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은퇴란 인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생애주기(生涯週期)의 주요한 변화이자 노년기의 생활과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전통적으로 은퇴는 직업이나 일의 종결을 의미하였으나, 최근에는 은퇴 후에 시간제 일을 가짐으로써 부분적 은퇴, 처음부터 실업상태에 있어서 은퇴하지 않은 은퇴, 자신이 하던 일이나 직업에서 물러난 완전한 은퇴, 보다 최근에는 정년에 앞서 조기에 은퇴하는 명예퇴직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은퇴는 하나의 사회적 역할에서 다른 사회적 역할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편, 오늘날 우리나라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의학기술 발달, 생활수준 향상, 그리고 복지정책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인구학자들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22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8.0%가 되어 고령사회가 되었고, 향후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65세 이상의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은퇴후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노령인구의 비율의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100세 시대에는 은퇴 후에도 30~40년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따라서 은퇴 후 자유시간에 무엇을 하고 보낼지 미리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은퇴후 가장 현명한 사람은 욕심을 버리고 시간관리를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 남을 도우면서 사는 사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의 수명이 점점 더 늘어나는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의 시대에 은퇴 후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욕심버리기, 자립생활하기, 자기개발하기, 그리고 타인돕기 등의 네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째, 물질적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욕심(慾心)은 필요 이상으로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바라거나 얻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격언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가르침이다. 노후 행복을 위해서는 종교적, 역사적, 철학적, 고전적, 경험적 교훈을 거울삼아 욕심을 버리고 현재 상황에서 만족을 찾는 생활자세가 필요하다. (1) 종교적 교훈으로 기독교의 성경 말씀에서는 ‘욕심은 죄를 잉태하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에 이른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나 ‘번뇌나 가진 것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무소유(無所有)를 강조하고 있다. (2) 철학적 교훈으로 도가사상(道家思想)에서는 자신에 대한 집착과 인위적인 욕심에서 벗어나는 '망아무욕(忘我無欲)'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유가사상(儒家思想)에서도 인(仁)과 의(義)를 실천하려면, 무욕(無欲)을 이루어 늘 마음을 차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서양의 스토아학파(Stoicism)는 욕망과 정념(情念)에서 벗어나 어떤 것으로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의 경지인 '아파테이아(apatheia)'를 강조했다. (3) 역사적 교훈으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 걸친 광활한 땅을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죽으며 ‘나를 묻을 땐 내 손을 무덤 밖으로 빼놓고 묻어주게. 천하를 손에 쥔 나도 죽을 땐 빈손이란 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네’라고 하여 죽을 때는 누구나 예외없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4) 고전적 교훈으로 우리나라의 유명한 고전 소설인 흥부전(興夫傳)에서 형인 놀부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자기만 배부르고 만족하고 가난에 찌들려 생계를 걱정하는 동생인 흥부 가족을 천대하고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배타적 이기주의자였던 놀부는 소설 속에서 악명높은 욕심장이로 후세 사람들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둘째, 자립 생활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자립 생활력(自立 生活力)은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나 살림을 꾸리며 살아가는 능력을 말한다. 직장을 은퇴하면 다른 사람에게 구속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은퇴후 만족스러운 노후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녀와 독립하여 일일일과, 정기활동, 그리고 신변정리를 통해 자립 생활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1) 일일일과의 예로는 ①산책하기, ②신문읽기, ③악기연주, ④성경읽기, ⑤독서하기, ⑥집필하기, ⑦탐방하기, ⑧청소하기, ⑨요리하기, ⑩세탁하기, ⑪운동하기, ⑫화분관리, ⑬일기쓰기 등이 있다. (2) 정기활동의 예로는 ①가족모임(예: 외식하기 월1회), ②문화활동(예: 영화보기 주1회), ③취미활동(예: 악기레슨 주1회), ④친목활동(예: 모임가기 월1회), ⑤가사활동(예: 시장보기 주1회), ⑥종교활동(예: 교회가기 주1회), ⑦전원활동(예: 텃밭관리 주1회), ⑧여행활동(예: 해외여행 연1회), ⑨친지모임(예: 설날/추석 연1회), ⑩쇼핑활동(예: 백화점가기 월1회), ⑪요리강습(예: 학원가기 주1회), ⑫홈피활동(예: 글올리기 월2회), ⑬건강활동(예: 등산하기 월1회) 등이 있다. (3) 신병정리 사항의 예로는 앨범정리, 일기정리, 책자정리, 소장품 정리, 가훈ㆍ가정사 정리, 자서전 작성, 유언장 작성 등이 있다.

