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자 절반이 우울증세, 근골격계질환 유증상자는 약 80%
높은 노동강도...고과평가, 인력부족이 원인

24.3.4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4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시사프라임/이가현 기자] 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약 8개월에 걸쳐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자 1,8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가 발표됐다.

조사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연구진과 함께 실시했다. 조사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오프라인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발표회에 참석한 최순영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7개월간 1,800여 명의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오늘 이곳에서 보고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전자계열사에서의 노동안전실태는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아직도 삼성에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로 밝혀졌다”며 “삼성자본은 노동자의 노동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자신의 기본적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 개선을 위해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모든 사업장에서 나타난 의제에 대해 공동의 요구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후속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을 개선하여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회사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양경규 의원은 “작년 7월부터 조사한 실태조사를 오늘 발표하게 된 것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는 발표라고 생각한다”며 “발표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국회 내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문제삼고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입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사결과 수면장애 비율은 삼성전자서비스가 72%, 삼성전자판매가 68%, 삼성SDI가 77%, 삼성전자가 65%로 2020년 임금노동자 평균인 15%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세 유병율은 삼성전자서비스가 46.4%, 삼성전자판매가 69.5%, 삼성SDI가 46.7%, 삼성전자가 45.8%로 일반인구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근골격계질환 유증상자 비율의 경우 삼성전자서비스가 93.1%, 삼성전자판매가 92.5%, 삼성SDI가 75%, 삼성선자가 81.4%로 이 또한 2020년 임금근로자 평균의 2배를 넘겼다.

이외에도 네 사업장 공통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노동자들은 그 원인으로 ▲고과평가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성과에 압박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삼성전자서비스가 86.6%, 삼성전자판매가 92.9%, 삼성SDI가 64.7%, 삼성전자가 68.8%에 달했다.

24.3.4 발표회에서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4 발표회에서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확인 결과 노동자들은 ▲반복된 손/팔 동작(55.05%) ▲피로/통증 자세(42.76%) ▲수공구/기계 진동(28.39%)에 근무시간 내내 또는 거의 모든 근무시간동안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강도는 12.81로 이는 빠르게 걷는 수준으로 노동하는 것과 같았으며, 특히 수리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12.98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현장 발언을 통해 “한 곳에 이동시간 포함해 60분인데 요즘에는 많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이 커지면서 혼자서 내릴 수도 없고 그것을 내리기 위해 여러 장비를 들고가야 하는데 혼자 들고가야 한다”며 “수리시간을 늘려주고 상시 2인1조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바꿔줬으면 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24.3.4 발표회에서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4 발표회에서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SDI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2차전지 생산은 화재 폭발위험이 크고 신소재, 유해화학물질이 많이 사용되지만 아직까지 국가차원에서 제공하는 2차전지 산업 노동자들을 위한 유해위험정보 및 안전보건 매뉴얼이 없다”며 매뉴얼 제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삼성SDI 노동자들은 소음, 수공구, 기계 등의 진동, 피로통증자세, 증량물 취급업무에 임금근로자 평균보다 2배 이상 높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임활동가가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교대율이 부족한데 관리자가 연차 등 다른 코드로 입력해버리니까 윗선은 모른다 ▲연구개발직은 업무강도가 너무 심해서 자살사례도 2명이나 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그 자체의 압박도 있다. 일에 허덕이며 동기, 선후배와 경쟁하고 견제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가 있고 따라서 고과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수면장애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금 근로자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원인으로는 ▲생체리듬이 교란되는 야간 교대 근무 ▲인력부족으로 무리한 교대제 운영 ▲성과압박 불합리한 고과 등 직무 스트레스 등이 제시됐다.

24.3.4 발표회에서 성상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4 발표회에서 성상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성상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판매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계속 서있는 자세 ▲피로/통증 자세 ▲반복적인 손/팔동작에서 근무시간 내내 또는 거의 모든 근무시간동안 노출되는 비율이 각각 55.86%, 45.05%, 19.82%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은 대기시간에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이 있지만 현장 분위기 상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성과 압박을 느끼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러하다 또는 매우 그러하다가 92.94%로 응답자 전체에 가까운 응답률을 기록했으며, 성과 요구가 단순 판매 실적만이 아니라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작성하는 설문지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며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면접조사에서 근로자들은 ▲(고객이 작성하는 설문지) 점수는 0점부터 10점까지 매기는데, 9점 이하로는 원칙적으로 0점 처리된다 ▲한 달 동안 판매 사원이 달성해야 하는 매출 목표가 해마다 점점 높아진다. (온라인 매출이 많아지는데) 목표 자체도 (현실에 맞춰) 낮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구매 고객에게 네이버 쇼핑 후기 작성을 부탁드리고 후기 링크를 영업팀 단톡방에 올려야 한다 등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성전자판매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B씨는 “실제 매장 체류 시간이 10시간 30분인데 그 중 1시간 30분이 휴게시간이다. 1시간은 점심식사 하는 데 쓰고 나머지 30분은 자유롭게 휴식하려고 하는데 못 하는 이유가 매출에 대한 압박과 고객 응대 때문”이라고 했다.

24.3.4 발표회에서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24.3.4 발표회에서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가현 기자]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위험유해요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수면장애가 임금노동자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높았으며, 우울증세 유병율은 2배 이상 높았다.

이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아픈 이유는 “지나친 노동강도와 성과압박, 아파도 쉴 수 없고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는 고과제도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제시하며 “적정인력 충원으로 노동강도를 완화해야 하고 징벌적 하위고과를 폐지하고 과도한 경쟁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또 반도체 부문의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전자부문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설비유지보수 등 화학물질의 불규칙한 고농도 노출작업에 대한 외주화 말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조사연구진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인력 충원 ▲고과제도 개선 ▲근골격계질환 예방 대책 등 작업환경 개선 ▲산재 신청 상황 개선 등 사고 및 질병 피해 대응 ▲안전보건교육 개선 ▲노동조합의 참여로 안전보건관리 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종합 제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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