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을 시작으로 서울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O리단길, 가로수길에 이어 생기기 시작한 O로수길. 데이트, 만남 장소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하며 포화상태 이르자 흥망성쇄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서울대 입구 인근에 위치한 샤로수길을 시작으로 이들 핫플레이스 지역의 흥망성쇄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특색있는 점포들이 집중되어 있는 샤로수 골목길 [사진=김종숙 기자]
특색있는 점포들이 집중되어 있는 샤로수 골목길 [사진=김종숙 기자]

[시사프라임/김종숙 기자] 설 연휴를 맞아 기자는 샤로수길을 찾았다. 서울대 입구역 2번 출구로 나갔다. 바로 앞에  샤로수길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거리에는’설‘연휴 마지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삼삼오오 친구, 커플, 가족 단위로 짝을 지어 다녔다.

직진해 걷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 고층 빌딩과 6차선 도로가 펼쳐져 위압감을 풍기는 대로변과는 달리 3~5층 높이의 오래된 건물들과 폭 5m 정도의 이면도로, 묘한 진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세련미를 주는 가게들 사이사이로 오래된 주택과 원룸촌이 공존하고 한 눈에 봐도 오랜세월 역사의 한페이지에 담을 두부 점포와 세탁소, 철물점. 마트가 그 지역을 입증하듯 자리하고 있다,  마트에는 장을 보는 사람들 몇 명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있다. 

 

MZ세대, 취향 저격 

특이한 구조로는 전체적으로 소규모 점포로 운영되고 있었다, 굉장히 이국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작은 규모의 점포마다 독특한 인테리로 꾸며져 있었고 어느 누가 봐도 느낄 수 있는 외관들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특징을 잘 살린 음식점이 많았다. 

대학가 근처에 자리한 상권다운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점포마다 청년들이 앉아서 양식과 일본식 우동, 식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샤로수길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다른세상에 와 있는 착각속에 빠져들었다, 조근 전 21세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사진=김종숙 기자]
샤로수길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다른세상에 와 있는 착각속에 빠져들었다, 조근 전 21세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사진=김종숙 기자]
특색있는 점포들이 집중되어 있는 샤로수 골목길 [사진=김종숙 기자]
특색있는 점포들이 집중되어 있는 샤로수 골목길 [사진=김종숙 기자]

OO부동산 사장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도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사실상 핵심 상권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3번 출구로 국내 유명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대거 입점했다”고 말했다.

이어 “샤로수길이 2010년쯤  2번출구에 저니가 들어서면서 주변으로 독특한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지금의 골목으로 탄생된 것이다“고 귀띔해 줬다,

근처에는 직선거리 1km 이내 다이소와 올리브영이 5곳이 입점해 있고,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등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입점해 있고 역을 중심으로 사방에 스타벅스 매장이 4개나 있다.

 

"서울대입구역에는 서울대가 없다?"

서울의 지하철 역명 중 16개 역에 대학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 대학교는 역에 있지 않다, 그중에 서울대입구역도 마찬가지.

이 역에서 실제 '서울대학교 입구(정문)'까지는 약 1.8km 거리로, 도보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 때문에 통학이 피곤한 학생들은 농담 반 불평 반으로 "관악구청 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관악구청은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22년 5월 23일, 1/5 거리로 축소된 신림선 관악산(서울대)역이 개통됐다.  당시 상인들은 걱정이 컸다는 후문이다. 신림선이 개통되면 서울대입구역으로 오던 MZ세대들이 신림이나, 샛강, 보라매공원으로 빠져 나갈까 싶어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상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게 주변 상인들의 반응이다. 상인들에게 있어 환승역이 생긴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당시 관악산역(서울대)에서 신림선으로 한 정거장에 있는 서울대 벤처타운 역‘ 주변을 노리는 인근 상인들은 환영을 했으니 말이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젊은 청년들이 창가에 앉아 담소며 식사를 하는 듯 표정이 밝아 보인다 [사진=김종숙 기자]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젊은 청년들이 창가에 앉아 담소며 식사를 하는 듯 표정이 밝아 보인다 [사진=김종숙 기자]

 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의 상징물인

’샤’ 가로수길의 합성어로 지어진 이름이다.

2010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신림역, 사당역에 이어 낙성대 방향으로 골목길을 중심으로 젊은 감각의 식당을 위주로 형성된 상권이 샤로수길로 크게 주목을 받으며 제3의 상권으로 급부상 했다.

샤로수길은 시간이 자유로운 가게들도 많아 재료가 다 소진되면 하루 장사를 마무리한다. 식사를 위한 점심 장사를 하는 곳을 제외한 곳은 저녁 장사를 해서인지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불이 꺼진 곳도 많았다. 적지 않은 수의 점포는 5시에 문을 연다고 출입구에 적혀있었다.

골목 골목을 다니면서 봤을 때 공실은 없어 보였다. 그만큼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젊은 남녀를 타깃으로 장사를 해서인지, 굉장히 활기 있어 보였다. 곳곳에 타로 점포도 여럿 보였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청년들이 여러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가락국숫집 사장님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인적이 끊겨 암울했다고 한다. 영업시간 제한이 따랐기 때문으로 상인들이 다 그랬겠지만, 나 역시 한숨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골목 골목에 들어서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점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골목 골목에 들어서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점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이 곳에는 일본식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다 [사진=김종숙 기자]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이 곳에는 일본식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다 [사진=김종숙 기자]

겉으로 보이는 샤로수 길은 규모있고 낯선 곳 동화 속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찾아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아마도  초행길인 사람이라면 기자와 같은 느낌을 서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여지는게 전부는 아니듯 샤로수길만의 특색이 사라졌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제법 많은 듯하다. 

샤로수길이 처음 SNS에 소개되고 언론에 보도될 때는 ‘시장 골목과 이국적인 식당이 어우러진 거리’로 입소문타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옛 시장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는게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얼핏보면 구 상권과 현 상권이 잘 어우러져 정겨운 인상을 주는 것 같지만 구 점포는 열 손가락 남짓 해 보였다.  그만큼 고객들은 편리한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고 개성이 없는 점포는 경쟁력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구상권이 문을 닫고 점차 젊은 사람들을 위한 상권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골목 상권에 20~3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웃으면서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골목 상권에 20~3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웃으면서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종숙 기자]

상권 특성상 소규모가 많고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생존의 법칙에서 밀려나는 아쉬움은 어쩔수 없나보다.  모든 탐방을 마치고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려고 주변 커피매장을 들렀다. 

만석으로  다른 건물 2층에 올라갔지만 거기도 같은 풍경. 세 번째 옮겼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카공족으로 보이는 청년들로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열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카공족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점포 사장님들의 호소가 조금은 이해가 됐다.

하루 평균 10만 명 이상의 승하차객들이 이용하는 2호선의 주요 역으로 서울대생의 이용 비중이 높아 보이나 이 상권을 이용하기 위한 외지인들의 유입이 꽤 잦은 편으로 주변 거주민 숫자보다도 하루 평균 승하차객 숫자가 더 많다는 통계다. 지난 해에는 하루 평균 8만8166명으로 줄었지만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 인구 감소 내지 각 지역마다 치열한 상권경쟁 구도를 놓고고객의 발길을 어떻게 붙잡아 둘지는 이 지역의 과제며 지속가능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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