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리투수(Heraclitus)는 ‘변화 자체를 제외한 어떤 것도 영원 것은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변화가 인류사회의 본질적인 속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말을 입증하듯이 그동안 인류사회는 자연ㆍ노동ㆍ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사회’에서, 노동ㆍ자본ㆍ기술 기반의 ‘산업사회’를 거쳐서, 기술ㆍ지식ㆍ정보 기반의 ‘지식정보사회’로 끊임없이 연결과 속도혁신을 통해 발달해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첨단과학기술 발달 및 활용의 가속화로 인하여 기술ㆍ데이터ㆍ시간 기반의 초연결ㆍ초스피드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와 같은 초연결ㆍ초스피드사회의 도래에 따른 생활혁신 방향의 탐색을 위해 생활속도에 대한 상반된 사회풍조 및 첨단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변화 방향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생활속도에 대한 상반된 사회풍조

오늘날 첨단과학기술의 발달과 활용은 전 지구적인 연결(global newtwork)과 생활속도(life speed)의 질적인 변화를 통하여 인류에게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풍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을 위하여 시간을 대부분 소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불균형으로 인간소외와 스트레스(stress)와 우울증 혹은 심한 경우 정신적 공황을 겪기까지 한다. 산업화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빨리빨리 생활풍조와 더불어 이에 반하여 느린 생활을 추구하는 슬로우 씨티(slow city) 운동은 생활속도에 대한 상반된 사회풍조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빨리빨리 사회풍조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다. 빨리빨리는 어떤 행위나 일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아주 짧게 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빨리빨리 풍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산업화에 따른 전세계 공통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반도 특유의 역사적, 정치적, 지리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상황과 더불어 남북한의 분단상황하에서의 대립 및 체제경쟁,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고도의 압축성장 노력 등으로 인하여 빨리빨리 풍조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와 같은 빨리빨리 풍조는 대한민국의 빠른 기술발전, 경제발전, 그리고 압축성장에 기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빨리 풍조는 장점도 있으나 안전이나 품질보다 속도만을 중시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빨리빨리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둘째, 생활속도의 가속화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의 태동이다. 이탈리아에서 1999년에 시작된 슬로우 씨티(slow city) 운동은 인간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오래갈 미래를 위해 느리게 걷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생활하자는 느림을 추구하는 사회적 풍조이다. 이와 같은 슬로우 씨티 운동은 빠른 것에 익숙해진 세상에서 느리게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시범적으로 갯벌 염전이 있는 신안군 증도면, 완도군 청산면, 유기 농법을 하는 장흥군 유치면, 담양군 창평면, 녹차 재배지인 하동군 악양, 예당호수로 이름난 예산군 대흥면이 슬로우 씨티로 지정되었다.

첨단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변화 방향

첨단과학기술이 발달 및 활용은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을 만들어 주고 있으며, 인류사회의 연결확산과 속도혁신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인간의 생활수준 향상과 더불어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은 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초연결ㆍ초스피드사화에서는 이동성ㆍ연결성ㆍ속도성의 확산과 더불어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첨단과학기술이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egence) 바둑 알파고의 충격, 시ㆍ공을 초월한 유비쿼터스사회의 확산, 글로벌 네트워크의 초연결사회의 도래, 그리고 분ㆍ초경쟁의의 초스피드사회 출현으로 구분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의 사회적 충격이다. 2016년 열렸던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Google)의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최첨단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egence) 알파고(AlphaGo)와 총 5회에 걸쳐 대결하였으며, 그 결과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획기적인 승리를 거두며 인공지능의 화려한 등장을 세상에 알렸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공지능과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의 미래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을 보여줌으로써 기계가 복잡한 인지 작업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줌과 동지에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영향과 공생(共生)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둘째, 시ㆍ공을 초월한 유비쿼터스사회의 확산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컴퓨터의 숫자가 사람의 숫자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언제나,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컴퓨터나 너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1) 활동공간이 물리적 우주 공간에서 인공적 가상공간으로 확대되고, (2) 활동시간이 낮ㆍ밤 구분 활동하였으나 낮ㆍ밤 구분 없이 24시간 활동할 수 있도록 확대되고, (3) 전달속도가 빛의 속도로 의사결정 및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빨라지고, (4) 생활매체가 아날로그(analog)식 단일 기능으로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digital)의 융합이 이루어진다.

셋째, 글로벌 네트워크의 초연결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의 초연결사회는 인터넷(internet)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과 모바일(mobile)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소통ㆍ교류ㆍ협력하면서 살아가는 전 지구적 공동체를 말한다. 이와 같은 초연결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을 가진 사물과 사물의 연결로까지 인터넷이 확장되어 기계와 인간, 기계와 기계가 교류하고 대화하는 시대인 것이다. 또한 초연결사회에서는 자본과 노동과 지식과 정보가 국경을 초월하여 전 지구적 범위에서 흘러 다닌다. 특히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는 이동하면서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고, 온라인(on line)과 오프라인(off line) 간의 시차를 이용자 수준에서 통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넷째, 분ㆍ초단위 속도경쟁의 초스피드사회가 출현하고 있다. 초스피드사회는 첨단과학기술의 발달 및 활용으로 인하여 사회전반의 운영시간과 생활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사람들이 분ㆍ초 단위로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최근의 한 연구(『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에서는 향후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목할 가치로 ‘시간’을 꼽고, 2024년의 소비트렌드가 ‘분ㆍ초사회’로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에는 시간 단위로 하루 시간을 분할하여 사용해왔으나, 첨단과학기술의 발달과 응용은 생산과 소비와 고객 서비스를 위해 속도경쟁을 가속화시키면서 분ㆍ초단위의 시간관리를 해야 하는 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초스피드사회에서는 단순한 시간의 절약이 아니라 스스로가 시간관리의 주체가 되어 일상의 흐름을 결정하고, 타인이 정해준 삶의 흐름이 아닌, 자신이 적극적으로 자기 시간을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 시간의 설계ㆍ거래가 요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첨단과학기술은 여러 과학 분야를 실제로 적용하여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을 만들어 주었다.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자동화와 로봇(robot)의 등장으로 인간의 노동시간이 줄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여가시간이 늘어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연결기반이 되었다. 따라서 인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언제 어디서나 연결돼 일을 하며 여가를 즐기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을 가진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고 분ㆍ초단위로 속도경쟁을 하는 초연결ㆍ초스피드 사회에서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방식을 위한 도전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연결ㆍ초스피드 사회에서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적ㆍ사회적ㆍ국가적 대응을 위한 총제적인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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