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최소적립비율 90→100%상향 영향
12개 은행 170조 중 5대 은행에 130조 몰려
마이너스 수익률에 원리금보장 상품 갈아타

12개 은행(5대 은행 포함) 퇴직연금 적립금액, 5대은행 적립금 현황.  [그래픽= 박시나 기자]
12개 은행(5대 은행 포함) 퇴직연금 적립금액, 5대은행 적립금 현황. [그래픽= 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12개 은행의 4분기 퇴직연금 잔액이 170조를 돌파한 가운데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퇴직연금 잔액도 130조를 돌파했다. 5대 은행의 퇴직연금 잔액 비중은 77.6%에 달하며 쏠림 현상은 가속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분기 12개 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은 170조82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대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은 132조234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잔액(118조7838억 원) 대비 11.32%(13조4509억 원) 증가한 수치다.

4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이 많은 은행은 신한은행으로 35조17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31조2040억 원)대비 13.7% 증가한 액수로 DB형 적립금이 많아져서다. 특히. 원금이 보장되는 원리금보장 상품 가입이 늘면서 적립금이 늘어난 게 컸다.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역시도 원리금 보장 상품 가입액이 증가한 영향으로 DB형 적립금이 늘어나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어났다.

이와는 반대로 5대 은행의 원리금비보장 적립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신한은행 DB형 원리금비보장 4분기 적립금은 5697억 원으로 전 분기(1조2578억 원) 대비 56.7%(▽6881억 원) 급감했다. 수익률은 0.45%로, 원리금보장 수익률 1.65%에 한참 못 미친다.

마이너스 수익률 원금을 까먹는데다 수익이 난다 하더라도 0%대 머물러 있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갈아탄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의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57조523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49조2401억 원) 대비 16.82% 증가한 것으로 DC형(+7.80%),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7.02%) 보다 2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퇴직연금 DB형은 확정급여형이라고도 불리며, 퇴직연금 제도 도입 전 퇴직금의 계산 방법과 동일하다. 퇴직 직전 3개월의 급여가 적립 금액을 결정하므로 연봉 인상률이 높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반대로 DC형은 매년 한 달가량의 월급을 운용기관에 적립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구조로, 매년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 힘든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4분기 DB형 퇴직연금에 몰린 이유는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들의 퇴직연금 최소적립 비율이 기존 90%에서 100%로 상향조정되면서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기 위해 연말 DB형 퇴직연금의 납입 규모를 늘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4분기 퇴직연금 상품 금리를 올리면서 4~5%대 금리 수준을 형성한 것도 몰린 이유로 꼽힌다.

IRP 증가도 높은 금리에 세액 공제 목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말에 집중적으로 늘려서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앞으로 개선돼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2% 안팎의 저조한 수익률에다 원리금비보장의 경우 DC, IRP는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로 퇴직연금 가입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에서 “지난해 디볼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시행된 이후 은행에서 꾸준히 가입자들에게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면서 “투자성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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