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 닥터나우, 에버메디 등 진료 예약 앱 등장이 불러온 불편함
상대적으로 서비스 접근 어려운 고령층, 취약계층 ‘진료받을 권리’ 침해 우려도
전문가, “예약 비율 정하기 등 국가 차원의 점검과 대책 마련 필요”

 

병원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병원 이미지. [이미지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어플인가 뭔가로 미리 접수를 하고 와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데, 손주는 열이 펄펄 끓고 아주 속이 타서 미치죠. 돈을 줘도 진료를 못 받는다니 도대체 그게 뭐래요.”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60대 김 씨는(여) 얼마 전 16개월 된 손주를 데리고 집 근처 소아과를 찾았다. 울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다급히 들어간 병원 안내데스크 앞에는 ‘접수 마감’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당황한 김 씨는 간호사에게 진료 끝나려면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벌써 접수가 마감된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어플로 미리 예약한 분들이 계셔서 오늘 접수는 마감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애가 아프다는 (어린이집) 연락받고 급하게 병원엘 찾아갔더니 진료는 고사하고 일찍이 접수 마감됐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이 추운데 아픈 애기를 들쳐업고 병원 찾으러만 수십 분을 돌아다녔다. 젊은 사람들이야 이런 걸 잘 알고 하겠지만,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핸드폰 기본 조작도 잘 못 하는데 뭘 설치해서 진료 예약을 하고 말고가 되겠는가”라며 당시 상황 설명과 함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한 병원 진료 예약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앞선 김 씨의 사례처럼 주 진료 대상이 어린 아이들인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앱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병원 이용이 어려울뿐더러,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이이나 취약 계층 등의 불편함 역시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뿐 아니라 예약 앱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불편한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중랑구 모 병원에서 만난 A씨(30대, 여)는 “병원마다 규정이 달라 어느 병원에서는 호명했을 때 대답이 없으면 바로 (예약이) 취소되고, 또 다른 곳에서는 몇 분을 기다려준다. 그래서 어쩔 땐 예약시간이 지나고도 한참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같은 예약 어플을 사용하는 병원들끼리는 규정도 같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강 씨(27, 여)는 “예약 앱을 써도 1분도 안 돼 접수가 마감되니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이나 오픈런이 있다. 유료 앱을 쓰는데, 액수가 크진 않아도 돈값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복잡한 이중 시스템으로 예약받지 말고 이전처럼 백 프로 현장만 받던가 아니면 공공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병원 예약 앱 ‘똑딱’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유료서비스로 전환돼, 월 1,000원, 연간 이용권 10,000원을 내면 진료 예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똑딱은 유료화에 따른 의료접근성 문제와 더불어 개인 의료정보 수집 논란으로 지난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한정애·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업체가 수익을 위한 운영으로 국민의 의료 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료 예약 앱 공공화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조 장관은 국회에서 법률 개정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병원 예약 앱에 대해 사단법인 희망씨 이은선 상임이사는 “편익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긴 하나, 실제로 병원 예약 시스템이 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 존재하는 현시대를 배려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청소년과 관련된 의료는 특히나 섬세하게 다뤄져야 되는 문제인데, 이런 서비스는 대부분 민영 프로그램이다 보니 국가 시스템에서 더 보호해야 될 아이들이 되려 배제되는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앱을 통한 예약은 결국 기계가 하는 일이기에 병의 위중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100% 앱을 통해서만 진료 예약을 받는 병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이사는 “기차나 버스 예매 대란이 벌어지는 명절에 현장 발권 좌석을 따로 남겨두는 것처럼, 예약 앱 접근이 어려운 대상을 위해 병원 방문 예약과 앱 예약 비율을 정해두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성이 약해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피해는 온전히 시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에, 현장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본질적으로 개선하려는 국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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