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심 사장, 봉제공장 뒤로 하고 옷 가게 앞에 오백원빵 오픈
젊은 학생 단골손님도 생기며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아 ‘웃음꽃’

봉제공장을 뒤로 하고 신설동 역 근처에서 오백원빵을 파는 송경심 (60세) 씨.  [사진=박시나 기자]
봉제공장을 뒤로 하고 신설동 역 근처에서 오백원빵을 파는 송경심 (60세) 씨. [사진=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오백원빵’. ‘십원빵’이 유명세를 타면서 동전 화폐를  모티브로 한 ‘백원빵’ ‘오백원빵’을 파는 가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MZ세대들의 인기 간식거리로 자리잡으며 유명한 가게는 핫플 장소로도 뜨기도 한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없기에 찾는 수고로움은 필수다. 

기자도 오백원빵을 파는 노점이나 가게를 찾기라 여간 쉽지 않았다. 도움을 받아 신설동역에서 5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오백원빵을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지역은 걷다보면 크고 작은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길거리 상점은 묻지도 않고 입주를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건물 중간중간 임대 문의라는 문구가 종종 보인다. 고물가와 임대료 상승에 자영업자의 생계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폐점을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래서인지 이날 맛도 궁금했지만 오백원빵을 파는 주인의 사연이 궁금하기도 했다. 송경심 사장(60세). 오백원빵을 파는 곳에 정착하는 시점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무스탕 밍크 옷을 만드는 봉제공장을 남편과 함께 운영하다가 납품업체들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가지고 있던 집까지 팔아서 모든 빚을 청산하고 이곳에 옷가게를 오픈했다고 한다. 송 씨는 “큰 길가에 가게를 오픈하면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장을 접으면서 남은 옷들을 팔기 위해서 과감하게 가게를 시작 했어요.” 

하지만, 경제적 타격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무스탕, 밍크 옷을 팔기에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선득 옷을 고르지 못한다는 것.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옷이 좋다는 것을 알았지만 코로나 시기에 다소 비싼 가격을 주고 옷을 살 수 있는 생활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설상가상으로 양 옆의 가게들이 떠나면서 공실이 늘어나며 주변 상권이 죽어가는 침체기를 맞이했다.

인근 가게들은 오후 4시가 되어야 문을 여는 술집이다보니, 송 씨의 가게를 찾는 발걸음이 없자 가게 안은 찬바람만 불었다.

오백원빵을 시작한 시점이 여기서 찾아오며 송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게 된다. 

어떻게 하면 재정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곳 유동인구가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청년들의 간식거리가 될 수 있는 오백원빵을 가게 앞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백원 빵이 광장시장에서 청년들의 반응이 핫 하다는 소식에 당장 기계를 설치하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빵 장사를 시작하다보니, 이번에는 사람들의 걸음속도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역 근처라서 오고가는 행인들은 많았지만, 다들 이동인구가 많아서인지 쉽사리 여유있는 걸음으로 빵을 찾는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근처 고시텔과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한 두명이 찾아와 빵을 사먹고 이젠 매일 오는 단골손님도 생겼다.

무스탕 모피등으로 큰 돈을 벌었던 송 사장에게는 빵 값은 푼돈 벌이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아픔 탓인지 오백원빵은 송씨에게 효자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빵이 구워질때마다 쌀 빵의 구수한 향과 치즈의 달콤한 향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멈춰서게 한다. 물가상승으로 사람들은 간편하면서도 저렴한 한 끼 식사를 찾게 되는데 지갑이 얇은 학생에겐 오백원빵이 한끼 식사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오백원빵은 가격이 오백원이 아니라 오백원 모양의 쌀 빵에 치즈가 쫀듞쫀뜩하게 들어있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수 있는 한 끼 간식이다.

기자도 이날 오백원빵을 처음 먹어보게 됐다. 그 사이 오백원빵 사러 온 20대 학생은 “사장님 오백원빵 1개 주세요.”  송 씨는 오백원빵 1개를 쌓아 학생에게 건넸다.

기자는 학생에게 “자주 오냐고” 묻자 “생각날 때마다 들려요. 여기 근처 고시텔에 살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 붕어빵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사장님이 파는 붕어빵이 맛있기도 하고요.”

학생이 떠난 후 송 씨는 기자에게 “단골손님이야. 일주일에 한번씩은 들려. 겨울에는 빵 굽기가 쉽지 않은데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찾아 줘서 사가니 힘이 난다”고 했다. 

얼굴에 주름 진 만큼 힘든 시기를 겪은 송 사장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웠다. “오늘도 준비한 만큼 다 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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