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 이루자 3.
'나라다운 나라' 이루자 3.
  • 한상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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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 편이니?”
요즘 모임에 나가면 ‘법무장관 조국 vs 검찰총장 윤석열’ 중 어느 쪽에 설 건지를 강요하는 질문들이 많다. 양비론을 펼치면, 회색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에 설라치면,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오늘의 자신’을 마주하고 당혹해 진다.

‘조국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완전히 양편으로 갈렸다. 대통령도 아닌 ‘장관 거취’를 놓고, 이렇게 온 나라가 극심한 분열상을 보인 적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반가움과 술잔이 오가는 지인들 저녁 자리에서도 '조국' 이야기가 나오자, 돌연 싸늘해졌다. 처음엔 의견이, 그다음엔 주장이 쏟아졌고, 급기야 ‘배웠다는 작자가 사리 분별이 그 따위냐’ 등 험악한 말이 오갔다.

진화를 하려고 하니, ‘물 타기냐’,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냐’고 욕만 먹고 말았다. '조국'의 '조' 자도 꺼내면 안 되겠구나 라고서, 저녁 자리가 파한 뒤 결론을 내렸다.

도대체 ‘조국’이 뭐라고 명절에도 모처럼 만난 친척들이 그걸 두고 불화하고, 즐거워야 할 친구들 간의 모임이 말다툼 끝에 얼굴을 붉히고 헤어져야 할까. 거리 집회에서 드러난 모습 이전에 일상생활에서 이미 갈등과 분열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복기해보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8월 9일이었고, 8월 19일부터 언론에서 조국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 집회를 열어 ‘조국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국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국회에서 여야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상태였던 8월 27일, 갑자기 검찰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전원 등을 압수 수색 했다. 9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조국 후보자가 기자 간담회를 했다. 

9월 3일 검찰이 또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다.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검찰이 그날 밤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정치적 사안인 장관 임명 절차가 법적 사안으로 변질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민 끝에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그 이유를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다.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검찰은 정면대응으로 맞섰다. 문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사이, 9월 23일 조국 장관 집을 11시간 동안 압수 수색을 했다. 9월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압수수색을 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9월 27일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질타했다. 대검찰청은 곧바로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응수했다.

결국 검찰의 법무부장관 임명 개입으로 시작된 정부·여당과 검찰의 마찰이 점점 강도를 높여가다가, 마침내 대통령과 검찰의 ‘정면충돌’로 치닫게 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카드를 접을 수 있는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 장관 임명 직전, 그리고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등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검찰이 압수수색, 기소 등 무리한 행동으로 문 대통령의 선택 여지를 없애고, 퇴로를 가로막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찬성했던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의원들도 뒤늦게, 윤 총장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결과적으로는 검찰이 정치의 과정에 뛰어들었고,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극대화된 건 사실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날 즈음 늦은 밤, 조 장관(당시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역 원로 정치인은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의 공천은 검찰의 손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진노나 불쾌감이 9월 28일 저녁 촛불집회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검찰의 행태를 보고 “검찰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분노한 민심이 표출된 것이다.

촛불집회 참석자 중에는 ‘조국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조 장관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개혁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기류는 리얼미터가 실시한 지난 9월 24일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답변이 49.1%, ‘적절하다’는 답변이 42.7%였다.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조 장관 임명에는 반대하지만,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방증이다.

‘조국 사태’ 초기에는 확실히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검찰 수사가 너무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조국 장관을 사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조금씩 늘고 있다. 조 장관을 밀어내려는 검찰의 과잉 수사가 오히려 조 장관 찬성 여론을 높여주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노여워해야 할 일에 대해서 노여워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했다. 마땅히 화를 내야 할 때 마땅한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중용’이라고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식 강연에서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유지였다. 

