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구글·아마존 등 해외 CP에 '무임승차' 프레임 씌우기
'망 사용료 법' 때문에 '망 중립성' 훼손된다

오픈넷에서 9월 7일부터 진행한 '망 이용료 법안 반대 서명운동'에 2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사진=오픈넷 홈페이지 캡처]

[시사프라임 / 박세연 기자] 망 사용료 법안 반대서명자 수가 24만 명이 넘었다.

망 사용료를 두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통신사(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합의해야 할 망 사용료 관련 사항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어나며 정부와 ISP, CP, 소비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금번 국감위에서도 망 이용 대가와 관련한 내용을 빼놓을 수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트위터에 남긴 글. [사진=이재명 대표 트위터 캡처]

◆망 중립성 반대 여론…손해는 이용하는 국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 법안과 관련하여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망 사용료 법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신중론'을 택했다.

망 사용료 법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인터넷 이용량이 많아지며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사에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ISP는 해외 CP들이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이득만 얻는 '무임승차'인 것이고, 제 값을 지불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카카오, 메타(페이스북) 등이 망 사용료를 내는 것과 달리 구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요금은 망 '사용'료가 아닌 망 '접속'료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데만 값을 지불하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이용한다고 해도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이는 법안의 유무 때문이 아닌, 전 세계 네트워크에서 정보가 이동하는 각각의 경우마다 돈을 지불하지 않게 하는 '상호접속 무정산'이라는 인터넷의 작동 원리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접속료만 내면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CP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던 것이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는가? 애초에 개인은 트래픽 유발 등의 이용량에 따른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인터넷 서비스의 구조 안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ISP는 CP에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망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특정 콘텐츠나 인터넷 기업을 차별·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ISP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CP는 이를 이용해 각종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이용자들로 인해 트래픽이 유발되어 왔다. 

망 중립성을 훼손하며 ISP에게만 유리한 망 사용료 법안을 전면에 내세우고, 여기에 정부에서 나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CP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국민들이다. 해외 CP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한국에만 품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치 CI. [사진=트위치 블로그]

◆해외CP의 공격 “품질 저하” VS 망 사용료 지불해야 

트위치는 지난 달 28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Twitch는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Twitch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서비스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저희는 9월 30일부터 트랜스코드(화질 조정)가 제공되는 채널에서 한국 시청자의 원본 화질을 조정할 예정입니다. 즉, 트랜스코드가 제공되는 채널에서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은 최대 720p가 됩니다"라는 공지문을 게재했다.

유튜브 한국 블로그 공지문 캡처. [사진=유튜브 블로그]

비슷한 상황인 구글 역시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법안은 존재하지 않으며,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법안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트래픽 양이 많은 해외 CP들이 왜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망 사용료 납부와 관련한 여러 쟁점들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 ISP와 CP와의 직접적인 협상 없이는 현 상항이 잠잠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SP가 정말 트래픽 유발에 대한 대가를 원한다면, CP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소비자들의 권리가 제한되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 시장이 뒤로 퇴보하지 않는, 납득이 가능한 제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망 사용료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현재, 정부의 입장과 ISP, CP 간의 입장 가운데서 이들이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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