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서린빌딩 사옥.  [사진=SK]
SK 서린빌딩 사옥. [사진=SK]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른 이후 최근 이어져온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12월 의장에 취임한 이후 SK 전반에 걸쳐 고강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로 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 기구다. 이 자리에 그동안 언론의 주목도에서 비껴 있었던 최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에 이어 서열 2위로 불리는 의장에 취임한 것은 SK그룹 전반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부는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최 의장은 2000년 7월 주5일제 도입 이후 사라졌던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하며 그룹 주요 계열사 CEO 첫 회의를 여는 등 그룹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간 SK그룹 경영은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대외 활동에 집중한 사이 전면경영인 체제로 중심으로 돌아갔다. ‘부회장 4인방’으로 불려진 조대식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현 SK(주) 이사), 장동현 전 SK(주) 부회장(현 SK에코플랜트 대표),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SK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최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르며 이들 ‘4인방’이 물러난 사실상 ‘2인 체제’ 체제로 변화한 것이다.

최 회장이 최 부회장을 의장 자리에 앉혀놓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 부회장은 화학 사업이 주력이던 SK케미칼의 바이오 사업을 강화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사했다. SK케미칼의 바이오 사업을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 키워 내놓은 결과물이다. 이외에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을 주력으로 하는 SK가스는 화학·수소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재계서는 ‘사촌 경영’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고 올해부터 SK그룹에 사업 재편 등 적잖은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의 사촌 동생 이다.

SK그룹이 그동안 추진했던 굵직한 M&A 성과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친 실망스런 성적표를 낸 것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과 재편, 신사업 발굴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조 단위 적자, 한국판 아마존을 만들겠다며 아마존과 손을 잡은 이커머스 플랫폼인 11번가의 적자 지속, 2021년 90억 달러(약 11조 원)에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의 지속되는 적자, 1조6천억 원을 투자한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의 기업 가치 하락 등 최근 2년 간 투자 대비 이렇다 할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실적도 크게 감소하며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4조5397억원 영업손실, 11조3792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1.2%(5463억원) 감소했다. SK온은 같은 기간 7565억원 단기순손실을 내며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반토막 난 2517억원에 그쳤다.

실적 부진과 ‘악수’가 된 M&A 결과물이 최 회장이 사촌인 최 부회장을 의장에 앉힌 배경으로 읽힌다.

재계서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최 부회장이 그대로 이어받아 고강도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경영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의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성과 뿐만 아니라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 성장을 가속화했다면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내실 다지기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장에 취임한 최 부회장은 SK그룹 전반에 비대해진 조직 군살빼기와 함께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SK네트웍스 산하 SK매직의 가스 및 전자레인지·전자 오븐 사업 영업권을 매각 정리에 나섰다. ‘아픈 손가락’인 11번가는 매각을 진행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다 그룹에 위기감이 찾아모면 오너 경영 체제로 힘을 집중하는 모습이 이번 SK그룹에서도 나타난 것 같다”며 “최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오른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친정 체제로 방향 전환과 함께 그동안 SK디스커버리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한 만큼 위기감이 커진 그룹 전반에 걸쳐 사업 재점검을 통해 쇄신 작업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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