나쁜 정당에 표를 주지 않을 수도 있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을 수도 있고, 촛불집회에 나갈 수도 있고, 인터넷에 댓글을 달수도 있으니,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은 분노 사회로 모두 화난 얼굴이다.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900회 넘는 전쟁을 치르면서, 민족성이 전투적으로 바뀐 것일까.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곳곳에서 폭발한다. 때로 이 힘은 역사를 이끄는 긍정이 됐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부정이 됐다. 

서초동으로, 광화문으로 편을 가르고 진영을 나누어 100만이니 300만이니 세를 과시하는 숫자 대결도 한창이고, 증오와 조롱을 주고받는 단호한 혐오도 넘쳐난다. 온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져 적대하는 듯하다. 

시민의 열망을 언어로 조직하고 집약하며, 소통시키는 ‘정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왜 민주의 역량을 공화로 전환하지 못하고, 도로 광장으로 돌아가 버렸는가.

내몰린 약자들의 온갖 죽음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가고,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또다시 대량 살 처분이 진행되며, 아베 침략으로 무역전쟁은 지속되고 성장률은 곤두박질치는데도,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윤리의 금도를 낮추고 공정의 기준을 파괴한 행정에, 위태를 넘어 파탄을 맞은 국회 정치의 실종에, 어설픈 칼춤을 함부로 추어대는 사법 권력의 미숙에,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막막하고 답답한 세상에, 실망한 시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광장으로 몰려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검찰개혁’과 ‘정치개혁’ 등 아직 촛불의 행진이 가야 할 길은 멀다. 강한 공권력을 휘두르며 그 뒤에서 부정과 불의를 저지르는 정권들에 우리는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경찰차벽 앞에서 노래를 했고, 물대포에 온몸으로 저항했다. 그리고 적폐의 코앞에 촛불을 들이댔다. 촛불을 앞세운 시민의 행진에 결국 경찰차벽도 무너졌고, 적폐의 한 모서리도 쓰러졌었다. 

한편 주말인 10월 5일 저녁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를 포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다. 모인 시민들의 수는 9월 28일 보다 더 늘어 경찰은 통제 구간을 400~500m가량 확대했다고 하며, 아마도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조국 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서초역을 중심으로 반포대로 8개 차선, 서초대로 10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3년 만에 다시 불붙은 이번 촛불은 ‘검찰개혁’이 요체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자칫 ‘검찰개혁이 좌절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궐기했을 것이다. 

나아가 숨죽이고 있던 사회 곳곳 기득권 세력이 검찰을 앞세워 본격적인 ‘반개혁’ 저항에 나서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게 됐을 것이다.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 여권도 이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와 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하 개국본)는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측은 "태극기집회와 숫자 싸움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공식적인 집계 인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개국본 측 관계자는 "300만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초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포대로와 서초대로 네 방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그 방향에 맞춰 집회 참가자들은 서초역 사거리 동서남북 차로를 모두 차지하고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무대에 오른 전우용 역사학자는 "우리 헌법 전문에 나오는 '정의'와 '인도'는 100년 전 3.1운동에서 낭독한 독립선언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헌법가치이자 민족정신인 정의와 인도를, 검찰은 지키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등 진자 범죄에 대해 언제 제대로 한번 수사한 적이 있나"라며, "정의롭지도 않고 인도적이지도 않은 검찰, 책임지지도 않고 견제 받지도 않는 권력을 개혁하자"고 촉구했다. 

서기호 전 판사는 "정치검찰이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의도로 편파수사, 가족인질극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엉터리 수사를 하느라 삼성 바이오 이재용, 패스트트랙을 방해한 자유한국당, 입시비리 나경원 등 진짜 검찰이 해야 하는 수사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전날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증언을 인용해 "이런 검찰은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의 총대를 메고 있는 조국 장관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 민주동문회의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 낭독, 교수들과 해외 연구자 7732명의 검찰개혁 지지성명, 해외 한인회의 지지발언 등이 이어졌다. 또 '더럽혀진 태극기를 되찾아오자'며 태극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5일 서초동 촛불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은 “뼈를 깎는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손톱을 깎았다”며, 검찰이 최근 내놓은 개혁안을 비판했다. 

