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필자가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인생3무(人生三無)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알게 된 것은 약10년 전에 가까운 친지의 자녀의 결혼식에서였다. 신부 측 아버지가 신랑ㆍ신부에게 덕담을 말해주는 순서가 되자 그는 "인생에 정답 없다(정답 無), 인생에 공짜 없다(공짜 無), 인생에 비밀 없다(비밀 無)"라는 세 가지 교훈을 인생3무(人生三無)라고 표현하여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인생3무(人生三無)는 이 시대 지성인들의 지혜롭고 슬기로운 삶을 위한 교훈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 및 조직업무에서 지켜야할 윤리적ㆍ도덕적 행동지표이자 실천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인생3무(人生三無)는 민주시민이 개인 및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구비하고 지켜야할 기본정신과 생활자세와 행동방향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인생3무(人生三無)는 간단명료한 격언적 표현이면서도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여러 가지의 슬기로운 삶의 지혜와 교훈과 덕목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인생3무(人生三無)를 마음에 새겨서 실천한다면 불필요한 시간소모적인 간섭과 층돌과 갈등을 피하고, 각종 부정과 비리와 사기 등 날로달로 지능화되는 사회악 속에서 선의의 피해를 방지하고, 대인관계에서의 오해와 불신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롭고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첫째, “인생에 정답 없다”는 격언은 유연하고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답’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해결이나 답을 말한다. 인생에서는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중지를 모아 올바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오늘날 변화의 가속화로 인하여 지식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세대차이가 심화되어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가르쳐야 할 세대가 아니라 오히려 젊은 세대로부터 배워야 할 구식세대로 인식될 수 있다. 석가모니는 인생에서의 3대 착각을 “내말이 항상 옳다는 것, 나는 다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것,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인생에 정답 없다”라는 말에는 중지를 모아 최선의 대안을 찾는 탐구정신, 내가 아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겸양정신,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존중정신, 가르치는 것보다 도와주는 배려정신 등 복합적인 지혜와 교훈과 덕목이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이 항상 옳다는 확신과 편견과 자만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의견을 무시하는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인생에 공짜 없다”라는 격언은 욕심을 버리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의 독립된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짜’의 사전적 의미는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져 얻는 물건을 말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편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 내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된 쏘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부자인 그의 친구가 만찬을 열면서 쏘크라테스를 초대하였다. 쏘크라테스는 초대한 친구의 집으로 가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대문 옆에 서 있었다. 이를 본 친구들이 이상히 여기고 왜 안으로 안 들어가는 지를 물었다. 그러자 쏘크라테스는 “내가 친구로부터 대접받은 만큼 되돌려 줄 경제적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밖에 서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쏘크라테스는 인생에서 공짜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한도에서 타인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기독교에서는 공짜를 바리지 말라는 상호호혜적 의미의 삶의 윤리적 원리를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黃金律)로 가르쳐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인생에 공짜 없다”라는 말에는 열심히 일해서 벌겠다는 근로정신, 자기 노력으로 성취하는 자립정신, 받은 만큼을 돌려준다는 호혜정신, 결과에 대해 책임을 감수하는 책임정신 등 복합적인 지혜와 교훈과 덕목이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인생에서는 대가없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고 일확천금(一攫千金)의 요행수를 바라다 사기를 당하거나 선심성 선물이나 뇌물을 공짜인줄 알았다가 범죄의 덫에 걸리기 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노력과 힘으로 획득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인생에 비밀 없다”는 격언은 솔직하고 정직하게 부끄러움이 없이 당당한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비밀’의 사전적 의미는 말하지 않음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인생에서는 누구에게나 지켜야 할 크고 작은 사적ㆍ공적 비밀이 있기 때문에 정당하고 합법적인 비밀은 지키되 부정직하거나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비밀을 감추고 숨기다가는 오히려 크게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예화로 어느 날 공자(孔子)의 아끼는 제자인 안회(顔回)가 밥을 짓고 있는데, 아궁이의 티끌이 솥 안으로 날아 떨어졌다. 안회(顔回)는 주걱으로 그 부분의 밥을 퍼내버리려다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지 그것을 먹어버렸다. 마침 개울에서 물을 길어오던 자로(子路)가 저만치서 안회(顔回)가 솥에서 밥을 퍼내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로(子路)는 공자(孔子)를 찾아가 자신이 본 비밀 광경을 털어놓았다. 공자(孔子)가 조용히 안회(顔回)를 불러 이유를 묻자 안회(顔回)는 “밥을 짓는데 티끌이 밥솥에 떨어지는 걸 막지 못했습니다. 그 깨끗하지 못한 부정 탄 밥으로는 정결한 제사를 지낼 수 없어서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공자(孔子)는 자로(子路)를 비롯하여 다른 제자들을 불러 안회(顔回)가 밥을 먼저 먹은 사연을 설명한 다음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눈이겠지만, 눈으로 본 것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 눈으로 보는 것의 한계와 인생에서는 비밀이 없다는 것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었다. 이와 같이 “인생에 비밀 없다”라는 말에는 남이 보든 안보든 지키겠다는 자율정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겠다는 준법정신, 지식정보를 공동 활용하는 공유정신, 거짓과 속임수를 배척하는 정직정신 등 복합적인 지혜와 교훈과 덕목이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낯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권력과 힘으로 부정직하거나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비밀을 숨기고 감추기 보다는 누가 보든 안보든 솔직하고 올바른 언행을 통해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편, 인생3무(人生三無)는 넓은 의미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조직이나 국정운영의 교훈과 덕목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책을 수립ㆍ추진할 경우 새로운 특정 정책을 정답으로 간주하고 밀어붙이기 보다는 정책시행에 따른 수혜자와 비수혜자를 선별하여 정책 영향평가를 통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전문가, 국민여론, 당사자의 중지를 수렴하기 위해 인내와 끈기와 협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집단 간에 이해관계와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경우 대타협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정치의 묘미를 살리는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불법과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면책특권을 남용하여 국회의원 신분을 방탄과 도피처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가 말해주듯이 위선과 거짓으로 대중을 선동하여 일시적인 인기를 누리기보다는 먼저 고매한 인격을 갖추어 오래 동안 존경받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직자나 서민생계와 관련된 인허가 업무를 관장하는 하위공무원의 경우 부정과 비리와 뇌물과 선심성 선물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인 청렴결백성 기준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비밀이 많은 우정은 오래갈 수 없고, 비밀이 많은 부부는 행복할 수 없으며, 비밀이 많은 조직은 폐쇄성으로 인해 퇴보하고, 비밀이 많은 국정운영은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생3무(人生三無)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는 국정운영 구호를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한 선동하는 말이나 속임수가 아닌 실천하는 정책으로 바꾸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생에 정답 없다, 인생에 공짜 없다, 인생에 비밀 없다"라는 인생3무(人生三無)의 지혜와 교훈을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이나 조직업무에서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불법을 저지르거나 비리에 연루되거나 갈등을 일으키거나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패가망신(敗家亡身)을 당하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행복한 인생을 살 수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인생3무(人生三無)에서 시사하는 기본정신과 생활자세와 행동방향을 체득하여 실천한다면 신분과 역할을 초월하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성인,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공동체 구성원, 사업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기업인, 청렴결백한 모범적인 공직자, 그리고 존경받는 국민적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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