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회사 인근 편의점은 항상 만석
높아진 물가 탓에 값싸고 편리한 도시락 찾는 고객 늘어

편의점에 진열 중인 여러 간편식 상품들.(사진 = 김주원 기자)
편의점에 진열 중인 여러 간편식 상품들.(사진 = 김주원 기자)

[시사프라임 / 김주원 기자] 요즘 떠오르는 신조어로는 ‘런치플레이션’이 있다. 점심(lunch)과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의 점심값 부담이 증가한 상황을 일컫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코로나19 감소세로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되면서 점심을 사 먹게 되었는데,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이 밀집된 지역의 식당들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점심값으로 많은 지출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났고 ‘편의점 도시락’이 각광받고 있다.

배달 앱에는 외식업계 트렌드와 소비자 선호도가 직접적으로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요기요가 발표한 자료가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를 말해준다. 배달 앱 요기요는 주요 배달 메뉴인 치킨·피자·중식 등을 제외하고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주문 성장률을 보인 '신규 배달 인기 메뉴'를 지난 24일 공개했다. 1위는 작년에 유행했던 ‘빵지순례’의 영향으로 주문수가 전년 대비 2044% 증가한 소금빵이 차지했다. 2,3위는 삼각김밥과 편의점 도시락이 각각 차지했는데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편의점 점장 A 씨는 "작년 10월쯤부터 주변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많이 찾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라고 말했다. A 씨는 "도시락 매출이 작년보다 35% 이상 늘었다. 물가가 비싸져 점심 식사 값이 부담이 되는 직장인들에게 편의점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은 점심시간에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김 씨(27, 여)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순대국도 기본 8-9천 원이다. 점심시간에 밥 한 번 먹으려면 부담이 돼서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통해 간단히 해결한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다. 편의점 커피도 1000원 정도면 마실 수 있어 가성비가 좋고 무엇보다 빠르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남는 점심시간을 편하게 쉬며 보낼 수 있어 좋다.”라고 말하며 점심시간에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GS25에서 판매 중인 '혜자로운 집밥'과 CU에서 판매 중인 '백종원 도시락'. 두 브랜드 상품 모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김주원 기자)
GS25에서 판매 중인 '혜자로운 집밥'과 CU에서 판매 중인 '백종원 도시락'. 두 브랜드 상품 모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김주원 기자)

이러한 추세에 따라 편의점 업계에서는 도시락 제품 출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편의점 GS25는 2017년 단종된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 담긴 ‘혜자스럽다’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이 제품은 2010년 출시 이후 7년 동안 총 2억 6000만 개가 팔렸다. 다시 돌아온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 도시락’은 출시 후 하루 평균 5만 개씩 팔리고 있다. 

맛과 가성비를 앞세운 ‘백종원 도시락’은 2015년 12월 처음 출시된 이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3억 5000만 개가 팔렸다. 

이마트 24는 지난달 27일 3900원짜리 ‘39도시락’을 선보였다. 소시지 야채볶음 감자채 볶음 마늘종 볶음 미니 돈가스 해물완자 야채 크로켓 볶음김치 등 6종류 반찬으로 구성됐다.

이처럼 편의점 업계는 수요가 늘어나는 간편식을 겨냥하여 가성비의 상품들을 주로 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3월에는 새 학기 개강으로 싸고 간편한 도시락을 찾는 대학생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간편식의 편의점 상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편의점 도시락의 영양은 어떨까? 과연 건강에 괜찮을까? 최근 편의점에서 건강에 초점을 맞춘 건강식 도시락들도 출시되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편의점 도시락들이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S25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 도시락’은 나트륨 함량이 1,124m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권장량의 56%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백종원 도시락의 ‘매콤 불고기 반상’도시락은 나트륨 함량이 1,554mg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무려 하루 권장량의 78%에 달하는 수치이다. 포화지방 또한 11g 함유되어 하루 권장량의 73%에 달하는 수치가 들어 있었다.

국민건강지식센터 건강 칼럼에 따르면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골다공증, 만성콩팥병, 심뇌혈관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일으킨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1~3위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의 질병은 나트륨의 과잉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할 경우 혈압이 올라가고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나트륨의 과도한 섭취는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을 일으킬 수 있고 위암의 위험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짜게 먹는 습관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인 고혈압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세포에서 수분이 혈관으로 빠져나와 혈액의 양이 많아지고, 그 결과 고혈압이 생기게 된다. 고혈압으로 혈관에 손상이 생기면 심장이나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아지게 되어 심장병 및 뇌졸중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고혈압으로 신장의 모세혈관이 손상되어 신장 기능이 쇠퇴함으로써 만성신부전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매끼니를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것은 건강상 좋지 못하다. 나트륨 함량이 높을 뿐더러 식품군이 다양하지 않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일과 유제품 섭취를 통해 곡류군, 육류군, 채소군, 과일군, 우유 및 유제품군을 골고루 섭취하여 다양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다면 지방과 나트륨이 낮은 도시락을 선택하는 등 도시락의 영양성분도 꼼꼼히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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