이번 수사에 대한 불신은 과거 은폐·왜곡수사의 업보이기도 하다. 물론 “조국이란 사람에 대해선 부정적”이라면서도, “검찰개혁에선 물러설 수가 없다”고 말한 이처럼, 조 장관 개인과 검찰개혁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참석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 시킨다”(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 진술)는 임은정 검사의 질타를 검찰 수뇌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1998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은 법무부를 찾아 자신을 핍박한 검찰에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 말을 휘호로 써서 대검찰청 회의실에 걸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검찰은 바로 서지 못했고, ‘검찰개혁’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검사 출신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다. 검찰 권한이 약해지면, 정치적 중립은 자연스레 따라 온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검찰개혁이 이슈가 되지 않는 건, 검찰이 우리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지 않기 때문이란 뜻이다.

김영삼 대통령 특별 지시로 서울지검에 12·12와 5·18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 1995년 12월,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고, 어느 검사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불과 몇 달 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한한 논리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찰이 이번엔 그들을 잡아넣기 위해, ‘명운을 건 수사’에 들어간 걸 두고 한 말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전례 없는 직접 대화에서 검사들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도 그것이었다. “권력이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검찰을 독립시켜 달라, 대통령이 인사하지 말고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달라, 정치권력과 분리되면 올바른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검찰과 거리를 두려 애썼지만, 그것이 ‘올바른 검찰’을 만들지 못했다는 건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활용했지만, 어느 순간 검찰 스스로 여야를 이리저리 치며 정권을 판가름하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사법기관은 한국 검찰이 거의 유일하다. 과도한 힘을 가진 집단은 그 힘을 항상 착하고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중립’이란 우산을 쓰고 스스로 ‘절대 권력’이 되려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대대적 수사를 벌여 장관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건 그런 징표로 읽힌다.

검찰 손에 예리한 칼을 쥐여 주되 잘 제어해서 ‘착한 칼잡이, 올바른 칼잡이’로 만들겠다는 건 어리석은 기대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1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 수사를 인정 하겠다”며, 방대한 규모의 특수부를 용인했다. 그 특수부가 지금 대통령 인사권에 개입하고 국회 권한을 넘나들며, 법무부장관의 적격 여부를 가리겠다고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조국 장관을 겨눈 검찰 수사는 진정한 검찰개혁, 곧 검찰의 힘을 확실하게 빼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강조하며,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를 지시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란 뜻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법무부에서 입수한 ‘2013~2019년 특수부 소속 검사현황(파견검사 포함, 부부장 검사 이하)’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23명이었던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는 적폐수사가 한창일 때인 2018년 43명까지 늘어났다. 
  
특수부 검사현황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까지는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가 20명 안팎을 유지했다. 매년 8월을 기준으로 ▶️2013년 16명 ▶️2014년 23명 ▶️2015년 28명으로 오름세를 유지하다, 2016년에는 23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25명 선이었던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숫자는 적폐수사가 본격화한 2018년 43명에 이르렀다. 올해는 지난 8월 기준으로 35명이었다. 중앙지검 특수부가 23명에서 43명까지 늘어났지만, 전국의 특수부 검사 숫자는 같은 기간 52명(2016년)에서 62명(2018년)으로 상승 폭이 중앙지검에 비해 적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곧바로 서울 등 3곳만 남겨두고 나머지 지방청 특수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엔 4개 특수부 말고도 공정거래조사부 등의 이름으로 직접 수사를 하는 부서가 여럿 있다. 간판만 바꿔 달거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방 특수부 몇 개 없애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윤 총장이 ‘특수부 축소’를 치고나온 건, 일단 ‘소낙비를 피 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일시적 변화로 끝나지 않으려면, 대통령령 개정 등을 통해 법무부장관이 치밀하고 뚝심 있게 제도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검찰 개혁’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이뤄내고, 엄정한 법 집행 및 인권 보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검찰은 조직 개편 및 수사 관행 개선에도 노력해야겠지만,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윤 총장은 지난달 29일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말이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조국 수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수사 개시 시점부터 부적절했고, 절차와 과정도 과잉이란 지적을 받을 만했다. 청문회 이전 압수수색과 도중의 심야 기소에 이은, 11시간 압수수색 논란이 역풍을 불러왔다. 검찰의 일방적 피의사실 유포에도 불구하고, 핵심 쟁점에 대해선 여전히 반론이 강력하다. 

