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진열된 CJ제일제당 제품. [사진출처=시사프라임 DB]
마트에 진열된 CJ제일제당 제품. [사진출처=시사프라임 DB]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납품 단가 주도권’을 앞세운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신경전이 여전하다. 

쿠팡은 지난 11일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 급증’ 관련 보도자료에 PB 상품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들에 공정한 판매 환경을 제공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CJ제일제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내용을 기재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갑 대 갑’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난 11일 쿠팡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 급증’ 보도자료 내용. [이미지출처=쿠팡]
지난 11일 쿠팡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 급증’ 보도자료 내용. [이미지출처=쿠팡]

양 사는 지난해 말부터 반 년 째 상품 납품 단가와 마진율 협상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 최저가를 목표로 하는 쿠팡은 타 유통업체 대비 낮은 납품가를 요구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은 기업의 마진율 등을 계산하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장기화 되는 과정에서 쿠팡이 직매입한 CJ제일제당의 상품 제고가 소진됐고, 이후 발주는 중단됐다. 현재 쿠팡에서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 대표 상품을 구매할 경우 쿠팡의 로켓배송(당일배송 시스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가 올린 상품만을 구매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본지와의 통화서 “쿠팡과의 갈등이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양사 간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유통-제조기업의 납품 단가 갈등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10년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에서 라면 등 필수 식료품 저가 판매를 주도하면서 농심 등 식품기업들과 마찰이 있었다. 2019년에는 쿠팡과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판매 관련 불공정거래 갈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고, 2년 넘은 조사 끝에 LG생활건강이 승소했다. 2022년에는 롯데마트와 CJ제일제당·풀무원 등이 납품 단가 협상에서 이견을 보여 밀키트 제품 등의 발주를 일시 중단했다.

한편, 코로나 19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한 경기 둔화와 고물가로 유통기업은 제품 판매 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하게 되고, 제조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인한 이익 감소를 고려하면 이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업 간의 강 대 강 기싸움은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의 불똥을 튀길 수 있다는 점 역시 계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번 양 사 갈등 관련 기사를 접한 시민 이 씨(남, 31)는 “사실 소비자로서는 기업 간의 스파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가 받는 직·간접적인 피해가 더 중요하다”며 “내가 이용하는 유통 채널에서 원하는 기업의 물건을 해당 채널의 혜택으로 구매할 수 없다면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김은정 합동사무처장은 “(이번 사태는) 기업 간의 문제보다는 플랫폼사와 입점 업체 간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여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가격에 대해서 업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영역인데, 특정 플랫폼에만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강제한다면, 타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쿠팡의 중소기업 “PB 제품을 만들어 자신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건 선수와 심판을 겸직하는 것으로, 이 행위 자체의 적절성을 봐야지 중소기업 살리기로 논지를 흩트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시장 내에서 쿠팡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 강제에 대해 살펴볼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그 안에 진열된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 플랫폼에서 저가를 강제하면 그 정도 힘이 있는 제품으로만 상품이 재편될 수밖에 없기에, 쿠팡의 과도한 PB 상품 제작이 종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동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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