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12일째... '유류난, 로드 탁송, 출고 지연' 등 각양 각처 서민들의 피해 급증
5일, ILO의 긴급 개입 의사에도 정부 측 "업무복귀 현황 점검", 화물연대 측 "6일 총파업 결의대회 강행"...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는 강대강 대립 구조 유지

 

주유소 이미지 [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오늘로 12일째를 맞았다. '경제 대동맥' 물류의 흐름이 끊긴 지금 우리의 일상에 어떤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을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0시 부로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 요구안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 측은 "지난 6월 총파업 이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되려 후퇴하는 악법을 들이밀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지난 4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운송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운전자는 물론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방조·교사한 사람까지 전원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하며 연일 강경 모드로 맞불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

그 누구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팽팽한 대립 구도 중심에 등 터지는 서민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손님은 "기름 못 넣어", 업주는 "판매할 기름이 없어" 발동동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주유소에 방문한 이용객 A씨는 "자주 가는 주유소에 기름이 동났다고 해서 근처 다른 주유소를 찾았다"며 "영업직이라 늘상 운전대를 잡는데 기름을 못 넣어 기동력이 떨어지면 당장 고객 만남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B씨는 "처음에 (화물연대 파업) 기사 보고 아무리 정유사 멈춘다고 해도 서울에 주유소가 얼마나 많은데 내가 기름 못 넣어서 걱정할까 싶었는데 아침에 단골 주유소에 휘발유 없다는 쪽지 보고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주 K씨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며칠째 공급이 끊겨 저장 탱크 휘발유도 다 소진했다"며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유조차를 수소문해서 한시적으로 손님들에게 기름을 판매한다고 해도 파업 전과 후 매출을 비교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토로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5일 오후 2시 기준 휘발유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96곳(서울 35개소, 경기 20개소, 대전 7개소, 충남 11개소, 충북 8개소, 인천 1개소, 강원 12개소, 전북 1개소, 전남 1개소 등)으로 집계됐다. 전날 동 시간대와 비교하면 8곳이 늘어났다.

그나마도 집계 결과가 주유소의 '자발적 보고 내역'을 기준으로 하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품절 주유소의 수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유 부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자 일부 업주들은 고급 휘발유를 무연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할인하여 판매하는 울며 겨자먹기식의 영업을 하기도 했다.

한편, 4대 정유소 중 현대오일뱅크 소속 주유소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타 정유사에 비해 서울에 위치한 주유소가 많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현대오일뱅크 기사 중 95%는 화물연대 소속이기 때문이다.

◆ 카캐리어 멈추니 '로드 탁송'으로 신차 받는 고객들... "신차 샀는데 헌차 받는 기분"

한 커뮤니티에 "신차 구매했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로드 탁송을 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카캐리어를 운전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파업에 참여하면서 신차 인도에 차질이 생겨 자동차 회사 직원들이 출고된 신차를 직접 운전해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이른바 '로드 탁송'이 늘어난 것.

하루 수천 대의 차량을 인도하기엔 기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자동차 회사들은 일용직 탁송 기사를 동원하는데, 보통 외주 업체를 통해 채용하기에 나이, 운전면허 보유 여부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일을 맡기는 사례도 있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큰맘 먹고 산 신차에 신원도 불분명한 누군가가 제일 먼저 시승하는 것도 불편한데, 많게는 수백 킬로의 주행거리가 찍힌 중고차 같은 신차를 마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로드 탁송을 거부할 경우 차량 대기 순서가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신차 계약 후 길게는 1년 이상 차를 기다려온 구매자들은 위와 같은 찝찝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억지로 인도받거나, 가는 경비를 들여서라도 검수 마친 신차를 직접 끌고 오겠다는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 "화성 H자동차 부근으로 출퇴근하는데 로드 탁송 시작하면 길이 많이 막혀서 출퇴근이 불편해진다", "로드 탁송 좀 꺼림칙했는데 직접 가지러 가는 방향으로 고민해야겠다" 등의 내용이 달렸다.

◆ 택배는 영향 없을 거라고 했지만... "컨테이너 작업 늦어져서 출고 지연"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같은 민주노총 소속이지만, 화물연대와는 별개로 파업을 진행하지 않기에 이번 파업으로 인해 온·오프라인 택배 배송에 피해가 생길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으나, 각종 해외 직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출고 지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컨테이너 작업이 늦어져서 물건 출고가 안 되고 있다"며 "평소 같으면 입항하고 하루 이틀 만에 나오던 게 3일 넘게 걸리고 있어 (구매자의) 취소 요청이 빗발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규제 완화돼서 장사 좀 될까 싶었는데 환율이 치솟아 사입 비용 오르고 금리 올라 손님들 지갑 닫히더니 이제는 출고까지 문제라니 정말 최악의 하반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토로했다.

이어진 댓글에는 "11월 초·중순 주문 건들이 묶여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화물파업 이후 주문 건들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배송 지연 양해 구하는 중인데 11월 중순 이전 주문 건들은 취소 처리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내용이 달렸다.

한편, 지난달 28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국제운수노련이 화물연대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앞두고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 5일 ILO에서 개입 결정을 내린 가운데 역시나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에선 "통상적인 의견 조회 절차"라며 선을 긋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교부와 관련해 1차 조사 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받은 운송사 또는 차주의 업무복귀 현황을 점검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현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우려한 ILO의 직접 개입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며 "오는 6일로 예고된 민주노총 주도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 역시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타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강대강 대립 구조에 각양 각처의 서민들이 또 다른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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