처=엘빈즈 홈페이지 캡쳐]
원재료 함량 거짓 표기 논란이 된 엘빈즈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이미지출처=엘빈즈 홈페이지 캡쳐]

◆ ‘함량 거짓 표기’ 엘빈즈… 솜방망이 처분에 화난 부모들 “청원 중”

지난 9월 14일 ㈜내담에프앤비 시판 이유식 엘빈즈가 원재료 함량을 거짓 표기해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 조사에서 드러났다.

엘빈즈 ‘비타민채한우아기밥’은 표기 배합 한우 15.7%, 비타민채 8.7%에서 실제 배합 각 5.6%, 6.8%였고, ‘아보카도새우진밥’은 표기 배합 아보카도 9.5%, 새우 10.8%에서 실제는 각 5.8%만 함유돼 있었던 것으로 적발됐다.

이외에도 영‧유아용 이유식과 즉석조리식품 등 149개 품목에 대해 원료 중 일부를 품목제조보고한 함량과 다르게 배합해 제품을 생산하고, 원재료 함량을 실제 배합 함량과 다르게 표시(품목제조보고 함량과 동일하게 표시)해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적발된 제품이 내담에프앤비 자사몰과 각종 이커머스 등 27곳에서 248억 원(100g~180g×약 1,000만 개=약 1,729톤) 상당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과태료는 3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부모의 공분을 샀다.

이어진 업체의 후속 대응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엘빈즈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에는 “행정처분에 해당된 8월 30일 이전 이유식 제품을 보유하고 계신 고객님께는 적극적인 교환/환불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에 대해 “해당 제품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사 먹인 부모들은 해당 사항 없다는 말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영유아식품에 대한 제조, 판매에 관한 청원’. [이미지출처=국회 홈페이지 캡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영유아식품에 대한 제조, 판매에 관한 청원’. [이미지출처=국회 홈페이지 캡쳐]

이에 같은 달 24일 해당 제품 피해 고객이 ‘영유아식품에 대한 제조, 판매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에 국민 청원을 올렸다. 

청원을 올린 피해자는 “현재 영유아식품에 대한 제조, 판매 시 적용되는 관련된 법안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후 동일한 내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청원을 신청하게 됐다”며 취지를 밝혔다.

해당 청원은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의 청원 요건 검토를 거쳐 일반에 공개된 상황인데,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해당 청원에 대한 안건 심사를 시행할 수 있다.

21일 오전 6시 기준 476명이 동의한 가운데,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들의 먹거리로 장난을 친 기업인데, 제발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내지 말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세균 발육 기준 규격 부적합 논란이 된 베베쿡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이미지출처=베베쿡 홈페이지 캡쳐]
세균 발육 기준 규격 부적합 논란이 된 베베쿡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이미지출처=베베쿡 홈페이지 캡쳐]

◆ “세균,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베베쿡 이유식·일미 피클 ‘회수 조치’

지난 9월 24일 영·유아 이유식 브랜드 베베쿡의 ‘한우버섯전골진밥’이 식약처의 세균 발육 기준 규격 부적합 판정을 받고, 다음날 25일부터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세균 발육 기준 규격 부적합은 멸균 포장된 제품을 특정 조건에 노출할 경우 세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식약처에 따르면 두손푸드 칠보지점이 제조하고 베베쿡이 유통 및 판매한 한우버섯전골진밥은 상온에서 보관 시 세균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판매 중단 조치됐다.

회수 대상은 제조 일자는 표시돼 있지 않고, 유통·소비기한은 2024년 9월 3일까지인 제품이다. 포장 단위는 100g이며, 바코드 번호는 8809370353561이다.

피자나 파스타 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피클도 같은 이유로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 13일 식약처는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일미에서 수입(베트남) 및 판매한 ‘한가득 생오이 피클’이 세균 발육 기준 규격 부적합으로 판정돼 판매 중단 조치했다고 밝혔다.

