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성분과 제조사에 가격은 저렴… ‘갓성비’ 다이소 화장품 인기
그럼에도 다양성은 올리브영 따라가기 역부족… “당분간 선택적 소비 지속될 것”

 

23.11.17.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다이소 매장 뷰티 코너. [사진=고문진 기자]
23.11.17.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다이소 매장 뷰티 코너.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요즘처럼 다 비싼 시기에 저렴이 생필품을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성분이랑 용량은 비슷한데 가격이 더 저렴하면 당연히 그 제품 살 것 같아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다이소 강남고속버스터미널점에서 만난 대학생 A씨(22, 여)는 최근 스킨이나 로션 등 기초 화장품을 모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바꿨다. 필기구, 노트, 위생봉투 등 웬만한 소모품은 다이소에서 구매하는 그녀이지만, 화장품만큼은 고민이 됐다.

A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뭐든 아끼는 게 좋은데, 피부가 민감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화장품은) 몸에 흡수가 되니 저렴하다고 막 썼다가 되레 뒤집어져서 피부과 진료 비용이 더 나올까 싶어 쉽사리 바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평소 다이소 화장품을 애용하던 룸메이트 친구의 추천이었다.

블로그 등 뷰티 관련 SNS 계정을 운영하는 A씨의 친구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구매해 사용 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의 줄임말)’ 후기를 올리는데 최근 다이소 제품을 체험한 친구가 “기존에 A 네가 쓰던 제품들하고 성분은 거의 똑같은데 가격은 반 토막도 안 되니까 한 번 써 봐”라며 그녀에게 제품 하나를 선물했다.

찾아보니 친구의 말대로 배합의 차이가 있을 뿐 주요 성분은 동일해 이후 A씨는 다이소에서 화장품 코너를 제일 먼저 들르는 열혈 소비자가 되었다.

◆ 다이소, “싼 게 비지떡? NO”… 고물가에 이토록 매력적인 ‘갓성비’는 없다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냉랭한 체감 물가와 반비례하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어떤 품목이든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저가 상품들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급증하고, 유통 채널들은 앞다퉈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무조건 싸다고 통하지 않는다. 정보 검색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일명 ‘스마트 컨슈머’가 늘어나면서,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 형태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은 피부에 발라 인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식품 다음으로 내용물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품목으로, 특정 효능을 가진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이 이처럼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양질의 제품으로 만족시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우선 다이소는 책임판매업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검증된 화장품 전문 기업들의 상품을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이 있다.

여기에 다이소만의 최대 강점 균일가를 붙이면 최소 5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VT 코스메틱의 ‘VT 리들샷 100’이라는 제품은 올리브영에서 3만 원대로 판매되는 반면 ,다이소에서는 10분의 1 가격인 3천 원에 판매돼 품절 대란을 일으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체 불가한 갓성비로 주목받는 다이소를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오지우 애널리스트는 ‘초저가 시대의 유통 주인공’으로 소개했다.

먼저 다이소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3.1% 증가한 2조 9,45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7% 감소한 2,393억 원(OPM 8.1%)에 그쳤는데, 이는 2019년 797억 원, 2020년 1,738억 원, 2021년 2,838억 원의 꾸준한 영업이익 상승률을 달성한 다이소 역시 지난해 상품 원가율 상승과 신규 고용 등 인건비 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오린아, 오지우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고물가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다이소의 외형 성장은 여타 유통업체 대비 상회하는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광 및 쇼핑 명소로 떠오르면서 인바운드 수요 또한 흡수할 수 있는 영업환경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022년 말 기준 다이소의 전국 매장 수는 1,442개이며, 직영점 비중은 66% 수준이다.

아울러 이들은 올리브영의 대항마로서 다이소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2021년부터 화장품 품목을 강화한 다이소는 현재 기초 화장품 13곳, 색조 화장품 4곳, 남성 화장품 1곳 등 총 18곳의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으며, 품목은 190여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들은 다이소의 강점으로 ▲1,5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접근성 용이(2023년 기준 올리브영 점포 수 1,320개) ▲협업 제품을 통해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가성비 시장으로 확장 가능 ▲초저가이면서 균일가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인바운드 관광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위치 등을 꼽았다.

이어 “GS 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 이마트의 분스 등 올리브영의 주요 경쟁사들이 H&B 사업을 철수한 만큼, 새로운 대항마로 다이소가 주목받고 있어 향후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부연했다.

 

23.11.17.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올리브영 매장 입구. [사진=고문진 기자]
23.11.17.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올리브영 매장 입구. [사진=고문진 기자]

◆ 올리브영과의 비교? “가성비냐 다양성이냐, 니즈에 따라 선택지 달라지는 것”

업계 종사자 B씨는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많이들 비교하는데 우선 가격 경쟁력 면에 있어서 다이소가 유리한 게 맞고, 뷰티 영역에서 올리브영의 오랜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이소가) 유력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애초 취급하는 카테고리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브영이 H&B 제품으로 지금의 입지를 다졌다면,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점으로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다이소가 내놓은 가성비 좋은 균일가 화장품이 (나도) 소비자로서 반갑고 꾸준히 출시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올리브영의 20년 내공을 단 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 D씨는 “다이소의 가성비는 단연 베스트이지만, 입점된 제품의 종류와 가짓수를 보면 올리브영은 뷰티업계 공룡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다이소에 없는 제품군에 대해 올리브영이나 다른 유통 채널에서 구매하는 선택적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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