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어느 파스타 가게의 가격 인상 안내문. [사진=시사프라임DB]
서울 소재 어느 파스타 가게의 가격 인상 안내문. [사진=시사프라임DB]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바람 잘 날 없이 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의 유통"

올해 유통업계는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해묵은 노사 갈등에 정체기를 맞이하기도 하고, 각종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 세례로 빨간불이 켜진 기업도 있었다.

◆ '라면에서 우유까지'... 식음료 제품 가격 "도미노 인상"

원·부자재값, 물류제반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유통업계 식음료 가격 도미노 인상은 올해 유통업계의 단연 화두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완화와 동시에 경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예기치 못한 국제 정세로 인해 유통업계도 '3고(3高-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파'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에 기업은 라면에서부터 김치, 통조림, 우유 등 우리네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식료품에 친숙함을 쏙 뺀 상승가를 붙여 판매하기에 이른다.

지난 9월 농심은 주요 라면 제품 평균 출고가를 11.3% 인상했다. 뒤이어 10월 오뚜기 11%, 11월 삼양식품 9.7%로 라면 제품 가격 인상을 감행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대형마트의 포장 김치 코너. [사진=시사프라임DB]
서울 성동구 소재 대형마트의 포장 김치 코너. [사진=시사프라임DB]

11월 초 낙농진흥회에서 원유 기본가를 ℓ당 49원씩 인상하겠다고 밝힌 후로 흰 우유를 비롯 발효유 제품 가격도 인상됐다. 흰 우유 기준 서울우유 1L 2,800원, 매일유업 900㎖ 2,860원이고 남양유업 가공유 평균 7%, hy 발효유 평균 100원 인상했다.

원유값 상승으로 인해 카페, 식당 등 원유를 취급하는 관련 업계 소상공인의 '밀크플레이션' 피해도 속출했다. "원유값 상승으로 인한 커피, 빵류 등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정부의 입장 표명에 반하는 사례였다.

이미 내년 가격 인상도 예고되었다. LG생활건강은 1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코카콜라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탄산음료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커지며 세트메뉴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정부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경고했으나, 기업 역시 여의치 않은 사정임을 어필하는 가운데 올해 물가상승률은 5%로 예상된다. 이대로면 내년 물가상승률 역시 상승 곡선을 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의 현수막이 걸린 하이트진로 본사.  [사진=시사프라임DB]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의 현수막이 걸린 하이트진로 본사.  [사진=시사프라임DB]

◆  '고공농성 25일, 단식농성 53일'... 절정으로 치달았던 "노사 갈등"

꽃 피는 춘삼월, 일부 기업에는 포근한 봄 햇살 대신 노사 대치의 삼엄함 속에 어두운 그늘이 지기도 했다.

지난 3월 하이트진로는 화물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는 물가 인상에 따른 합리적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 파업 121일, 본사 옥상 고공 농성 25일 만에 노사 협상에 성공한다.

하이트진로 노사는 손해배상소송 및 가압류 철회,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해고자 복직 등에 합의했고 더불어 운송료 5% 인상, 공장별 복지기금 1% 조성, 휴일 운송단가 150% 적용 등에도 합의를 도출했다.

같은 달 28일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는 열악한 근로 환경과 노조 활동 제약 개선 등을 이유로 파리바게뜨 본사 앞에서 53일간의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2017년 SPC는 협력업체 제조기사 5,300여 명을 본사 소속 직원처럼 불법 파견하여 노동력을 착취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자 직접 고용과 체불 임금 지급 등의 사회적 합의를 이행할 것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되려 노조를 파괴하려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됐다.

갈등의 골이 깊던 SPC 노사 관계는 마침내 11월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를 발족, 노사 관계 발전방안 등을 모색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SPL 안전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하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및 경영진.  [사진=SPC그룹]
SPL 안전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하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및 경영진. [사진=SPC그룹]

◆ 안전사고에 목숨 잃고, 무책임한 결단으로 하루아침에 밥줄 끊기고... "부각된 기업의 무책임함"

지난 10월에는 유통 관련 기업의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10월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공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 작업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회사 측의 안전사고 예방 등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들에게 사고가 난 기계를 흰 천막으로 가린 채 바로 옆 기계에서 작업을 강행하게 하고, 유가족에게 상조 물품이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상자째 가져다주는 등의 SPC의 사후 대처는 더욱 문제가 됐다.

사고 6일 만에 SPC 그룹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열었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즉각적 산업안전보건진단 실시와 함께 향후 3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같은 달 17일 유제품 기업 푸르밀은 돌연 사업 종료 사실과 정리 해고를 통보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 마땅한 대책안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 종료를 결정했고, 이로 인해 400여 명의 직원이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처지에 놓였었다.

경영 위기에 반해 과한 전임 신준호 회장의 퇴직금이 도마 위에 오르며 '무능하고 이기적인 오너'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푸르밀은 노조와의 4차 교섭 끝에 사업 철회 의사를 밝히며 임직원 30% 구조조정과 사업 구조 간소화를 통해 기업 운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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