회수 대상은 유통기한 2024년 8월 3일까지인 제품으로, 포장 단위는 3㎏(고형량 1.5㎏), 바코드 번호는 8809584070094이다.

식약처는 “회수 식품을 보관하고 있는 판매자는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 영업자에게 반품하고, 소비자도 구입한 업소에 되돌려 주는 등 위해 식품 회수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SBS 비위생 단무지 업체 보도 화면. [이미치출처=SBS 뉴스 화면 캡쳐]
SBS 비위생 단무지 업체 보도 화면. [이미치출처=SBS 뉴스 화면 캡쳐]

◆ 폐수 옆 단무지… ㈜으뜸엘앤에스, ‘HACCP 인증 취소’

지난 11일 국내 식품업체 ㈜으뜸엘엔에스가 유통한 단무지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제조되어 판매된 사실이 드러났다.

SBS 취재를 통해 공개된 제조 공장 상태는 수조 형태의 무 절임통에 이물질이 떠다니고, 무를 덮은 비닐에도 이끼와 곰팡이 얼룩이 선명해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태였다. 심지어 버려야 할 폐수가 저장된 통 옆에서 버젓이 무를 절이고 있었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의 제조 공장을 불시 점검해 식품위생법 위반 사실을 적발,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해썹)을 취소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아울러 해당 제품의 학교급식 납품 및 대형마트 유통을 중단하고, 수조에 남아있는 절임무로 만든 제품의 생산과 출하를 중지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지난 4월 정부로부터 해썹 재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비위생적인 현장 환경을 유지 중이었음에도, 식약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하 인증원)은 재인증을 내줬다. 이에 해썹 제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논란은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도 거론되었다.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업체는 2013년에 최초로 해썹 인증을 받았고, 지난 4월 21일 진행한 연장 심사에서 평가점수 86점을 받아 재인증됐다”며 “평가표에 보면 절임·저장실 원료 이물 혼입, 교차오염 방지를 위한 예방 조치 필요, 절임·저장실, 검수구역, 천장 등 작업장 내 세척·소독 관리 보완 등 지적을 받았는데, 이 정도면 86점이 아니라 승인 취소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해썹 재인증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식약처와 인증원은 해썹 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전국 140여 곳의 단무지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 지도 및 제품 검사를 실시하고, 해썹 인증업체 불시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절임 식품 제조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전국 업체에 배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론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제조된 제품이 100톤 넘게 유통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은 미리 막지 않고 대체 뭘 했냐”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 아이들 건강권은 국가가 지켜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강화

이처럼 끊임없이 대두되는 아이들 먹거리 위생 논란에 대해 사단법인 희망씨 이은선 상임이사는 “아이들을 양육하고 건강하게 돌보는 건 나라의 책무”라며 국가 차원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지금은 사회적 구조가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어서 충실하게 양육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고, 어떤 부모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더 좋은 제품을 안 먹이고 싶겠는가”라며 “더 좋고 안전한 제품을 먹이고 싶고, 또 가급적이면 본인이 만들어주고 싶을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사회 구조를 띄고 있고, 이를 기업들이 기가 막히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고용 현실을 예시로 들며, 현 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사업장에 가서 장애인 고용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을 때, 이에 대해 관계자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법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이 정해져 있음에도, 장애인 고용시 발생하는 비용보다 벌금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의무 고용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이사는 “이런 위생 문제가 터졌을 때 엄마들은 걱정하기 마련인데, 기업 차원에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짝거리는 이슈 정도만 되기 때문에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며 흔히 말하는 자유 경제 사회에서 만약 이럴 때 엄청난 벌금이 부과된다고 하면 안 지킬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3일 식약처 국감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위법한 행위를 범했을 경우 경고 없이 바로 처벌하는 것)’와 함께 전체적인 처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영·유아 시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의도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포함한 전체적인 처분 수위를 높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부모들의 불안을 좀 덜어주는 데 식약처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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