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말꼬투리’는 ‘말’과 ‘꼬투리’의 합성어로 사전적 의미는 말이 나오게 된 가장 중요한 실마리와 계기를 말한다. ‘말꼬투리’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나쁘거나 좋은 것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말꼬투리 잡기’는 공연히 남을 괴롭히거나 헐뜯거나 흠집을 들추어 따지거나 불평을 하는 것으로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상대가 밉거나 경쟁관계에 있거나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으면 말꼬투리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말꼬투리 잡기는 서로에게 대화를 피곤하게 하고 상처를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이나 조직업무를 하면서 상대의 말에 대해 말꼬투리를 잡는 습관이 있거나 말꼬투리 잡기를 잘하는 사람은 있어도 말꼬투리 잡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는 사용자의 목적과 상황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말꼬투리 잡기‘는 사용자의 의도와 목적 또는 상황에 때라 상대를 억압하거나 감정대립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수단일 도 있고, 이와 반대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창의적 사고력을 개발하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하는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교육의 출발점은 "왜?(Why?)"라고 묻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말꼬투리를 잡고 따지는 것은 창의적 사고력 개발뿐만 아니라 개방적이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토론문화 형성과 투명한 사회발전에 매우 중요한 습관이다. 유태인들 중 유독 노벨수상자가 많은 것은 어쩌면 탈무드를 통해 대화중 말꼬투리를 잡고 따지는 습관을 체득화하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플라톤의 "대화록"에 보면 소크라테스는 대화할 때 시종일관 숨막힐 정도로 상대의 말꼬투리를 잡고 따져가면서 상대에게 배우거나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가 중에서는 애플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대화록"의 철저한 신봉자로서 소크라테스 버금가게 말꼬투리를 잡고 따져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다는 일화가 알려져 있다.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악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진 경우와 선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진 경우로 구분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째, 악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진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이다. 악의적인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관용과 사랑이 결여된 감정적인 대화로 상대의 실수, 약점, 잘못, 오류 등을 일부러 찾아내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와 말다툼을 하면서 말꼬투리를 잡을 경우 상대를 궁지에 몰아 이기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으로부터 감정적인 강한 부정적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명분과 실리를 따지는 정치인들의 경우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상대편의 정책이나 언행에 대해 허점이 있든 없는 말꼬투리를 잡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맞장구를 치거나 칭찬을 하면 기분 좋게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기분 나빴던 일을 반복적으로 따지면 말다툼이 심해지면서 말꼬리 잡기가 악순환 되어 긴장감이 흐르고 감정이 격화되어 끝내는 대인관계를 망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말꼬리 잡기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하므로 상대의 악의적인 말꼬리 잡기에서 지혜롭게 벗어나야 한다.

이와 같은 악의적인 말꼬리 잡기 상황의 대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화중단, 대응회피, 그리고 끝장대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 할 수 있다. (1) 대화중단은 상대가 악의적적으로 말꼬리 잡기를 할 경우 단호하게 “나는 말꼬투리 잡는 사람과 더 이상 말하기 싫다”라고 말하고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다. (2) 대응회피는 악의적으로 말꼬투리 잡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대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당신이 말꼬투리 잡기는 나보다 한 수 위다”라고 말하고 더 이상의 말꼬투리 잡는 말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3) 끝장대화는 악의적으로 말꼬투리 잡기 버릇과 습관이 있으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경우 서로 오해가 풀릴 때까지 시간제한 없이 잘못이나 오류나 허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결과적으로 잃는 것이 많을 뿐 얻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바람직한 대응 방법은 아니다.

둘째, 선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진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이다. 선의적인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관용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대화로 쌍방이 서로의 실수, 허점, 잘못, 오류 등에 대해 의견을 말하거나 조언을 해주면서 생각의 정리, 지식의 습득, 합의점 도달, 결론의 도출, 사고력 개발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배우려는 목적이나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논리적으로 말꼬투리 잡기식의 대화를 하면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말꼬투리를 잡히는 것은 부담스럽고 귀찮고 피곤하기는 해도 그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개념을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한 습관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질문 받거나 약점이 들어나면 당황하거나 화를 내게 된다. 따라서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하려면 박학다식(博學多識)할 정도로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보편적인 상식을 구비(know something of everything)하고, 특수분야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전문적인 지식을 구비(know everything of something)해야 감정의 대립이 아닌 생산적인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선의적인 말꼬리 잡기 대화를 위해서는 질의응답, 의견경청, 사고력 개발, 그리고 끝장토론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 할 수 있다. (1) 질의응답은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선의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이나 모르는 것 혹은 관심 있는 것에 대하여 의문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내는 것이다. (2) 의견경청은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선의적으로 활용하여 정책이나 사건ㆍ사고에 구체적으로 확인 및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정책의 경우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통해 과제도출, 필요성, 추진방법, 그리고 정책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건ㆍ사고의 경우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통해 문제점, 원인, 피해, 그리고 해결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3) 사고력 개발은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질의 음답에 선의적으로 활용하여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4) 끝장토론은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를 선의적으로 활용하여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 보고, 내 생각도 밝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꼬투리 잡기식의 대화는 사용자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득(得))이 될 수도 있고 실(失이 될 수도 있다. 악의적인 말꼬투리 잡기식의 대화는 감정적인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경청하는 대화가 아닌 말다툼으로 상대를 억압하고 궁지에 몰아 상대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고 정상적인 관계유지를 해치기 때문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선의의 논리적인 말꼬투리 잡기식 대화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몰랐던 것을 배울 수 있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으며, 창의적 사고력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따라서 말꼬투리식의 대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기피하기 보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과 조직업무에서 말꼬투리 잡기식의 대화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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