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코너는 우리네 어제전통시장의 와 오늘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전통시장이 갖는 역사와 유래, 고유의 기능 및 현재 전통시장이 겪는 어려움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종로광장시장 [사진=김종숙 기자]
100년의 역사를 지닌 종로광장시장 [사진=김종숙 기자]

 

[시사프라임/김종숙 기자] 명실상부 100여년의 긴 역사를 지닌 종로5가역 7번출구로 나가면 종로광장시장이 있다. 이 곳은 부담없이 즐기는 국민간식이 풍요로워 현지인은 물론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늦은시간까지 문전성시하는 곳이다. 그래서 시장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장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 맛집이  많아도 너무 많다.

얼마 전 광장시장이 바가지 논란으로 언론과 시민들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 여파로 상인들은 힘들었을 터. 바가지 업소 한 두 곳 때문에 전체가 도매급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논란의 해당 업소는 10일 영업정지와 바가지를 막기 위한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게 됐다.

이후 광장시장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따뜻한 주말을 맞아 찾아봤다. 입구부터 문전성시. 대서특필한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현장은 활기에 날개를 달은 것 같았다.

춘절을 맞아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까지 관광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리는 말 속에 중국인들이 다수 였고 일본어도 간간히 들렸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초입에 광장시장 명물 꽈배기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 도보까지 이어진 긴 줄은 초행길에 어리둥절했다. 자세히 보니 그 앞쪽으로 꽈배기 줄서는 곳이라고 팻말이 붙어 있었다. 또 다른 줄은 호떡을 사려는 사람들로 길게 꼬리를 물었다.

 

​꽈배기 맛집앞에 사람들이 도로까지 길게 줄지어 있다. 꽈배기 하나먹기 위한, 인내심도 좋은 날씨 속 행복해 하는 사람들 [사진=김종숙 기자] 
​꽈배기 맛집앞에 사람들이 도로까지 길게 줄지어 있다. 꽈배기 하나먹기 위한, 인내심도 좋은 날씨 속 행복해 하는 사람들 [사진=김종숙 기자] 

 

산해진미가 다 있는 곳, 외국인들도 앉아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막국수와 오뎅국물, 보리비빔밥을 먹고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산해진미가 다 있는 곳, 외국인들도 앉아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막국수와 오뎅국물, 보리비빔밥을 먹고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바가지 논란에 “한동안 장사 안됐어…유투버가 과장 표현”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한국인부터 외국인까지 삼삼오오, 또는 열명 남짓 한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포차에서 육회를 먹고 생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정겨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보리비빔밥도 인기가 많았다. 상추, 콩나물, 열무, 오이 무침등 갖가지 야채와 나물들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시각적인 맛까지 더했다.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잔치국수, 칼수제비, 비빔냉면, 열무냉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시장에서 맛 볼 수 있는 메뉴다. 이를 즐기려는 외국인들도 포차주변으로 둘러 앉았다.

네플릭스 길위에 셰프들 방송에 나왔다는 박가네 빈대떡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광장시장하면 녹두빈대떡일 것이다. 필자도 맛을 보기 위해 하나 주문했다. 혼자냐고 먼저 물어봤고 다음으로 현금 아닌 계좌이체 되냐고 하니 카드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상인의 표정은 일에 지쳐서 인지 너무 바빠서 인지 무표정과 말투 속에서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식감은 괜찮았지만 배가 금방 차는 듯 해 남겨놓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같은 업종의 상인에게 최근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물어봤다. “아휴, 말도 말아요. 처음에 사람들이 오지도 않고 또 와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외국인까지 많이 온 것 갔다”고 했다.

