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자 220만 쥐고 있는 '알고리즘', 노동자 94.3% "알고 싶다"
플랫폼 기업, "기업 기밀이라 공개 불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2일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사프라임 / 박세연 기자] 220만 노동자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나, 그 누구도 명확히 보장해주지 못해 왔던 '알고리즘'. 10월 발생한 카카오 불통 사태의 영향으로 플랫폼기업의 알고리즘 꽁꽁 감추기에 대한 반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는 그동안 택시, 대리운전, 쇼핑, 헤어, 챗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운영 체계를 갖추어왔고, 이는 '카카오 독점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건으로 플랫폼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것을 전국민이 체감하게 되자, 플랫폼노동자들의 처우가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노동자들의 업무 배당 및 처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었기에 플랫폼 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맞으나, 속도가 빨라지는 과정에서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닌 플랫폼 내에서 도구로 전락하고, 알고리즘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2일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플랫폼노동자 대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이 플랫폼 알고리즘을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플랫폼노동자 처우 개선 촉구를 핵심으로 진행됐다.

발제에 참여한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장진희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성을 강조했다. 플랫폼노동자는 자동 배정 등의 알고리즘을 거절할 시 경제적 불이익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알 권리(설명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94.3%의 플랫폼노동자가 자신의 생계와 맞닿아 있는 알고리즘의 공개를 희망하고 있다.

장 위원은 “알고리즘의 공개범위와 공개 대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알고리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범위 하에서 알고리즘의 원칙수준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기사들의 플랫폼 의존도도 높다. 배달 앱마다 나름의 기준과 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나, 자동배차를 잘 받느냐 안 받느냐, 그리고 어떤 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배달기사들의 임금은 천차만별이다. 이는 '단순한 매칭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업의 운영과 관계가 없다'는 플랫폼 기업의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륜차안전문화연구소 현종화 소장은 음식배달노동자를 중심으로 실험을 진행하여 “평점에 따라 AI배차를 잘 받는 라이더에게만 계속해서 배차를 하고, 거부할 시 보복성 콜지연을 부여하여 마치 배달기사들을 관리하는 듯했다. 또 지역마다 배차패턴이 달라 플랫폼사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배민1, 쿠팡잇츠, 배달노동자들의 경우 핸드폰 하나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가는 입장인데, 이륜차의 안전 보장을 받을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콜 단가에 대해 불이익을 얻어도 저항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플랫폼노동자들을 위한 법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 공개를 꺼리는 입장이다. 알고리즘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소비자와 공급자를 매칭할 뿐, 노동자를 지휘하지 않기에 공개할 이유가 없으며,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식은 곧 플랫폼기업의 경쟁력과 같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 황 씨(남, 23)는 “음료수에 들어 있는 모든 성분함량까지 알지 않고도 음료수를 마시는 것처럼,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알고리즘의 과정에도 동의하는 것으로 생각되기에 알고리즘을 공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상의 모든 곳에 들어와 있는 알고리즘이지만, 노동자와 이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어려운 문제이고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으로, 맞춤형 광고로 점점 우리 피부에 와닿을 수록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알고리즘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례가 있고, 플랫폼 강국 한국의 판결은 또 어떨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도마에 올라 공개적으로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기업과 노동자, 기업과 소비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체계를 설립하기 위하여 더욱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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