특히 10월 1일 <피디수첩> 보도는 검찰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주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동양대 직원 등의 증언은, 검찰 ‘졸속 기소’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의 신뢰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검찰이 가장 역점을 두어온 사모펀드 수사도 100억 원 안팎의 거금을 투자한 물주들의 범죄를 덮어주는 조건 아래, 정경심 교수를 겨냥한 ‘짜 맞추기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윤석열 검찰’은 개혁안 추진과 함께 진행 중인 수사도 재점검하기 바란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는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 5일 밤 귀가했다. 검찰은 조만간 정 교수를 다시 불러 보강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추가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아울러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2차 소환한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결과를 내놓고 국민과 사법부의 평가를 받기 바란다. 

여야 역시 휴일에도 공방을 이어갔다. 6일 더불어민주당은 "서초동 집회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광장 민주주의의 부활"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실상의 관제집회였다"면서 평가 절하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의민주주의 포기다. 정치 실종 사태를 초래해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해서 국민 목소리가 잘 수렴된다면, 생업에 바쁜 시민들이 광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집회 참여 규모를 두고 정치권이 진영 간 경쟁을 부추기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세 과시의 유혹을 떨쳐 내고, ‘어떻게 하면 국민이 편안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임을 알기 바란다.

시민이 거리로 나서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견해를 직접 권력기관에 전달하려는 것일 수 있고, 자기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기관에 힘을 보태려는 행동일 수도 있다. 정당으로서는 시위대의 주장이 자기네와 일치할 경우 이를 응원의 함성으로 여길 법도 하다. 

대규모 집회로 많은 경찰이 동원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갈등 사안을 풀어내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능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시위가 정치적 공방에 함몰된 정치권의 힘 과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조국 블랙홀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국제관계도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그래서는 국민만 더 힘들어질 뿐이다. 여야는 하루빨리 정국을 정상화해 국민의 아픈 곳을 살펴야 한다. 

시급한 국정 현안이 사실상 올 스톱된 지 오래다. 정치 부재로 꼭 필요한 국정 현안들의 논점이 흐려지고, 집결되어야 할 시민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지지층을 선동하는 정치를 접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시민 여론을 수렴하고 조정하고 결정하는 건 결국 국회의 몫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이 핵심 수단들이다. 그런데 ‘검사장 직선제’ 등 검찰에 대한 국민통제를 제도화할 다른 방안도 많겠지만, 이 역시 국회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촛불 시민들은 언론개혁도 외쳤다. 언론 스스로 성찰할 대목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조국 블랙홀’ 상황을 방치할 게 아니라,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에 매진하고, 민생도 챙겨야 한다. 촛불의 요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회의 활성화는 민주주의(집회결사의 자유) 그 자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 불법과 부조리에 대한 지적을 아젠다로 만들어 해결하는 '실용적' 성과도 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의 컨벤션경제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

광화문 집회에서도 "조국장관이 싫어서 왔지, 한국당을 좋아하진 않는다"는 한 청년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광화문 집회 이후 보수는 진보 측과의 세 대결뿐 아니라, 진영 내 통합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온 국민이 단합해 나라 안팎의 위기를 헤쳐 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러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방치한다면 무책임한 짓이다. 하지만 광장에 시민들이 몰려나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강력한 민심의 발로다. 작금의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어 직접 거리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개천절인 10월 3일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원, 보수 기독교단체, 태극기부대 등 범 보수 세력이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었다. 촛불집회의 맞불 성격인 이 자리에서는 '조국 파면'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수단체들은 오는 9일이나 12일 같은 곳에서 비슷한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양 진영의 대중 집회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갈수록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것 같다.

