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이미지 [사진출처=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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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언제는 뉴스에서 좋은 소리 나왔나요, 늘 올해가 가장 힘들고 내년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말이 귀에 박혔습니다."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 모 씨(39, 남)는 연말에 몰린 업무로 이틀에 한 번꼴로 야근을 한다. 집에는 두 살 터울의 남매와 아내가 김 씨를 기다리지만, 가족과의 평일 저녁 식사도 엄두를 못 낼 만큼 바쁜 그에게 주말 대형마트 나들이는 유일한 가족과의 데이트 시간이다.

하지만 연일 치솟는 물가에 지갑 열기가 무서운 그는 고민이 많다. 한참 커가는 아이들 앞으로 들어가는 고정 지출 내역은 늘어만 가고 매달 칼 같이 빠져나가는 전세 이자에 김 씨의 한숨도 늘어만 간다.

되려 아이들 장난감이나 옷은 중고사이트를 통해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지만, 일반 장을 볼 때 기본적인 식료품부터가 비싸니 김 씨의 아내는 달걀 한 판을 사더라도 동네 슈퍼에서부터 각종 이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꼼꼼히 가격비교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맞벌이 부부였지만, 연이은 출산과 육아에 매인 아내는 강제로 무기한 육아 휴직기에 돌입했고 남편의 외벌이로 네 식구의 생계를 이어가게 됐다는 김 씨 부부. 그는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아내의 모습에 고마우면서도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외벌이 4년 차인데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나 체감되는 경기는 늘 어렵다"며 "아내가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참 미안하지만, 월급은 한정되어 있고 지출은 늘어만 가니 둘 다 눈 질끈 감고 이 시간을 또 버텨보기로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세의 지속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다각도로 가중되어 많은 전문가는 2023년은 올해보다 더 열악한 경기 상황이 될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소협)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YWCA 4층 대강당에서 '소비자물가감시방향과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소비자 관점에서 주요하게 살펴볼 경제 전망과 보다 효과적인 물가감시활동 방법 모색에 나섰다.

22.12.29.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YWCA 4층 대강당에서 '소비자물가감시방향과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에서부터 좌장을 맡은 가톨릭대학교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김경자 교수,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성림 교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홍연금 본부장,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김영세 교수, 경기연구원 김은경 선임연구위원,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윤민섭 연구위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김주원 사무처장. [사진=고문진 기자]
22.12.29.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YWCA 4층 대강당에서 '소비자물가감시방향과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에서부터 좌장을 맡은 가톨릭대학교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김경자 교수,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성림 교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홍연금 본부장,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김영세 교수, 경기연구원 김은경 선임연구위원,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윤민섭 연구위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김주원 사무처장. [사진=고문진 기자]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성림 교수가 '2023년 경제전망과 주요 소비자물가 분야' 발제를 맡았다.

이 교수는 "물가지수를 통해 물가 수준 변화를 파악하고, 물가지수 변동계수를 통해 물가상승기에 물가변동이 큰 품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물가변동이 커진 원인으로 ▲전쟁으로 인한 자원 가격 상승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인력 공급 불안정 ▲작황 및 가축 전염병 유행 등에 따른 농축산물 공급 불안정을 꼽았다.

2019년 1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분기별 물가지수 변동계수를 산출한 결과 ▲석유류 ▲농산물(채소, 과실, 곡물, 기타농산물) ▲축산물 ▲외식 ▲화장품 ▲전기·가스·수도 ▲수산물 ▲가공식품 ▲외식제외 기타서비스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변동계수 1위를 차지한 석유류 안에서도 등유의 변동폭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경유 ▲석유류 ▲자동차용 LPG ▲취사용 LPG ▲휘발유 ▲부탄가스 순이었다.

외식 물가의 경우 갈비탕, 김밥 등 일상에서 비교적 편하게 접하는 음식군의 가격이 대부분 올랐고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화장품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기초 화장품이 아닌 기능성 화장품의 가격 변동이 커졌다"며 "이는 공급 요인보다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공식품 물가 변동계수에 대해서는 "밀가루와 관련된 식품이나 수출 제한에 걸린 식품군을 제외한 소금, 쨈, 막걸리, 참기름, 물엿, 식초 등은 물가가 오른 이유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서비스 항목에서는 ▲휴양시설이용료 ▲국내단체여행비 ▲보험서비스료 ▲영화관람료 ▲이러닝이용료 등의 순으로 높은 물가 변동계수를 보였다.

이 교수는 "휴양시설이용료의 경우 2022년 3분기에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는 코로나가 끝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와 맞물려 관련 서비스 물가 상승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물가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레인지, 싱크대 등 내구재 물가 변동계수의 경우 크게 오른 품목이 없이 대부분의 항목에서 평균치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이 교수는 "자세히 보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이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 물가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인식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수입 감소 전망이 우세하고 소비자 기대 심리가 비관적인 반면, 소비지출 증가 전망이 우세하다"며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지출을 줄이지 못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관측했다.

다음으로 소협 물가감시센터 홍연금 본부장이 '2022년 소비자물가감시활동'에 대하여 발제를 이어갔다.

소협의 '2022년 생활필수품 물가감시활동' 자료에 따르면 ▲기름류(식용유, 참기름) 19.6% ▲설탕 14.6% ▲곡물가공류(밀가루, 라면, 시리얼, 두부) 12.6% 등의 순으로 물가 증가율을 보였다.

유일하게 가격이 하락된 난류(달걀)는 -7.2%로 감소되었으나, 2021년 9천 원대까지 높아진 것에 비해 2022년 평균 7,443원으로 하락했고, 2020년 이전 최고 5천 원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2022년 명절 물가감시활동' 자료에 따르면 올해 명절 제수용품은 모두 명절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상승했다. 그리고 유통업태 중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추석은 태풍으로 인해 시금치 가격이 급증하며 전년대비 86% 상승폭을 보였는데, 지속되는 고물가 시기로 시금치뿐 아니라 더 많은 품목이 예년에 비해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다.

다음으로 '2022년 배달서비스 가격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모든 거리에서 묶음 배달서비스 요금이 단건 배달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일조건에서 최고 배달비가 많은 사례는 배민1(배달의 민족 단건 배달)이었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 거리 3km 미만은 묶음 배달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가격 비교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홍 본부장은 "동일 음식점에서 앱, 서비스 특징에 따라 배달비나 음식 가격을 상이하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의 비교 선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김영세 교수는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 소비 지출이 많이 늘었던 품목 그리고 심리 지수 등 모두가 물가에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이들을 총량으로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범위를 연령대 혹은 소득·소비 등을 기준으로 다양하게 구분하여 감시 및 방향 설정을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김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같이 나타나는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물가 측면에서 보면 경기 주도가 그렇게 소비자들한테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2023년에는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내외 학자 그리고 관련 기관 종사자들의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코로나 기간 중국의 락다운을 들 수 있는데, 몽골의 경우 이로 인해 굉장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이미 요소수 사태를 겪었고 조만간 감기약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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