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근 들어 시중에 꼰대라는 말이 널리 유행되고 있다. 꼰대라는 용어는 새로 생긴 용어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용어이다. 과거에 꼰대는 좁은 위미로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꼰대라는 용어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꼰대라는 말을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꼰대를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에 꼰대라는 용어가 확산적으로 유행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우리사회에서 세대간의 가지관 차이와 갈등이 크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사용되는 넓은 의미의 꼰대라는 용어는 단지 나이들은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일지라도 낡은 고지식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꼰대라고 불리고 있다.

(꼰대의 유래 및 특징)

꼰대라는 용어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주로 남자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 내에서 아버지나 교사 등 남자 어른을 가리키는 은어로 썼으며, 이들의 사회 진출과 대중 매체를 통해 속어로 확산되었다. 한편, 이 단어는 영국 BBC방송에 의해 해외로도 알려진 바 있다. BBC는 2019년 9월 23일 자사 페이스북(facebook)에 '오늘의 단어'로 'kkondae(꼰대)'를 소개하며,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 풀이했다. 꼰대질을 하는 사람의 특징은 여덟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기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둘째, 전문가도 아니면서 무조건 가르치려고 한다. 셋째, 어린 사람을 무시 한다. 넷째, 여성을 무시 한다. 다섯째, 가부장적 권위를 중시 한다. 여섯째, 쉽게 화를 낸다. 일곱째, 허락하는 것을 좋아 한다. 여덟째, 자신이 꼰대인 줄 모른다.

(꼰대 갈등에서 벗어나는 길)

첫째, 노마식도(老馬識途)의 지혜를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 고사에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의 노마식도(老馬識途)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것으로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대군을 이끌고 고죽국(孤竹國)을 치러 갔다가 고죽국이 거짓 투항하는 술수를 쓰는 바람에 그만 인마(人馬)가 큰 사막으로 들어가 길을 잃게 되었다. 환공을 수행한 관중(管仲)의 건의로 노마의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늙은 말을 앞세운 뒤 대군이 그 뒤를 따르자 과연 말이 원래 들어왔던 길을 찾아냈다. 그후 노마식도(老馬識途)라는 고사성어는 훗날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으므로 경험 많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말로 연장자를 우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인용되었다. 따라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와 가치관으로 폄하하거나 무조건 부정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열린자세로 버릴 것은 버리고 배울 것은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았던 황희 정승은 어느 따스한 봄날 시골 농부가 누런 소와 검은 소로 밭은 가는 것을 보고 중용의 도(中庸之道)를 깨달았다고 한다. 황희 정승은 길을 지나가다가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가지고 동시에 한 쟁기에 물려서 받을 가는 것을 보고 심심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나기도 해서 큰 소리로 “누런 소와 검은 소중에서 어느 소가 더 일을 잘 하느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농부는 대답대신 밭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황희 정승에게 다가 와서 귓속말로 “누런 소가 더 일을 잘 한다”라고 일러 주었다. 황희 정승은 귀속 말로 대답하는 것이 더욱 의아하여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검은 소가 들으면 서운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해주었다. 훗날 황희 정승은 농부가 소에게 조차 말을 조심하는 태도를 보고 크게 깨달아 그 후 평생동안 한쪽으로 치우치는 언행을 하지 않으려고 특별히 조심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편견을 가지고 세대간의 가치관과 차이를 평가하기 보다는 다름을 알고 겸손하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자기중심적 착각에서 벗어나 상대를 준중해야 한다. 공자(孔子), 예수(Jesus), 소크라테스(Socrates)와 더불어 세계 4대 성인에 속하는 석가모니는 인생에서의 착각을 ‘내가 오래 산다는 착각, 내 말이 다 옳다는 착각, 남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착각’ 등의 세 가지로 제시하였다. 이외에도 사람들은 개인생활, 조직생활,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항상 잘해줬다는 착각, 내가 아니면 망한다는 착각, 사랑은 받는 것이라는 착각, 잘못에 책임이 없다는 착각, 가난이 조상 탓이라는 착각, 내일이 저절로 온다는 착각, 지구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그리고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가부장적인 권위를 가지고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착각에서 벗어나 관용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차별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돕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가난한 눈먼 학사를 도왔던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 박사의 연주 이야기가 있다. 추운 어느 겨울밤 길모퉁이에서 어린 소녀를 앞세운 눈먼 악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으나, 춥고 어두운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훌륭하지는 않았다.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자 장님 악사의 손에서는 힘이 빠지고 소녀는 금방 울상이 되었다. 그때 처음부터 이들을 지켜보던 한 신사가 가까이 다가와 악사의 손에서 바이올린을 받아들고 조용히 연주를 시작하자 이윽고 신사의 연주에 따라 아름다운 선율이 추운 겨울 밤거리에 은은히 퍼져 나갔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였으며 멋진 연주가 끝났을 때 모여든 관중들 사이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소녀의 빈 바구니에는 동전이 수북이 넣어졌다. 감격에 넘쳐 말을 못하는 장님 악사에게 바이올린을 되돌려준 신사는 어두워져 가는 밤거리 저편으로 사라졌으며, 아직 흩어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저분이 바로 아인슈타인 박사”라고 하자 아인슈타인 박사의 박애 정신이 순식간에 모였던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따라서 차별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약자를 돕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천재는 바보에게서도 배우지만 바보는 천재에게서도 배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가부장적인 권위와 편견과 차별을 가지고 나이, 성별, 신분, 직업, 직위, 학력 등에 따라 억압하고 가르치려는 꼰대가 되기보다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든지 배우려는 자세로 다양성과 다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여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요즈음처럼 변화의 가속화시대에는 기존의 지식이 순식간에 낡은 지식이 되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서 배워야 할 세대이지 가르쳐야 할 세대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무시해야 할 낡은 지식을 가진 세대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세대라는 사고를 가지고 공생(共生)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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