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영업목표, 부적절한 성과지표 등 전사적 판매 독려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소비자보호는 소홀

24.3.11. 금융감독원 전경 모습.  [사진=박시나 기자]
24.3.11. 금융감독원 전경 모습. [사진=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를 판매한 11개 은행 및 증권사들의 현장 검사결과 본점의 판매시스템 설계 미흡으로 인한 판매규제 위반, 일선 영업점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 다만, 판매사 외에 투자자의 과실도 있다고 판단해 개별 적용해 0~100% 차등배상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금감원은 11일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 등 5개 은행, 한투·미래·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를 상대로 지난 1월8일부터 지난 8일까지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검사결과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지난 파생결합증권(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판매사들은 지난 파생결합증권(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소비자보호 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됐됐음에도 실제 판매과정에서는 충실히 작동되지 않았다.

판매사들은 고객 손실위험 확대기에 과도한 영업목표, 부적절한 성과지표 등을 통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판매한도 관리,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등에는 소홀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적발된 다수의 사례를 보면,  A 은행은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미국 투자자의 중국군 연계 중국기업 투자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내려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  2021년 영업목표 수립시 신탁수수료 목표치를  전년대비 56.9% 상향했다. B은행은 LT 등 고위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ELS판매를 유도했다.

C은행은 고객별 한도관리기준을 ELS 회차별로 적용해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에 크게 노출됐다. 3억원 이상, 2건 이상 중복 가입 개인 투자자 수는 1천620명에 달한다.

D은행은 투자자성향 분석시 거래목적 항목에 평가점수를 배정하지 않아 투자자가 ‘노후자금 마련’, ‘단기운영목적’ 등을 선택하더라도 ELS 상품 투자가 가능하도록 유도했다. ELS 만기는 3년이며, 손실발생시 최소 30% 이상 손실이 날 수 있음에도 가입 가능토록 운영했다.

또, ELS 판매 설명해야 할 손실위험 시나리오, 위험등급 유의사항 등 투자위훰을 투락하거나 왜곡하는 은행도 드러났다. E은행은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의 증권신고서에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으로 표기했으나, 운용자산설명서 작성시 과거 10년으로 임의변경했다. 이로 인해  2007~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0%)으로 축소 기재가 가능했다. 영업점에 배포한 안내자료에도 “과거 10년간 손실발생 0건, 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입니다”라며 안전상품으로 설명하도록 홍보했다.

개별 판매과정에서도 불완전판매가 적발됐다. 투자성향 분석결과 ELT가입이 불가한 위험중립형 투자자 A씨에게 “이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유도하거나 고객 대신 대리가입, 허위 녹취하면서 직원이 고객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 투자자가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고 했지만 “이해했다”고 답하라고 반복 요청하고, 중도해지수수료에 대해 “가능하면 해지하시면 안된다는 내용”이라고 왜곡 설명했다. 

증권사에 방문가입을 원하는 70세 투자자 B씨에게 판매직원이 “여기 오셔도 제가 핸드폰으로 해 드릴려구요. 녹음할 필요없이 하려면 핸드폰으로 해야 간단하게 끝난다”라고 말하며 핸드폰 조작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음에도 가입방법을 알려주며 온라인으로 가입시켰다. 족관계증명서 발급일자를 변조해 배우자 대신 가입시킨 은행도 적발됐다. 

홍콩 H지수 ELS 분쟁 조정 기준안. [사진=금감원]
홍콩 H지수 ELS 분쟁 조정 기준안. [사진=금감원]

이번 홍콩 ELS 사태에선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손실액의 20~40%(기본배상비율)를 배상토록 했다.

불완전판매를 유발 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p(포인트), 증권사는 5%p 일괄 가중된다. 단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 5%p, 증권사 3%p 가산 적용된다.

여기에 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절차상 미흡사항을 고려해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를 배상비율에 최대 +45%가산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10%p↑ △금융취약계층(80세 이상 초고령자 등) 5~15%p↑ △ELS 최초투자 5%p↑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 5~10%p↑ △비영리공익법인 5%p↑ 등이다.

반대로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반영 배상비율에서 -45% 차감된다. △ELS 투자경험 2~25%p↓ △매입·수익규모 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금융권 종사자 등) 5~10%p↓ 등이다.

가산 차감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경우 0%p 범위 내에서 가산하거나 차감한다.

당국은 이번 배상 기준안에 따라 판매사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 가입자에 따라 100% 배상 또는 전혀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차등 배상 원칙에 따라 과거 ELS 상품을 62회 가입한 경험과 함께 손실이 금번 손실규모를 초과한 투자자의 경우 은행에서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소지 및 투자권유자료를 보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은 0%로 배상받지 못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충분히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이번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 다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각 판매사는 이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하지만 가이드라인인 만큼 법적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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