셋째,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하는 것이다. 자기개발(自己開發發)은 학습을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 혹은 재능을 습득하거나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기개발은 육체적으로는 늙어가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성숙하고 젊어지게 하는 것이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리투스(Heraclitus)는 ‘변화 자체를 제외한 어떤 것도 영원 것은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변화가 인류사회의 본질적인 속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변화의 폭과 깊이와 속도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상유지는 퇴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은퇴후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통재 사회적 존재감과 가치감을 향상시켜서 자존감과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시대흐름에 걸맞는 풍요롭고 활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 자기개발의 유형은 자아실현형, 여가활용형, 자격지향형, 학력지향형, 그리고 사회적응형 등의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자아실현형 자기개발은 내면적 가치와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예술ㆍ운동ㆍ어학ㆍ기능ㆍ기술 분야에 대한 학습활동을 하는 것이다. (2) 여가활용형 자기개발은 내면적 가치와 실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문화ㆍ예술ㆍ보건ㆍ체육 분야에 대한 학습활동을 하는 것이다. (3) 자격지향형 자기개발은 사회적 가치와 실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면허 및 기술ㆍ기능 분야에 대한 학습활동을 하는 것이다. (4) 학력지향형 자기개발은 사회적 가치와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관심이 있는 전공분야에 대한 학위취득을 위한 학습활동을 하는 것이다. (5) 사회적응형 자기개발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의 시대적 변화와 발전에 걸맞는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핸드폰, 동영상 매체, 인터넷 매체, 디지털 용품, 무인자동판매기(키오스크: kiosk) 등에 대한 활용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활동을 하는 것이다.

넷째, 타인을 돕는 기부ㆍ봉사를 실천하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지식과 지혜와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을 도와줄 수 있거나 무언가를 창조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부ㆍ봉사는 다른 사람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면서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존재감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물질적인 대가 대신 보람과 만족과 같은 정신적 보상을 누리게 되고, 경우에 따라 교통비나 식사비와 같이 적은 금액이 지급되기도 한다. 자원봉사는 공공기관, 언론매체, 종교단체, 지방자치단체 및 기타 비영리단체를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이나 동아리 및 친목회의 몇몇 사람들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유롭게 봉사 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1) 기부ㆍ찬조는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자신이 평생동안 모아온 자산을 개인, 친목단체, 공공기관, 언론매체, 종교단체, 지방자치단체 및 기타 비영리단체에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자산의 일부나 전체를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2) 재능기부는 개인ㆍ단체ㆍ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역량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 변호사ㆍ회계사 등 전문가들만 아니라 일반 개인들도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는 재능기부에 참여함으로써 물질적인 대가 대신 보람과 만족과 같은 정신적 보상을 누리게 된다. (3) 노력봉사는 교통정리, 환경미화, 방범순찰, 전시ㆍ축제ㆍ공연 행사, 일손돕기, 위문 활동, 지도 활동, 캠페인 활동, 자선구호 활동, 환경시설보존 활동, 지역사회개발 활동 등에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은퇴후 가장 현명하고 행복한 사람은 욕심을 버리고 시간관리를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타인을 도우면서 사는 사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학기술 발달, 생활수준 향상, 그리고 복지정책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100~120세로 기대되는 초고령사회에서 은퇴후 욕심버리기, 자립생활하기, 자기개발하기, 타인돕기 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한다면 개인적 성취감과 심리적 만족감과 사회적 존재감을 가지고 풍요롭고 활동적인 행복한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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