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통대환' 대출…대출업체에서 돈을 빌려 기대출을 상환한 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저금리 제1금융권부터 차례로 대출 새롭게 받아
대출업자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대출상품…정식 금융업체 대출 상품이 아니라 피싱 등 각종 사기 피해자 속출

 

보이스피싱 이미지 [사진출처=네이버]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기존 대출이 많아도 잠깐 전산 블라인드 처리를 해드리면 그때 정부지원상품으로 추가 대출 진행이 가능합니다. 단, 시간제한이 있어서 빠르게 결정하실수록 좋습니다."

14일 <시사프라임>에 제보한 제보자 A씨는 얼마 전 대출 진행을 도와주겠다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A씨는 목돈이 필요해 이곳저곳에서 대출을 알아보던 중이었고 대부분의 은행에서 부결이 나 막막하던 찰나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된다.

발신인은 지난 6월 SNS 광고를 통해 대출 상담 신청한 내역이 남아 있어 전화를 걸었다며 혹시 추가 대출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물었고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통화를 이어갔다.

평소 네이버 카페나 인스타그램 광고 페이지를 통해 상담을 신청해 문제없이 대출을 진행해왔던 A씨는 상담사가 수수료로 금전을 요구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른 상담사와 마찬가지로 몇 군데 은행에 대출 접수를 도와주었고 그중에는 A씨가 다른 상담사를 통해 이미 접수를 했던 은행도 있었다. "이미 접수해서 부결 났던 곳인데 또 넣은 들 결과는 같지 않냐"는 A씨의 물음에 해당 상담사는 "상담사마다 취급하는 상품이 다르기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역시나 모든 곳에서 부결이 났고 A씨는 당장 필요한 목돈을 생각하며 조급해졌다. 이때 상담사가 "절대 부결 나지 않는 확실한 상품이 있다"며 '블라인드 대출'에 대해 안내하기 시작했다.

진행하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말해주면 몇 시간 정도 전산을 가려(블라인드 처리) A씨의 기대출 내역이 뜨지 않게 만든 뒤 추가 대출을 진행할 수 있고, 이율 15%대의 정부지원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추가 대출 진행이 가능하다는 말에 순간 혹했지만, A씨는 정부지원상품인데 이율이 15%대나 된다는 데 이상함을 느꼈다.

대표적인 정부지원상품 햇살론의 경우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진행한다고 해도 이율이 10%대였다.

A씨가 "정부지원상품인데 이율이 왜 이렇게 높냐"고 묻자 상담사는 "아무리 블라인드 처리를 해준다고 해도 모든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지금 연결할 (은행) 한 곳에서만 유일하게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 은행이 어디냐는 질문에 상담사는 "그건 추후 설명 드리고 우선 진행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중요하다"며 "시간제한이 있어 최대한 빨리 결정하고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A씨를 설득했다.

이어 상담사는 "해당 대출을 진행할 경우 블라인드 처리를 해주는 대가로 업체에 수수료 10%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10% 떼고도 나머지 90%의 금액으로 충분히 A씨가 필요한 목돈을 채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수수료를 요구하는 상담사의 말에 A씨는 고민해보겠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수 차례 전화와 문자에 A씨는 몸살을 앓았다.

◆ 고금리에 허덕이고,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이들을 노리는 '통대환' 피싱

통대환은 기존에 이용 중인 모든 대출(부채)을 대출업체에서 돈을 빌려 일단 모두 상환한 뒤, 신용등급이 올라가게 되면 금리가 낮은 제1금융권부터 차례대로 대출을 새롭게 받는 것을 말한다.

통대환이란 대출업자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대출상품으로 정식 금융 회사의 대출 상품이 아니며, 대출업자 등이 '채무통합' 또는 '저금리 대환대출'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홍보하여 일반 대출 소비자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제보자 A씨에게는 통대환이 '블라인드 대출' 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소개된 것.

통대환은 은행에 매월 납부해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줄이고 싶거나 추가 자금 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찾는 경우가 많은데 정식 금융 회사의 대출 상품이 아니기에 사기를 당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통대환은 고금리의 기존 대출을 0원으로 만든 후 저금리의 제1금융권부터 대출을 새롭게 받기 때문에 '신용 세탁'도 되고 이자를 줄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부각되지만, 정식 금융 회사의 대출 상품이 아니기에 '사기의 미끼'로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통대환의 성공은 신용도가 높거나 고소득 직업군 등에 해당하는 지극히 일부 고객에게 해당하는 사례라고 한다.

◆ "저금리 정부지원 대출 해드립니다"... 다양한 방식의 '통대환 사기 수법'

통대환을 이용한 사기는 오래전부터 성행했는데 그 방법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통대환 사기에 노출되는 대다수는 금리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저금리로 전환해주겠다는 문자나 전화에 쉽게 현혹되기 마련이다

최근에 가장 문제가 되는 '통대환 보이스 피싱'의 경우 먼저 문자나 전화를 걸어 정부지원 대출이나 서민대출을 사칭하며 저금리로 대출을 전환해주겠다며 통대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제보자 A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햇살론, 사잇돌 대출 등 구체적으로 정부지원 대출상품을 안내한 후 해당 대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며 통대환을 유도한 후 고금리 대출로 받게 하고 잠수를 타기도 한다.

연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거나, 장·단기연체 혹은 채무불이행 이력 등 연체기록이 있을 경우 5년간의 연체 기록 보전이 끝나기 전에는 제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 정부지원 대출 상품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대출 부결 사유에 해당되는 상황인데 무조건 통대환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며 진행하려고 한다면 100% 통대환 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당장 저금리 대출로 대환이 안 된다며 일단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게끔 유도하는 방식도 있다.

위의 경우 일단 고금리 대출을 받아 3개월 이상 연체 없이 사용하여 신용점수가 올라가면 그때 다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준다며 통대환을 유도한 후 잠수를 타거나 발뺌한다.

신용도가 낮거나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 등의 직군에서 일하며 기대출이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사기 수법에 노출되어 삼중고를 겪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불가피하게 대출이 필요할 경우 최우선으로 정부지원 대환대출 상품을 찾아보고 다음으로는 내 신용도와 연봉, 기대출 상황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금용회사의 정식 채무통합 대출상품을 우선하여 대출을 진행하는 것이 피싱 등 각종 사기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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