서초동에 나온 시민도, 광화문의 시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3일과 5일 집회 모두 주최 측은 몇 백만 인파가 모였다고 주장한다.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은 분명하다.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왔다며, 참가 인원수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이 와중에 ‘편 가르기’를 부추기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건 스스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르는 것과 같다.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집회를 여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직접민주주의는 시민의 대표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문제는 제도권 정치가 이런 시민의 뜻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정치 실종’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집회 참석자들의 주장은 엇갈린다. 정치권이나 검찰이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민심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오히려 듣기 싫은 소리를 골라 들어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다. 특히 검찰은 자신들을 향한 개혁 목소리가 왜 높은지, 개혁 방안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 광장에선 조 장관 진퇴를 뛰어넘어 ‘공정’과 ‘불평등’, ‘세대 문제’,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숱한 이슈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 반독재,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이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한목소리 집회였다면, 지금은 대규모 대결적 집회가 진행되는 최초의 사례다. 그래서 ‘시민 대 시민’의 대결 구도란 분석도 나온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당시엔, 집권 세력인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무능에 대한 국민의 울분에 찬 외침이었다면, 작금엔 분열과 갈등이 첨예화된 대한민국 전체를 향한 자조적인 소리다.

대한민국이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4351년 전의 개천절을 기념하는 날에, 또 다시 이 같은 말이 나온다는 건, 분명 ‘대한민국이 잘 못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 3일 개천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처지가 개탄스러운 듯, "서로 관용해야 한다"며, "모든 영역에서 대립의 뿌리를 뽑고 화합하자"고 말했다.

경복궁 앞에서부터 시청광장에 이르기까지 세종대로에 시민들이 가득 모였다.민주당은 "국민이 하나 돼야 할 개천절, 광화문 광장이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날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집회와 시위의 민족답게, 만민공동회부터 3·1운동, 4·19혁명, 5·18운동, 6월 항쟁, 촛불행동, 그리고 지난주까지 이어진 집합적 의지의 표출을 돌이켜 보면, 단순히 열정이나 원망 또는 어떤 책략으로 환원할 수 없는 진득함이 우리에게 있다. 

흥이 많아 놀기도 잘하고, 성질이 급해 배달도 잘하지만, 역시 우리는 시위에 능하다. 뜻이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면서, 서로 의지를 확인하며 행동하기를 좋아한다. 

무려 일주일 사이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서 거대 집회 세 개를 가뿐히 치르고, 월요일이면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회와 시위에 대해 시끄럽고, 추잡하고, 무엇보다 ‘무질서해서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한 쪽에선 ‘개혁’인지 ‘반동’인지 알 수 없는 주장, 저항을 넘어선 ‘위헌적 선동’, 증오와 혐오의 악다구니, 다중의 선의를 남용하는 장삿속, 저의가 불순한 전략전술론, 그리고 언제나 노골적이어서 유치하기까지 한 권력욕도 보인다.

풀무질로 도가니의 온도를 높여야 불순물로부터 금을 분리할 수 있듯이, 더 많은 참여와 관여,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만, 인민의 의지의 형성이라는 금과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도가니는 결국 다른 자유들을 형성하는 자유, 즉 발언의 자유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이른바 ‘조국사태’는 두 거리집회로 진화했고, 이미 새로운 비등점을 향해 끓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국민이 두 쪽 났다’고 개탄을 하는 자들이 있다. 마치 언제는 ‘한쪽짜리 국민’이란 것이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아서 유감이라는 듯 말이다.

