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하림과 동원의 2파전으로 압축된 HMM 인수전. 시장에선 우려섞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HMM노조는 이번 인수전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인수전에 성공하더라도 6조원을 웃도는 몸값을 치루고 난 이후 ‘승자의 저주’에 걸려 토해 낼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자금력이 딸리는 하림과 동원은 무리하더라도 인수에 적극적이다. 일단, ‘남는 장사’로 보는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어째됐든 연내 안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까지 마친다는 방침이다.

◆자금력 부족 동원 하림, ‘남는 장사’? 

4일 HMM 매각에 대한 노조의 반응은 차갑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HMM 매각은 ‘졸속매각’이라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현금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참여를 원했지만 두껑을 열어 본 결과는 하림과 동원 두 그룹을 압축됐다.

두 그룹의 자체 현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인수 후에도 막대한 이자 부담과 녹록치 않은 영업 환경에 경영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그룹은 자체적으로 3조원 대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몸값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액수로 나머지 금액은 외부 차입과 계열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달해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하림과 동원은 각각 6조4000억원과 6조3000억원을 인수 희망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꾸렸으며,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의 자회사 동원로엑스를 앞세워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자산 유동화 등으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인수 후다. 현재 인수 후보들과 대주단이 협의한 선순위 대출 금리는 8%대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수기업이 3조원을 5년 만기로 빌릴 시 매년 2400억~28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하림이 HMM을 인수 하더라도 매년 2000억원대의 이자를 갚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는 게 우려 지점이다.

하림의 캐시카우 역할인 팬오션의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600억원에 불과하다. 유동성 자산을 다 합치더라도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작년까지 좋았던 영업환경과 올해 들어 악화됐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5232억원으로, 이는 전년 같은기간(1조1317억원)대비 반토막 났다. 영업이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02억원, 2305억원이다.

차입금 규모도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3분기 말 차입금 규모는 2조7127억원이다. 이 가운데 2년 미만 규모는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차입금 규모의 절반 이상이다.

동원그룹의 동원산업의 재무구조는 팬오션 보단 나은 편이다. 3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820억원이다. 유동자산을 끌어모으더라도 6890억원에 불과한 수준인 반면, 연결 기준으로 보면 1조1571억원, 유동자산은 4조원 가량이다. 단기 차입금 규모는 1조원 가량이다.

6조원 몸값에는 부족하다 보니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양사가 이처럼 무리하더라도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일단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다. 현재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원 가량이다. 3조원 만 외부에서 빌려 인수하면 3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23.11.09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3.11.09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노조, 졸속매각 비판… 산업은행, 매각 적기

두 그룹의 인식과는 달리 시장에선 최악의 경우 제2의 한진해운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마저 나온다. 특히, 산업은행과 HMM노조가 보는 HMM 매각의 시선은 정반대다.

2016년 HMM을 자회사로 편입한 산업은행은 HM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7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코로나19 이후 해운업이 호황기를 맞이해 HMM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지금이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하기 위한 매각 적기라고 판단, 인수 후보 물색에 나섰다.

이날 MMM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막대한 외부 자금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이렇게 되면 인수 이후 HMM은 자본수익 회수에 혈안이 된 투기자본에 의해 추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사모펀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전통 해운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시장에선 유찰 가능성도 보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며 유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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