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로고 [사진=각사]
4대 은행 로고 [사진=각사]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3.25%까지 올라 고금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진 곳도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에 나섰던 은행들이 자제하는 분위기로 급격히 돌아섰다. 5%대 예적금 금리 상품이 흔했더라면 지금은 사라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은 예금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대조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 메시지를 꾸준히 내온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간섭이 오히려 은행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뱅은 금리 변수에 따라 수신 잔액 변동폭이 커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금리 인상 자제령…시중자금 쏠림 현상에 대출 이자 부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19조71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달 증가액(47조7231억원)대비 59.5% 줄어든 수준이다. 정기 예금 신규 가입액도 71조7500억원으로 전달 가입액(80조1100억원) 보다 8조3천억 원 정도 감소했다.

은행권 전체 정기예금 잔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월에 27조7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이는 전달 증가액(56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떨어지고 있다. 5%대 예적금 금리는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5대 은행 평균 4.9%대 머물러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수신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자제령에 내리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개입에 나선 데는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으로 시중자금을 흡수해 자금시장에 쏠림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해서다. 또 가계부채 위험성도 이유로 꼽힌다.

래고랜드발 사태로 채권시장에서 단기자금 경색이 심해지자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자 은행들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에 나섰다. 이후 안전성이 뛰어난 1금융권에 자금이 몰리게 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도 금리 자제령 중 하나로 꼽힌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9월 말 기준 187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2000억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 수준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에는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조달비용이 반영된다. 수신금리가 오르는 만큼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권에 따르면 코픽스의 약 88%가 정기예금 금리가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게 되면 주담대 금리도 낮출 수 있어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도 예적금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22.11.16.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른 올해 신코픽스 추이 [그래픽=이은지 기자]
22.11.16.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른 올해 신코픽스 추이 [그래픽=이은지 기자]

◆관치금융 논란에 전문가 “시장 혼란 손 떼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어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에서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물가를 잡겠다는 건데 시중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따라서 올라가야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는데 금융당국이 나서 개입하는 것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고물가 고금리의 고통을 받는 기간이 더 길어질 뿐이다. 금융당국이 손을 떼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치금융 논란을 없애려면 한국은행의 역할 필요성도 나온다.

석 교수는 “일단 급한 불이 꺼지면 (일시적 개입이라고 선을 그은) 금융당국이 손을 뗄 것이고 다른 방안도 지금 논의 중에 있다”며 “예를 들어 은행채를 갖다가 공모 형식으로 발행하지 않고 3호 형식으로 발행해서 적격 담보증권에 포함시켜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담보로 3호로 발행하는 은행채를 담보로 은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인뱅은 금리 올리고…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인하되는 상황에서 인뱅의 예금 금리는 반대로 올라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인하 압박에도 인뱅이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은 예금 금리를 낮출 경우 ‘금리 유목민’들이 수신을 빼 1금융권, 증권 등 다른 기관으로 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금리를 올리고 있다.

케이뱅크·토스뱅크·카카오뱅크 3대 인터넷은행의 지난 1분기 대비 3분기 수신잔액은 11조5400억원에서 13조4900억원, 21조45억원에서 23조1445억원, 33조414억원에서 34조556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사이 금리를 올려 ‘금리 노마드족’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인뱅의 자금조달은 수신과 기업공개(IPO), 유상증자가 꼽힌다.

케이뱅크의 경우 내년 IPO가 예정돼 있어 최대한 수신 잔액을 끌어모아 월간 활성자수를 늘려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금리 인상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BIS비율은 시중은행을 포함 금융권 최상위권이다. 다만, 위험가중자산 증가와 여신 연체율이 0.36%,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29%로 꾸준히 상승 중이어서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보고서에 BIS비율(자기자본비율) 20% 기준 위험가중자산을 13조2000억원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문구가 나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비율 하락은 금리상승이 지속되는 데다, 3분기 중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큰 폭 증가한 데 있다”며 “추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