이번 두 거리집회가 증명한 명백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물론 자세와 행동도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서로 다른 구호들이 난무하고, 뉴스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다른 생각이 가득하다.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을 갖춘 공중들이 지금 여기에서 행동하고 있으며(방관도 행동이다), 이는 집합적으로 어떤 결말을 향해 나가고 있다. ‘한쪽짜리 국민’이 도대체 가능한 것인지, 심지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역동적인 전개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광장의 파시즘(전체주의)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통해 ‘조국 사태’의 국면 전환을 시도하였던 9월 2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는 광장정치에 불을 댕겼다. 

10월 3일 개천절에는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범 보수 진영의 집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토론을 통한 합의와 타협의 장소인 국회는 공동화되고, 정치적 구호만 난무하는 광장이 세력을 보여주는 전시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의 광장 집회가 거듭할수록,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주의는 퇴보할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국민통합의 약속을 저버리고 독선의 정치를 일삼은 집권세력의 책임이 크다. 

언뜻 보면 촛불집회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반영하여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통치행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진 통치자가 반대세력을 포용하기는커녕, 대화조차 안 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은, 파시즘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체주의적 정권이 붕괴하였다고, 전체주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한나 아렌트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민주적 열린사회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다시 야수로 되돌아갈 수 있다. 집권세력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정치적 불의’를 처벌하기 위해, 스스로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갔을 때는, 새로운 정치가 시작할 것이라는 뜨거운 희망이 있었다.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인다 하더라도, ‘검찰개혁=조국지지’라는 프레임이 굳어진다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나갔던 상당수의 사람들을 포함하여 국민의 반은 등을 돌릴 것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노선과 맞지 않는 사람을 모두 적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괴물과 싸우다 보면 스스로 괴물이 된다’는 니체의 말처럼, 이분법에 저항하던 사람들이 선악의 이원론에 갇혀 있는 것이다.

어쩌다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소위 작가, 지식인이라는 운동권 엘리트들이 나타나서 궤변으로 인신공격을 한다. 집단성이 도덕성을 넘어설 때 파시즘은 고개를 쳐든다.

요즘 광장만 있고, 의회는 없다. 정쟁만 있고,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촛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광장의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

갈등과 대립이 제도의 정치를 통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가면서, 이제는 거리의 정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결코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적폐 청산, 과거 시대의 누적된 잘못과 폐단을 고치겠다는 걸 누가 싫다고 할까. 그러나 폐습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나 관행의 개선이 아니라, 이전 정권 인사들이나 반대 세력에 대한 벌주기, 망신 주기로 적폐 청산 작업이 진행되면서, 문 대통령이 '감히 약속'하겠다고 한 '진정한 국민 통합'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렇게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적폐 청산에 열중해 온 정권이 그들이 '적폐'라고 낙인찍은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심지어 더 심한 잘못을 저지른 인사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수의 국민은 배신감과 좌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이념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공정하지 않은 인식과 균형감을 잃은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국 사태’의 근본에는 합법과 불법의 문제, 도덕과 윤리의 문제가 존재한다. 합법과 불법의 기준, 도덕과 윤리의 기준은 진보와 보수가 다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과거 기준으로 보면, 진보가 더욱 엄격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정치·사회적 행위는 항상 상식에 입각해야 한다. 우리가 군사독재 정권에 넌덜머리를 내고 목숨을 던져 민주화를 이뤘던 이유도 상식에 기반을 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은 진영 논리가 상식을 집어삼키는 모습이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그 말과 달리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보고 입시를 치렀는데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감싸고도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오게 된 것이다. 반(反)조국 집회를 그저 정파적인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여러 해 전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며 '이게 나라냐'라고 비판했던 이들이 이제 나라를 이끌고 있다. 그때보다 나라는 좀 나아졌을까. 

조국 장관 가족의 재산은 약 56억 원인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2년 전보다 약 6억 5000만원 증가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자산이 약 40억 원 이상이면 2013년 기준으로 성인 자산 상위 0.1%에 들어간다. 물론 그의 말대로 큰 부자라도 사회와 제도가 공평하길 바라는 ‘강남 좌파’가 될 수 있다. 

