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코너는 우리네 전통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전통시장이 갖는 역사와 유래, 고유의 기능 및 현재 전통시장이 겪는 어려움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입력하세요.

안양1번가와 인접해 있고 주변 대형상권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안양중앙시장 [사진=김종숙 기자] 
안양1번가와 인접해 있고 주변 대형상권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안양중앙시장 [사진=김종숙 기자] 

 [시사프라임/김종숙 기자] 안양시에는 전통재래시장이 무려 5개가 있다. 그 중 가장 유통이 잘되고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안양중앙시장을 찾았다. 안양에 정착한지 오래 된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찬거리를 준비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꼽는 곳이다. 또한 여기 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안양 1번가와 인접해 있고 주변 대형상권과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안양중앙시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1961년 만안구 안양4동에 283개의 점포로 시작되면서 현재 주변 상가 887개의 점포로 확장됐다.

21세기에 현대화된 도심권에서 오랜 전통시장을 걷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현재와 과거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유일한 곳일 수 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잘 구워진 쫄깃한 찹쌀 씨앗 호떡으로 유명한 점포가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TV방송에 나올 만큼 항상 줄이 길게 서 있다. 기자가 오랜만에 찾은 호떡집은 낯선 두 여자분이 호떡을 굽고 있었다. 물어보니 비법을 전수받은 새 주인이라고 한다. 아직은 손놀림이 느리긴 했지만 같은 맛을 내지 않을까.

궁금했지만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그 지점에서 몇 걸음 더하면 국민간식 김밥, 떡볶이, 순대, 오뎅꼬치 등 먹거리가 즐비하다.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떡볶이와 오뎅 1인분을 주문했다.

사장님(여·70)은 “이 장사를 여기에서 한지가 17년 됐다”며 “자릿세 나가는 것도 아니고 방안에 앉아 있는 것보다 사람구경도 하고 쉬엄쉬엄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은 제발 그만 두라고 성화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기자 : 코로나 전후의 모습은 어떠한가? 

여사장님 : “여기 시장은 코로나 상관없이 크게 어려움은 못느꼈다” 

청포묵과 묵사발을 파는 곳이다. 아저씨가 열심히 사발에 묵을 담고 있었다. 원산지가 청정지역 북한으로 그 풍미가 더 진할 것 같다.  [사진=김종숙 기자] 
청포묵과 묵사발을 파는 곳이다. 아저씨가 열심히 사발에 묵을 담고 있었다. 원산지가 청정지역 북한으로 그 풍미가 더 진할 것 같다.  [사진=김종숙 기자] 

안양중앙시장도 여느 시장과 다르지 않게 야채, 과일, 건어물 등 식품 관련 업종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의류, 한복, 생활잡화도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시장을 둘러봤을 때의 한복 상권은 어두웠다. 한복집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물건을 파는 잡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만큼 근래에 와서 한복 대여점이 속속 생겨나 어려운 상권이 더 악화되지 싶다. 

직선으로 걷다가 우회전을 했다. 곱창 골목과 김밥 골목이 주를 이루었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없이 좋아 할 골목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 옆으로 곱창 골목으로 들어서니 구수한 곱창 냄새가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몇몇 아저씨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솥단지 앞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80~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이 곳 곱창은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그날그날 직접 만든다고 하니, 중앙시장의 곱창맛을 따라가기란 쉬운 일이 아닐 듯싶다.

우리 땅에서 농사를 지운 국산품 황제더덕과 국산 약도라지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우리 땅에서 농사를 지운 국산품 황제더덕과 국산 약도라지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건어물 앞에서 아주머니 두분이 맛을 보면서 장을 보고 있는 정겨운 모습 [사진=김종숙 기자] 
건어물 앞에서 아주머니 두분이 맛을 보면서 장을 보고 있는 정겨운 모습 [사진=김종숙 기자] 
요즘 보기 드문 국화빵이다. 부드러움의 대명사. 크림과 팥이 들어 있어 그 맛을 더해준다. {사진=김종숙 기자] 
요즘 보기 드문 국화빵이다. 부드러움의 대명사. 크림과 팥이 들어 있어 그 맛을 더해준다. {사진=김종숙 기자] 

 

 한 그릇 뜨끈한 국밥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큰 냄비솥에서 끓고 있는 고깃국이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진=김종숙 기자]
 한 그릇 뜨끈한 국밥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큰 냄비솥에서 끓고 있는 고깃국이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진=김종숙 기자]

중앙시장은 상인들의 시장으로서 즉, 도소매의 기능을 모두 가진 시장이기도 하다.

낮동안 문을 닫은 점포들은 저녁이 되면 하나둘씩 불을 밝히는 독특한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본격적인 중앙시장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  아쉽게 이날은 그 진풍경을 볼 수 없었다.  

중앙시장 기록에 따르면 주변의 현대적인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에도 불구하고 중앙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백화점보다 값이 싸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중앙시장에서는 사람과 사람들이 오랫동안 만들어 온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와 정이 쌓여있다.

친구나 가족들과 특별한 나들이를 하고 싶다면 네온사인으로 번뜩이는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중앙시장에 들러 알뜰한 쇼핑도 즐기고, 김밥 골목과 곱창 골목에 들러 푸짐한 시장 아주머니의 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가는 골목골목마다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골목도 있어 아쉬움이 컸다. 장사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사진=김종숙 기자] 
가는 골목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골목도 있어 아쉬웠다. [사진=김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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