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이어 SK까지 대리운전 업계 장악, 소상공인 침해 반대 시위
7일간의 침묵시위에 묵묵부답 티맵, 대리운전사들 뿔났다
종로경찰서 측, 시민통행 보호를 위해 철거 요청

9월 1일, 전국총기궐기대회에 앞서 의결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SK 티맵의 대리운전 사업에 반대하는 전국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시위에 앞서 단결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사진=이은지 기자]

[시사프라임/이은지 기자]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지난 달 23일부터 31일, 총 7일간의 침묵시위를 마치고 오늘 9월 1일 전국총궐기대회를 시작했다. 이날 시위는 1차 집결지인 대왕빌딩 12층에서 시작되었으며, 대리운전 연합회의 신승현 의장은 싸울 생각없이 신사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총궐기대회는 대리운전 종사자 200명이 모이기로 했으나, 대리운전 시장상 오전에 일이 끝나기 때문에 시위 시작 시간인 14시에 전원 참석하지 못했다. 신승현 의장은 "연말 시즌이 바빠서 시위 날짜를 9월에 잡았는데, 다들 참석하지 못해서 아쉽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한 마음이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표현했다.

9월 1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시위 진압을 위해, SK 본사 앞에 집결한 경찰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시위 진압을 위해, SK 본사 앞에 집결한 경찰 [사진=이은지 기자]

 

그에 비해 경찰은 200명을 진압하기 위해 다수로 집결되어 상반됐다. 시위는 대리운전연합회의 신승현 의장의 연설로 시작됐다. 이날 약 80여개에 달하는 소상공인 연합회에서 대리운전 시장 지키기 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며 시위에 열기를 가했다. 

 

9월 1일,  SK본사 앞에서 연설중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신승현 의장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SK 본사 앞에서 연설 중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신승현 의장 [사진=이은지 기자]

 

신승현 의장은 "SK 손자인 티맵모빌리티와 소통이 되지 않아 할아버지인 SK 본사 앞으로 왔다. 7일간의 시위에도 묵묵부답하며 대기업으로서 창피하게도 소상공인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반성장위원회는 전화콜과 앱콜을 분리하라 했으나, SK는 두 개를 합치려고 했다. 동반위에서 전화콜은 건들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SK는 끝끝내 건드리더라"라며 울분을 토했다.

소상공인 협회장 김기홍 이사장은 연설에서 "이것은 비단 대리운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상공인들을 위협하는 일이다"라며 "우리는 이 업이 아니면 먹고살 것이 없다. 그래서 생업을 뒤로한 채 달려왔다. 식구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밥줄, 밥 그릇을 끊지 말고 좀 더 나은 방법으로 합력했으면 좋겠다. 개구리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돌을 던져서 죽게 만들고 몰랐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다. 정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응하라"고 외쳤다.

SK 본사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티맵모빌리티 최재필 파트장은 <시사프라임>과의 인터뷰에서 "티맵 측에서 대응책을 받은 적이 없다. 공문을 보고 대응책을 받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티맵 측에서 시위에 나오는 대리운전사들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기존 이용약관을 바꾼 게 아니라 새로 만든 것이고, 그 약관은 로지가 대리운전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을 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으니 조처하겠다는 약관이다. 대리운전을 저격하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대리운전연합회가 최태원 회장에게 편지를 적은 부분에서는 "편지를 적는데 우리가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로지소프트를 인수한 SK의 티맵모빌리티는 대리 운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리운전 중개업계 70%를 차지하고 있는 로지소프트를 품에 안고, 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한 국민은행과 손잡으며 대기업의 위상을 떨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리운전사들은 티맵과 은행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냐며 즉각 반발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티맵의 ‘갑질’이었다. [참고 : 하단기사 링크]

티맵은 플랫폼 30%를 지키기 위한 약관공지라고 했으나 남은 70%의 대리운전 업계 종사자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불이익을 염려하고 있다. 

 

9월 1일, 연설하고 있는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이상국 위원장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연설하고 있는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이상국 위원장 [사진=이은지 기자]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이상국 위원장은 "대리운전 기사 단체가 왜 이 자리에 섰는지 아느냐. 2016년 5월 31일에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는 수도권 대리운전중개 2위 업체인 콜마너를 인수했다"며 "이에 대리운전사들의 형편이 나아졌느냐, 절대 아니다. 이런 사례에도 SK는 중개 1위인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SK는 로지가 갑질하는 모든 것에 대책도 없이 같이 갑질하는 회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쟁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돈으로 대리운전회사들을 사고 있는데, 진정 이런 방법밖에는 없는지 답답하다. 22년 동안 이루었던 생태계를 조각조각 사서 침투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티맵은 KB국민은행이 2천억을 투자하면서 2조 회사가 됐다. SK 이전에 대리운전업에 뛰어든 카카오도 상생 기금을 내겠다고 무마했지만 다 철회됐다. SK는 그 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 상생 양식, 상생하는 플랫폼을 꼭 만 들어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쇄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9월 1일, 대리운전 시장 지키기 참여단체자들이 모여 연설하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대리운전 시장 지키기 참여단체장들이 모여 연설하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8월 30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장유진 회장이 7일간의 침묵시위 현장에서 SK 최태원 회장에게 적은 편지 중 일부 [출처=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노총 조합 이창수 지사장은 <시사프라임>과의 인터뷰에서 “티맵 대표는 상생을 앞세우지만 우리가 받는 것은 갑질이다”며 억울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대리운전연합회는 티맵의 불공정한 대응에, 지난 31일 SK와 KB국민은행으로 각각 손 편지와 공문을 적어 보냈다. 손 편지의 내용에는 'SK가 추구하는 ESG 경영의 핵심이 소상공인 시장 침탈은 아니지 않느냐'며 중재에 나서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티맵에 2천억을 투자했던 국민은행도 이 사태에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이다. 대리운전연합회는 이달 안으로 국민은행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밝히며 장기 투쟁할 의지를 다졌다.

 

9월 1일, SK 본사 앞에서 대치중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경찰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SK 본사 정문 앞에서 대치 중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경찰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SK본사 앞 결의서를 두고 대치중인 대리운전연합회와 티맵 관계자 [사진=이은지 기자]
9월 1일, SK 본사 앞에서 결의서를 두고 대치 중인 대리운전연합회와 티맵 관계자 [사진=이은지 기자]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민 박 씨(56)는 시사프라임과의 인터뷰에서 “시위하는 사람이 목이 다 쉬도록 외치는 게 어떤 말인지 지나가다가 보게 됐다”며 “소상공인이든 대기업이든 평화롭게 다 같이 먹고 살아야지. 자꾸 이러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대리운전연합회가 SK를 향해서 결의서를 들고 시위하던 중 종로경찰서는 시민의 안전 통행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이동을 권했다. 대리운전연합회는 SK 관련자가 나와서 결의서를 직접 받기 전까지는 가지 못한다며 대립은 이어졌다.

 

9월 1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결의서를 받는 SK 및 티맵 관계자 [사진=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제공]

 

그러던 중 티맵 측에서는 소통을 위해 인력지원실에 들어가자 제안을 했다. 이에 신승현 의장은 "SK 인력지원실에서 무슨 말을 하냐"며 발끈했다. 결국 SK 관계자가 나와 결의서를 받았지만, 신승현 의장은 시사프라임과의 통화에서 "눈가리고 아웅이다. 하루가 지나도 연락이 없다"고 2일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