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회장 3위에서 수장 바뀌자 두 단계 하락
노조, 위기 극복 위해 경영진과 함께 가야 할 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김용철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빅4 금융사에서 밀려나면서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3위에 위치했던 옛 위상은 사라진지 오래다. 농협금융에 조차 밀리면서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자존심만 구긴 상태다. 우리금융그룹의 추락은 예견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회장 선임에 관치금융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며 ‘올드보이’ 임종룡 회장을 선임한 이후 실적은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상반기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조53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 5위로 밀린 성적으로 작년 상반기 3위에서 두 계단 내려갔다.

가계대출(132조원) 감소에도 기업대출(161조원) 및 이자이익(4조4130억 원)이 증가했지만 대손비용, 비자이익, 수수료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6% 22%, 0.5% 감소한 게 컸다.

임 회장이 강조했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악화됐다. 임 회장의 경영 전력이 현장에선 먹혀들지 않은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면서 은행 의존도는 커지는 모습니다.

이런 결과는 손태승 전 회장과 대비되면서 벌써부터 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후보자 임종룡은 농협금융 회장직을 맡아 재무실적을 크게 개선하고 증권사 인수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등 민관에서 두루 역량이 입증됐고,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해 우리금융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과감한 조직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할 최적임자로 판단”며 찬양 일색의 평가를 내렸다

회장 선임 당시 우리금융노조는 선임 반대를 외치며 후보사퇴를 외친 바 있다.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추위가 드라이브를 걸고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순항의 길을 걸을 것 같던 임 회장에겐 상반기 쓰디쓴 성적표를 받아들인 셈이다.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됐음에도 우리금융의 ‘선장’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너무 현실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는 임 회장 경영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성적도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에 밀린다면 임직원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일각에선 아직 경영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1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있다.

작년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조는 현 경영진에 신뢰를 보이며 함께 가는 분위기다. 실적이 안 나온 것에 대한 비판 보다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노조 K 부위원장은 <시사프라임>과 통화서 “임종룡 회장이 후보시절 ‘관치금융’ ‘낙하산’ 비판을 처음에는 했지만 지금 진정성을 갖고 노조랑 함께 하겠다고 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지금 비판적 시각도 3개월 단기 실적만 본 것인데 1년은 지켜봐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영 성적표는 우리은행 실적과 비금융 부문에서 성과에 달려있다. 

우리금융의 절대적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은행은 앞서 하반기 경영전력회의를 갖고 영업력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조병규 행장은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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