특히 논문 저자 문제 등 딸의 입시와 관련된 논란은 ‘금수저’ ‘흙수저’로 대표되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입시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다지만, 교수나 의사라는 부모의 직업과 학맥까지 관련이 있었으니 엘리트들의 카르텔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제 이 논란이 보여준 것은 계급 문제라는 목소리로, 한국에서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계급구조가 고착되는 세습 자본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평함과 발전’이라는 제목의 세계은행 보고서는 기회의 불평등이 투자와 생산성을 저해하고, 포용적인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아 장기적인 번영의 걸림돌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이 낮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아버지의 직업과 교육이 자녀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 기회 불평등이 최근 높아졌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높았다. 

기회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 기회의 확대와 공정한 입시 제도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결과가 심각하게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기득권의 세습에 도움이 되는 제도와 정책이 나타나기 쉽다.

문재인 정부에도 부동산을 포함하여 부자들에 대한 증세는 지지부진했고, 가장 가난한 계층에 대한 지원도 한계가 많았다. 포용국가를 말했지만, 복지급여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률은 이전 정부 때보다도 낮았다. 

또한 노동시장의 심각한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충분하지 못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말처럼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언론이 법 제도를 포획하여 부패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또한 재벌의 불법은 엄벌에 처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법 앞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계은행 보고서도 지적하듯, 만인에게 공평한 법 제도가 기회의 평등에도 중요하다. 이번 논란을 불평등에 맞서는 전면적인 사회개혁과 경제개혁의 요구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9년 국회를 내내 마비시켰던 ‘선거제 개혁’, 연일 정치권 공방에 오르내리는 ‘검찰개혁’은 물론이고, 국가사회기관 신뢰도가 고작 2.4%인 국회도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국회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기간에 무단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하루당 세비를 20%씩 삭감하고, 특별활동비·입법활동비·수당도 깎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2일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회의에 빠질 경우 징계를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의 국회를 보면, ‘회의에 빠진 국회의원에게 페널티를 주자’는 발상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20대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와중에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동물국회’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기를 6개월 남긴 현시점 법안처리율은 29.4%로 민주화 이후 최악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마저도 여야의 회의 일정 줄다리기로 3주나 늦게 시작했다. 국회 출입 경력이 긴 기자들도 “여야가 회의 일정 잡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건 살다 살다 처음 본다”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국회는 분명 절실한 개혁의 대상이다. 의사일정 합의를 번번이 거부해온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다 못해, 국회개혁안까지 들고 나서는 민주당 심정도 백번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개혁의 방향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국회의원에게 페널티를 주는 식의 ‘단순 잣대’는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면서, 도리어 국회의원을 ‘직업 정치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박주민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국회혁신방안을 발표했을 때, 당내에서는 상당한 비판이 나왔다. 
“‘국회의원 숫자 줄이자’, ‘국회의원 세비 줄이자’는 주장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 국회의원들이 돈 때문에 정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도 아니다. 

돈 벌려고 국회의원 하는 것이 아닌데, 돈으로 컨트롤하겠다는 발상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소명을 폄하하는 반정치 논리다. 당이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우리는 ‘국정감사’를 통해 이러한 단순한 잣대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확인할 수 있다. 각 당은 소속 의원의 국정감사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 언론 보도 건수’를 센다. 

‘국정감사를 열심히 하는 의원일수록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추론이 작동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종편 방송·지면 매체·인터넷 매체 등에 따라 점수가 달리 매겨지고, 이 점수는 21대 총선 공천에 반영된다.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가 돌아오는 가을마다 의원과 보좌진들은 내실 있는 정책 질의보다는, 기사화하기 좋은 자극적인 아이템을 찾기에 바쁘다. 촘촘한 평가 항목에 맞춰 보도 자료를 준비하는 보좌진들을 보고 있자면, 입시준비생처럼 보인다. 

