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6. 30.  50여년간 우산가게를 운영해오신 소상공인 정광실 사장.  [사진=박시나 기자]
23. 6. 30. 50여년간 우산가게를 운영해오신 소상공인 정광실 사장. [사진=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미국에서 이민 갔던 할머니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고장난  양산을 챙겨오면서 양산 고쳐주는 할아버지 살았을까? 죽었을까? 걱정을 하면서 왔데~ 뭐 하러 그래 그냥 버리고 하나 사면 될 걸~ 허허허.”  

마음씨 좋아 보이는 소상공인 정광실 사장님은 우산가게를 청량리에서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정 사장은 우산공장을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0년 넘게 우산을 통해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 찾아온 손님들과 짧은 시간에 해학이 넘치는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니, 오래 된 고객들과 쌓은 정이 느껴진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 우산 공장을 운영 할 때는 재미를 많이 봤다. 그 당시만 해도 우산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만들기가 무섭게 물건이 나갔다고 한다. 특히나 결혼식, 환갑식  돌잔치에서 늘 주고받았던 감사의 답례품 중에 하나가 우산 이던 시절에는 주문량도 많아서 일손이 부족했던 때도 있었다고. 

“그때만 해도 다 수작업이지. 우산에 필요한 살을 다 수작업으로 만들고, 동대문에서 원단 직접 사다가 제단하고 만들었어. 그때 영신사 라고 하면 다 알아줬어.”

요즘 MZ(2030세대)가 정상 근무시간을 넘어 야근하는 직장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시절에는 주문 마감이 늦어져서 우산을 배달하다가 통금시간에 걸려 집에 돌아가지 못했던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쉬고 일해도 그렇게 재미가 있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 일 많이 한다고 근무시간 단축해달라고 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도 모르고 했으니. 요즘 젊은 사람들 일하는 것 싫어하는 것 보면 이해가 잘 안가지”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20년 전부터 공장에서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우산은 사행 길을 걸었고, 배운 것이 우산 쟁이라 지금은 작은 가게에서 부서진 우산과 양산을 고치는 기술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돈 대는 일을 해야 해~ 이것 돈 하나도 안 돼~”라며 웃어보였다. 

코로나 때는 더 힘들어져서 1년 중 4개월만 장사가 되고 나머지달은 땡치는 달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정 사장이 우산 장사를 놓지 못하는 것은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소 일거리처럼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몇 년 전에 가게앞에 버려진 길고양이 한 마리와 주인이 높고 간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데 이름은 ‘우산이’와 ‘양산이’라고 소개했다.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데 양 사장은 두 마리 고양이의 특성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힘든 코로나시기에 길고양이 우산이와 양산이가 정 사장님의 옆에서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고. 그에게 우산과 양산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는 대목이다. 

가게 문을 나서는 기자에게 “요즘 사람들 우산 쓰다가 쉽게 버리는데 여기 오는 사람들은 우산 하나에 양산 하나에 사연을 품고 살어. 꼭 고쳐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미국에서도 오고, 남양주에서도 일부러 찾아와. 그거 뭐 몇 푼이나 한다고 고쳐서 그냥 버리고 하나 사지”하며 고쳐주면서도 핀잔을 한다고. 

아마도  사람들은 고장 난 우산을 과연 고칠수 있을까? 반심 반의하는 마음으로 맡겼다가도 막상 새것처럼 고쳐진 우산이 쫙 펼쳐지는 것을 보면  소소한 기쁨을 얻어갈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기가 끝나 일상으로 돌아간 요즘, 소상공인들에게는 코로나보다 더 힘든 코로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때 비를 피해주는 우산처럼, 쨍하고 해뜰날 펼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산처럼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소소한 기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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