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인화 이시훈 노무사
노무법인인화 이시훈 노무사

 

A사의 사업주 甲은 근로자 乙의 근무태도가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걸핏하면 지각을 하고, 동료 근로자들과 불화를 일으키고, 실수를 남발하는 등 골칫덩어리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마음만 같아서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乙을 해고하고 싶지만 최근에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조차도 어렵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해고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乙이 제 발로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던 甲에게 희소식이 들려왔으니, 乙이 2월까지만 근무하고 퇴사하겠다고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다. 

乙에게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을 산정하고 있던 甲에게 이러한 생각이 들어온다.

'乙은 일주일에 2, 3번은 지각을 하고, 애초에 일도 잘하지 못했어. 맨날 다른 직원들이랑 싸워서 일도 잘 안되고 말이야... 내가 乙 때문에 받은 피해가 얼마인데 퇴직금을 전부 줘야한다니... 이건 너무 부당하잖아? 최소한 乙이 실수해서 손해가 난 것 만큼은 퇴직금에서 빼고 줘야 덜 억울하겠어.'

 

이는 최근 자문을 맡고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로부터 상담이 들어온 사안을 대략으로 기록한 것이다. 사업주 甲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퇴직금에서 일부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퇴직금 상계)이 적법한지는 다른 문제이다.  


Ⅰ.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제43조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근기법에서 위 규정을 정한 취지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즉,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사용자가 마음대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없게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甲은 비록 乙의 근무태도 및 실적이 불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乙의 퇴직금에서 일부를 공제할 수는 없다.


Ⅱ. 공제가 가능한 경우는?

 

1. 계산의 착오로 초과지급한 경우 - 허용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금에서 까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판례는 "만일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지급되었을 때 그 행사의 시기가 초과지급된 시기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합리적으로 밀접되어 있고 그 금액과 방법이 예고되는 등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경우나 근로자가 퇴직한 후에 그 재직 중 지급되지 아니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초과지급된 임금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계산을 잘못해서 지급한 경우에 한하여 퇴직금 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2. 근로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 불허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구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즉, 근로자의 동의를 받으면 "퇴직금에서 깔게"를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행정해석은 "퇴직연금제도의 취지에 따라 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동의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퇴직급여의 공제 또는 상계는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고용노동부에서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보다 훨씬 엄격하게 퇴직금의 상계를 취급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금에서 일부를 일방적으로 공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Ⅲ. 결론

 

법 규정과 판례, 행정해석을 살펴본 결과 비록 乙의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이로인하여 甲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乙의 퇴직금에서 일부를 공제하는 "퇴직금에서 깔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甲에게 실질적으로 계산이 가능한 손해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민사상 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손해액을 미리 퇴직금에서 까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소개한 사례 외에도 근로자의 급여에서 일부를 일방적으로 공제를 하는 사업주들이 아직 존재하지만 대부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전액 지급원칙(임금 전액지급원칙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반할 여지가 크기에 사전에 법 저촉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을 제언드린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