호두빵을 파는 상인은 “한동안 장사 안됐죠. 그런데 그 유튜버가 과장되게 표현해서 퍼트린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꽈배기 하나 먹기 위해 기다린 보람있네. 외국인들도 맛보고 싶은 꽈배기 줄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아 먹고 싶다. [사진=김종숙 기자] 
꽈배기 하나 먹기 위해 기다린 보람있네. 외국인들도 맛보고 싶은 꽈배기 줄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아 먹고 싶다. [사진=김종숙 기자] 

 

안쪽으로 몇 걸음 더 하니 커피숍이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앉았다. 오렌지 네온싸인이 반짝이는 색다른 감성의 일호상회. 그래서인지 간이 의자도 주황색으로 된 드럼통이었다.  컵도 주황색.  벌집모양의 컵홀더를 끼워 줬다. 시장 안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오래 전 레트로 감성이 묻어난 베를린 카페에 앉아 있는 듯했다.

 

시장표 음식들이 천지다, 무엇부터 먹을지 고민이 된다. [사진=김종숙 기자] 
시장표 음식들이 천지다, 무엇부터 먹을지 고민이 된다. [사진=김종숙 기자] 
골목이 좁은건지, 사람이 많은건지, 지나가는 길이 틈이 없다. [사진=김종숙 기자] 
골목이 좁은건지, 사람이 많은건지, 지나가는 길이 틈이 없다. [사진=김종숙 기자] 

◆“이미지 실추, 바가지 안씌웠으면…”

광장시장을 방문한 손님 일부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에서 올라온 A양은 “뉴스를 통해 들었다. 솔직히 기분은 안좋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날씨도 좋고 해서 남자친구와 같이 장 구경도 하고 빈대떡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다른 B씨는 ”국내 내로라 하는 광장시장은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인데 우리나라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 같아 솔직히 뉴스 접하고 실망스러웠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느낌을 받았다“며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사람들로 부대끼며 걷고 있을 때 앞에 긴 줄이 골목까지 이어졌는데 알고보니 유명한 떡볶이집이란다. 빨간 고추장인가 싶었는데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와 마늘로 숙성시킨 양념소스를 사용하고 있다. 떡은 통쌀가래떡을 사용했고 철판위에 하얗게 쌓아올린 것은 무였다. 물이 들어가지 않고 무에서 나오는 즙으로 맛을 내는데 무 식감도 좋고 적당히 매콤하고 무의 천연단맛이 잘 어우러져 손님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외국인들이 포차에 앉아 국내 음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외국인들이 포차에 앉아 국내 음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옆집 찹쌀 도넛도 유명했다. 도넛과 꽈배기 하나 먹기 위해 긴줄 마다 하지 않고 사람들은 서 있다. 착한 가격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는 집.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십원빵도 흥미로웠다. 안에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가 있고 한입 베어물면 치즈가 쭉쭉 늘어난다.

이 곳 광장시장은 100년의 역사속에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듯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무렵 늦은 시간까지 전과 부침, 족발, 순대를 비롯한 장터 단골 메뉴가 골목골목을 가득메운다.

그 외도 반찬가게, 이불가게, 포목점, 구제상가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채 날마다 젊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광장시장을 뒤로 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시장에서 나왔다.

광장시장(廣藏市場)은 백과사전에 의하면 서울특별시 종로구 예지동에 위치한 시장으로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종로4가와 예지동일대에 자리 잡은 배오개(이현(梨峴)) 시장은 조선 후기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1905년 한성부에서 시장 개설 허가를 낼 당시 동대문시장으로 명칭을 정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에는 '광장시장'으로 불렸다.

이 시장을 광교(너른다리)와 장교(긴다리) 사이를 복개하여 지으려고 한 이유로 그 다리 이름의 첫 머리를 따서 '너르고 긴'이라는 뜻의 '광장(廣長)'이라 이름을 지었으나, 실제로 그곳에 짓지는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토목 기술로는 큰 비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배오개로 터를 다시 옮기게 된다. 배오개에서 개설한 후에도 이름을 발음 그대로 하되 '널리 모아 간직하다'는 뜻을 새로 담아 현재의 '광장(廣藏)시장'이 되었다.

100년의 역사를 보존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선조들의 후한 인심으로 일궈온 터일게다. 이를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서는 얼마 전의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바가지 요금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관광산업을 발전 시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