물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유치원 비리’처럼 국민 삶에 중요한 이슈면서 동시에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대박’ 아이템은 흔치 않다. 의원들 입에서 “본말전도” “자괴감” 등 씁쓸한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의원들을 학생 다루듯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거나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하는 방안은 순간 유권자의 속을 시원하게 할 ‘사이다’가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여의도에서만 요란한 ‘찻잔 속 태풍’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6일 ‘조국 이슈’가 대정부질문을 휩쓸었던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를 되살릴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던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개헌 △선거제 개혁을 통한 협치 정착 △교섭단체 전권주의 폐지 △의사일정 자동화 △국회 윤리특위 부활 △국회의원 세비산정위원회 별도 구성 등을 제안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열린 7차 ‘검찰 개혁 촉구 촛불 집회’ 직후인 9월 30일 유튜브 채널 ‘주권방송’에는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 정치검찰 오냐오냐 압수수색 꿀꿀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2분 42초가량의 영상을 보면, 11명의 아이들이 “검찰개혁을 바라는 청소년들이 촛불국민들께 드리는 노래”라며 동요 ‘아기돼지 엄마돼지’, ‘산토끼’, ‘상어가족’, ‘곰 세 마리’ 등 네 편을 개사해 부른다.

‘아기돼지 엄마돼지’는 “토실토실 토착왜구 도와 달라 꿀꿀꿀. 정치검찰 오냐오냐 압수수색 꿀꿀꿀” 등으로, 
‘산토끼’는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국민 눈을 피해서 어디를 가느냐. 자한당 조중동 다함께 잡아서, 촛불국민 힘으로 모조리 없애자”로, 
‘상어가족’은 “정치검찰 뚜루두뚜두 물러나 뚜루두뚜두 사라져 뚜루두뚜두”로, ‘곰 세 마리’는 “적폐들이 한집에 있어, 윤석열 조중동 자한당. 윤석열은 사퇴해, 자한당은 해체나해라” 등 자극적인 가사로 개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아이들이 부른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 유튜브 동영상과 관련해 10월 6일 페이스 북을 통해 “할 말을 잃었다. 마음 한 켠이 쓰려오는 미안함과 분노가 동시에 솟구쳤다”고 밝히며, 

“너무나도 예쁘고 귀한 아이들이 ‘토착왜구’, ‘적폐청산’, ‘적폐 기레기’ 등 정치적이고도 모욕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석열아 석열아’, ‘자한당 조중동 모조리 없애자’라는 어른들도 입에 올리기 어려울 극단적 표현을, 그것도 순수한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를 개사에 부르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런데 청계광장 앞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촬영 했었다는데, <건국절 기념식? 어린이합창단 노래가사 충격>란 미디어몽구가(2015. 9. 9.) 찍은 동영상이 있다. 

사회자가 역사노래라며 4살짜리 어린이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 자리에 김무성 대표도 참석해 축사까지 했었다. 학생들이 지금의 역사교과서로 현대사를 배우고 있는 걸 막자고 외치기까지 했다. 

광복 70주년 맞아 건국절 제정과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자는 그리고 기념관 건립하자는 목소리가 광장까지 나왔다. 노래 가사를 보니 충격을 넘어 경악, 거의 아동 학대 수준으로 아이들에게까지 이러는 건 아니다 싶다.

카친(카카오톡 친구) 중에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다짜고짜 보수 유튜버의 ‘가짜뉴스’ 영상을 올려서 시청을 강요하기도 하고,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전하며 단톡방을 도배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카친은 단톡방을 빠져나오고 싶어도, 학연 등으로 얽힌 공간이어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

뉴스 공간은 더하다. 전체 맥락은 제쳐두고 눈곱만큼이라도 자기 진영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쓴 기자는 무조건 ‘기레기’로 몰아간다. 그러니 하나의 기사를 놓고도 양쪽 진영 모두 공세를 퍼붓는 일이 다반사다.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조국 장관과 관련된 대화를 하게 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교육 문제, 세대 간 불평등 문제, 그리고 계급 문제로 확대된다. 하나의 신드롬이다.


(2019. 10. 7.)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회장 한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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