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발표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refixing) 합리화
전환사채시장 불공정거래 집중 점검

23일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 김소영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23일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 김소영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사모 전환사채가(CB)가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확대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금융당국이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refixing) 합리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콜옵션 리픽싱 부여 비중이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고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사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CB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refixing) 합리화 ▲CB시장 불공정거래 점검 및 제재 강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원칙에 입각해 일벌백계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거래 악용, 3가지 대응책 내놓은 금융당국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작년 CB발행은 약 5.6조원 규모로 사모 방식 발행이 전체의 약 99.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콜옵션(미리정한 가액으로 전환사채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리픽싱 조건( 주가 변동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행위) 등과 결합해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대부분의 CB가 사모로 발행돼 기존 주주와 일반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불충분하다는 문제점 제기돼 왔다. 또, 발행기업이 실무상 혼선, 임의 조정을 통해 전환가격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할 경우 기존주주 이익 침해 문제점도 지적됐다. 만기 전 CB 재매각, 콜옵션 양도 등 제3자(특수관계인 등)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존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가지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먼저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은 전환사채 발행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구체적인 행사자, 정당한 대가 수수여부(발행기업이 제3자에게 콜옵션 양도시) 및 지급금액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한다.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를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한 후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처분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투자자들이 만기 전 취득 전환사채에 대한 보다 투명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만기 전 취득사유, 향후 처리방안(소각 또는 재매각 등)을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시가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예외 적용사유와 절차를 합리화한다.

현행 규정은 기업 구조조정과 같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70% 미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이 정관을 이용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통상의 사유(자금조달, 자산매입 등)를 이유로 최저한도(70%) 제한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있었다. 앞으로는 주주총회 동의(건별)를 구한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또,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해 일반 주주의 피해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도 사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산정시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토록 개선한다.

이와 함께 전환사채시장 불공정거래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조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신속 처리하는 한편, 사모 전환사채가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를 지속적으로 발굴·조사할 예정이다.

당국은 앞서 작년 1월 사모 전환사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총 33명을 부정거래 등 혐의로 검찰에 이첩한 바 있다.

◆ 현 방안 기업 부담 우려에 “보완방안  강구할 것” 

일각에선 이번 방안의 규제 강화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환사채가 중소·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인 점을 감안하여 시장 감시기능 강화를 통한 부작용 방지에 초점을 뒀다”며 “CB 발행동향 등 시장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필요시 보완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환가액 최저한도 예외 적용(70% 미만)을 받기 위해 매번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닌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전환사채 발행시점별로 주주구성 등 회사상황이 상이한 점 등을 감안해 주주보호를 위한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취지다”며 “통상적인 경우보다 높은 지분가치 희석을 가져오므로 주주 설득 및 동의 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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