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최광표 교육학 박사
칼럼니스트 최광표 교육학 박사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명절의 하나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설날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면서 맛있는 떡국을 먹고 윷놀이, 화투치기, 제기차기, 널뛰기 등의 전통적인 놀이를 즐기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설날은 조상(祖上)에게 차례(茶禮)를 지내고 웃사람에게 세배를 하면서 효도비와 세배돈을 주고받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필자는 퇴직하기 전에는 자녀가 취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도비를 받지 않고 세배돈만 주었다. 그러다가 퇴직하던 해에 자녀가 취업을 하게 되어 설날 세배돈을 주어야 하는지 안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였다. 그래서 생각 끝에 자녀에게 “올해부터는 내가 퇴직하고 너는 직장에 다니니 세배돈을 주지 않고 효도비를 받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자녀가 “효도비를 드리는 대신 그 돈을 보태서 결혼할 돈을 저축하겠으니, 설날 효도비와 세배돈을 서로 주고 받지 말자”고 제안을 해왔다. 자녀가 결혼비용을 스스로 저축하겠다는 말이 기특하고 솔깃해서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을 하고, 아내에게도 앞으로 설날 자녀와 효도비와 세배돈을 주고받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아내는 단호하게 “자녀가 주는 효도비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그 후 설날이 되면 자녀로부터 효도비를 받고 있으며, 상징적으로 효도비의 10%에 상당하는 세배돈을 자녀에게 주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고에서는 설날 주고받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인 효도비와 세배돈의 중요성과 순기능적(順機能的) 효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설날의 전통적인 미풍양속(美風良俗)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예로부터 사회적으로 널리 지켜왔던 도덕적 가치나 활동양식이나 생활습관 등을 말한다. 이러한 미풍양속(美風良俗)은 단순한 풍속을 넘어서 계승 받은 생활양식을 후대에까지 지속하여 전해도 될 만하다고 여겨지는 귀감이 될 만한 것들을 일컫는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온 것이기에 의식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시대적 흐름과 반하는 경우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명절인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복합적인 순기능을 가진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효도비는 주로 설날이나 추석때 자녀가 부모에 대한 존경과 감사와 예의를 표현하기 위해 부모님께 드리는 물질적 수단으로 금액보다는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세배돈은 설날 웃사람이 손아래 직계가족이나 친지 및 지인들에게 주는 사랑과 격려를 표현하는 물질적 수단으로 금액보다 덕담과 축복을 전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효도비와 세배돈의 순기능(順機能)

효도비와 세배돈은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전통적 가치를 나타내며 목적과 대상, 주는 시기와 방법에 일부 규칙이 있으나 가족이나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우리나라 고유의 미풍양속(美風良俗)으로 문화적 전통성(傳統性)의 계승, 가족적 정체성(正體性)의 확립, 매개적 상징성(象徵性)의 표현, 혈연적 유대성(紐帶性)의 강화, 그리고 윤리적 사회성(社會性)의 경험 등의 순기능(順機能)을 하고 있다.

첫째, 문화적 전통성(傳統性)의 확립이다. 전통(傳統)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ㆍ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을 말한다. 유교적 충효사상에서 비롯된 설날의 효도비와 세배돈은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새해의 시작을 의미있게 보내는 전통적인 풍습이다. 따라서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미풍양속(美風良俗)의 문화적 전통(傳統性)을 이어가는 중요한 실천적 행위이다,

둘째, 가족적 정체성(正體性)의 확립이다. 정체성(正體性)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집단이나 사회는 어디인가 또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말한다. 설날은 부모와 자녀와 형제자매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 함께 모이기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존재한다는 자각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따라서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존재와 정체성(正體性)을 확립하는 중요한 자각적 행위이다,

셋째, 매개적 상징성(象徵性)의 표현이다. 상징(象徵)은 눈이나 귀 등으로 직접 지각할 수 없는 개념을 단순화하여 매개적 작용을 하여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는 웃사람에 대한 존경과 감사와 예의를 상징하고, 세배돈은 아랫사람에 대한 사랑과 격려의 마음을 상징한다. 따라서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금액의 많고 적음 관계없이 존경과 감사와 사랑과 격려의 마음을 의미하는 상징성(象徵性)을 나타내는 중요한 매개적 행위이다.

넷째, 혈연적 유대성(紐帶性)의 강화이다. 유대(紐帶)는 두 사람 이상의 관계를 서로 연결 또는 결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설날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가족사이에서 주고 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물질적 연결고리가 되어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다. 따라서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가족의 혈연적 유대성(紐帶性)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참여적 행위이다.

다섯째, 윤리적 사회성(社會性)의 경험이다. 사회성(社會性)은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과 더불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충효와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유교사상에서 유래한 효도비와 세배돈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가정에서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사회성(社會性)을 경험하는 중요한 예절적 행위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명절인 설날 주고받는 효도비와 세배돈은 복합적인 순기능을 가진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효도비는 주로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물질적 표현이고. 세배돈은 설날에 웃사람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위한 물질적 표현이다다. 이와 같은 효도비와 세배돈은 문화적 전통성(傳統性)의 계승, 가족적 정체성(正體性)의 확립, 매개적 상징성(象徵性)의 표현, 혈연적 유대성(紐帶性)의 강화, 그리고 윤리적 사회성(社會性)의 경험 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한편, 효도비와 세배돈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액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며 가족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사정이나 가족의 관습에 따라 효도비와 세배돈을 주고받거나 선물을 주고받거나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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