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8 국민연금노조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금 공공성 강화와 공무직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3.11.28 국민연금노조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금 공공성 강화와 공무직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국민연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28일 오전 국민연금노조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와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연금개혁을 전면적으로 비판했다. 노조에 의하면 운용수익에 따라 연금급여가 정해지는 ‘확정기여형 전환’은 사실상 연금을 민영화하겠다는 정책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금기금 운용사 경쟁체제 도입이 필수가 되며 이는 연금공단의 기금운용 기능을 민간 보험사에 쪼개서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또 현재 한국 사회는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균형 잡힌 재정 대책이 필요함에도 정부 지원 확대는 검토하지 않고 전적으로 국민부담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연금노동자들이며 노조는 이것이 파업에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직무성과급의 도입도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직무성과급제는 격차 해소와는 상관없이 노동자간 경쟁 심화, 직무・직급간 임금격차 심화 등 부작용과 차별을 조장할 뿐이며,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 임금체계 도입을 정부가 나서서 강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명백히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제 노동기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 해 2차례에 거쳐 지침 수립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건강보험의 예시를 들며 공적연금의 보장성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약화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민간보험사”라며 “건강보험은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한 보험이다. 그러함에도 당장 엄청난 병원비가 들까봐 건강보험을 들었음에도 민간보험을 들고 있다. 보장성이 강화되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적연금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연금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불안은 커진다. 동시에 연금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이윤창출의 기회가 커진다. 실제로 90년대생들 사이에서 노후에 국민연금을 못받는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2-30대가 민간연금에 많이 가입했다. 그러나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연금노동자다. 불안이 가중될수록 의문과 민원과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불안을 가중시켜 민간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에 맞서 연금노동자들이 나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과도한 기본권 제한과 침해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 공공기관 비정규직에게 가장 큰 피해주고 있다. 연금노동자 파업은 공공노동자의 노동권 뿐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고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연금개혁은 개혁이 아닌 개악의 내용으로 가득하다. 국민의 불안한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관심없이 그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으로 자본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현실 가능하지 않은 방안을 내세우며 제도의 불신을 키우고 제도의 기반인 사회적 연대가치를 훼손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악을 저지하고 공적연금과 국민노후를 지키겠다고 나선 연금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시민사회는 강한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김형균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노동자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국가권력의 정책에 맞서 노동3권 보장하고 노동자가 스스로 노사 자율로 교섭해서 임금 수준과 임금체계를 확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 문제는 연금 관련 노동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한국의 노동자들의 문제”라며 “평생을 일해 만들어낸 부의 일부를 연금의 형태로 노후에도 일정하게 삶을 보장하게 하는게 국민연금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연금은 두 차례에 걸친 개혁으로 반토막이 나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평생동안 사회의 부를 생산해 낸 노동자들이 산업폐기물이 됐으니 일할 때는 돈 더 많이 내고 늙어서는 돈 받지 말라는 자본의 음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민중들이 분노할 수 밖에 없고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게 받고 더 적게 받고 더 많이 내게 하는 사태에 분노할 수 밖에 없다”며 “노동조합과 전체 민중이 나서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연금지부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전주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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