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오른쪽).  [사진=각 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오른쪽). [사진=각 사]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이 안건으로 내놓은 배당액 변경과 정관 변경 등을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 간 세 결집이 한창이다. 최근 3주 사이 심화된 양사의 갈등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 기간 의결권 자문사마다 안건에 따라 영풍과 고려아연 측에 손을 들어주고 있어 어느 한쪽이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여기에 우호세력까지 합한 영풍과 고려아연 지분 차이는 1% 차이 내외에 불과해 표 대결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결국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란 전망에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표 대결 예고한 상황, 설전 오가며 갈등 격화

이번 고려아연 주총을 앞둔 양사의 갈등은 작년과 비교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양사가 배당액과 정관 변경을 놓고 서로 반박, 재반박을 오가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는 75년 전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의 동업으로 시작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주총에서 사상 첫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갈등의 서막은 영풍에서 쏘아올렸다. 지난달 21일 정관 변경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면 기업가치와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해 ▲주가하락 ▲지분가치 희석 ▲배당금 감소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내용 등의 반대 의견을 내는 캠페인을 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질세라 고려아연은 26일 반박문을 냈다,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현 정관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의해 제정된 상장회사 표준회사 문구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이후 전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 상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에 맞지 않고 내용이 불명확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며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없다. 정관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영풍 측 제안에 반대한다.”

이후에도 양사는 입장문을 내며 한 치의 양보 없이 설전을 이어갔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 유지라는 사적 편익을 위해 정관개정을 추진한 것”이라 비판에 나섰고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의) 경영간섭이 도를 넘었다”며 비난하는 등 갈등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았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격화된 것은 정관 변경안이 경영권 분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 상태만 놓고 본다면 예단하기 어렵지만, 양사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라는 점에서 더 이상 수위를 높이지 않으며 표 대결에 집중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일단 정관 변경 안건은 양사 간 협의 없인 부결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정관 변경은 보통결의가 아닌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여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특수관계 및 우호지분을 포함한 영풍 측, 고려아연 측 지분율은 각각 33%, 32%다.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참석률이 평균 85% 정도임을 감안 하면 영풍 승리가 높게 점쳐진다.

표 대결로 가면 배당액 변경 안건에서 결정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의 두 배인 주당 1만원으로 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의결권 자문사도 엇갈려

자문기관은 각각 안건에 따라 찬성 반대를 권고하며 표 대결에 불을 지피고 있다. 리앤모어그룹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13일 “영풍의 1만원 배당 요구는 그 이유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회사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며 고려아연에 손을 들워줬다.

이와는 반대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날 “영풍이 주주총회에서 수정제안 할 주당 1만원의 배당금안이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 부합한다고 판단, (고려아연)이사회 안에 반대를 권고한다”며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낸 KCGI자산운용도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이견이 있는 주당배당금 관련 1만원을 제안한 영풍 측 안건에 찬성해 주주환원 입장에서 일반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작년 말 고려아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3천억원, 단기투자자산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고려아연 배당안이 통과될 경우 배당금 규모는 1040억원 이다. 영풍의 수정제안이 통과된다면 배당금 지급액은 2,080억원 이다. 현금성 자산 규모로 보면 주당 1만원 배당이 되더라도 충분한 수준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작년 중간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기지급했으며, 2021, 2022년 각각 주당 2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양사는 세 집결을 위해 약 26%를 보유한 국내외 기관 및 소액주주 표심을 자극하는 한편, 캐스팅보트로 거론되는 8.39%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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